TRPG를 하다보니 바람직한 선택지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선택지를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자유로운 롤플레잉을 즐기는 게 TRPG의 매력인데, 선택지가 없으면 레일로드 시나리오가 돼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괴물 퇴치 의뢰를 수행하러 가는 시나리오를 플레이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갈림길의 왼쪽 길에는 땅벌레 발자국이 있고, 오른쪽에는 고블린 발자국이 있다. '그냥 아무데나 가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이런 선택지는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플레이어의 주도적인 진행으로 추가되는 선택지는 플레이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다.

마스터 : "여러분은 고블린 부락을 정찰 마법으로 조사하였습니다. 덩치 큰 족장과 지팡이를 든 주술사가 이끄는 부락입니다. 두 지도자는 야영지 중앙에 있는 천막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1 : "주술사는 근접전에서 약할 것 같은데 내가 투명화를 써서 천막에 잠입해 볼까?"

플레이어 2 : "나한테 롱보우가 있으니 멀리서 지도자를 저격하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아. 고지대에서 이점 받고 공격할 수 있을까요, 마스터?"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해 새로운 정보를 얻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정보도 사실은 마스터가 미리 준비해 온 설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능동적으로 행동해서 얻은 정보이기에 플레이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자유도를 빙자한 무의미한 선택지를 내밀기보다는, 필수 정보 조금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게 더 낫다. 왜냐하면 선택지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행동이 플레이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