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옛날에는 웨어울프 별로 안 좋아했다. 뭐 피가 끓는 열혈전대물? 나 이런 거 싫어하거든. 권선징악 같은 것도 끌리지 않아. 난 어릴 때부터 피터팬보다는 후크한테 이입한 아이였어. 그러니 추하고 뒤틀린 웜의 오염물들을 쓸어내는 정의로운 자연의 투사들이라는 게 그렇게 안 와닿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까고 보면 웨어울프 멍청한 면 졸라 많잖아? 자기들끼리 괜히 오지랖이 열두 폭이라 안 낄 데 끼고 때리지 말아야 할 거 때리고 거의 자폭의 연쇄로 이루어진 역사까지 있지. 난 솔직히 어느 정도는 이지적인 캐릭터를 좋아해서 이런 멍청한 애들 싫었다. 아, 그리고 개목 개과 동물이랑 퍼리도 싫어함.


 근데 언제부터인가 웨어울프가 조금씩 끌리더라. 뭐 자연보호나 권선징악이나 영웅물이라서 재밌는 게 아니다. 게임의 테마가 분노할 것을 종용하기 때문에 재밌는 거지. 솔직히 살면서 개좆같은데 숙이고 넘어가거나 말을 줄여야 하는 때 많잖아. 당장 눈 앞에 있는 새끼 멱살 드잡고 아굴창 찢어버리고 싶지만, 난 맨손으로 사람 찢어죽일 힘도 없고, 괜히 싸움 붙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피곤해지니까. 법적인 문제까지 안 가도 누군가의 미움을 받는다는 건 꽤 신경 쓰이는 일이라서 차라리 내가 숙여서라도 싸움을 피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원래는 안 이랬어. 그냥 살면서 여기저기서 구르고 치이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


 하지만 웨어울프에서 내 PC는 힘도 있고 분노도 막 한다. 변신하면 3M짜리 킬링 머신이 되는데, 본성적으로 분노하는 전투종족이라 분노를 참을 수도 없어(=안 참아도 돼)! 짜증나고 역겨운 새끼들한테 포효를 토해내면서 찢어죽이는 내용이 바로 우리 캠페인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존나 재밌다. 그래, 뤠에에에이이이지이이이이이!!!! 레이지 말이야. 내 심장 깊은 곳에 지금껏 어쩔 수 없이 묻고만 있던 억눌린 감정들을 다 폭력적으로 쏟아내는 거. 웨어울프는 그럴 만한 장치들을 잘 갖춰주고 있다. 추악한 개자식들. 그리고 한 마리의 짐승인 내 PC. 그러니 RP를 할 때도 참 재미있다. 가상의 적들을 향해 내 응어리진 폭력성을 투사하며 얻는 정화감이랄까, 해방감이랄까. 그런 것이 있거든. 그래서 웨어울프 RP 할 때는 뭔가 근사하고 멋들어지고 시적인 대사보다는, 굉장히 투박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끊어서 내뱉게 된다. "죽어!! 웜 쓰레기!!! 죽어!!!! 죽어!!!!!" 같은 거.


 비슷한 게임으로는 헌터가 있는데 난 헌터보다는 웨어울프가 더 취향이다. 헌터도 물론 분노가 있지만, 분노가 핵심은 아니거든. 크리드에 따라서 분노보다 이타심, 자비심, 호기심 등 다른 감정이 우선시되는 애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헌터는 분노보다는 "인간을 지키자, 밤을 되찾자"가 테마지. 그에 비해서 웨어울프는 가장 유순하다는 칠드런 오브 가이아조차도 분노가 본질이야. 잘못된 놈들에 대한 분노, 증오, 폭력! 이게 메인이지. 물론 웨어울프도 뭐 정치질도 있고 기만술도 있고 철학적인 내용이 나올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분노라고. 자연보호? 그딴 건 개나 줘라. 권선징악? 권선은 없고 징악도 아니야. 그저 머리 끝까지 분노가 폭발해서 쓰레기 같은 새끼들을 박살내고 찢어놓는 거지. 분노다.


 너네도 웨어울프나 해봐라. 의외로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