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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신공격글우선 취향에 맞지 않는 세션을 악으로 깡으로 즐기라고 누가 진지하게 말하겠습니까. 다만 저는 안 좋은 마스터링은 다른데에 문제가 있지 레일로드 자체의 문제가 아니며, 레일로드는 대부분의 세션에 필연적인데 끌려나와서 맨gall.dcinside.com



디씨니 뭐 저런 글이 있겠다, 싶었지만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냥 넘어가는 게 맞나 글을 씁니다.


1. 레일로드의 정의


일단 당신이 이야기하는 레일로드의 정의란 무엇인지 묻겠습니다. 

"플롯 하나 정해놓고 그것으로 쭉 진행하는 거"가 레일로드입니까? 

"과정은 레일로드인걸 다들 알고 용인할 수 있는 선까진 따라와주는게 알피지계의 사실상 불문율인데"라고 말하셔서 그렇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플레이어가 어떤 선언을 해도 마스터가 미리 준비한 곳으로만 움직이는" 겁니다.


PC가 "이런, 저 고블린 요새는 꽤 골치아프게 생겼군, 우회할 곳이 있나요?"라고 말하면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그럴 수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
"환영 주문이 있는데 고블린으로 변신해서 들어갈 수 없나요?"라 말하면 "낯선 얼굴이니 다 알아차릴 겁니다"라고 대답해서
어찌 됐든 마스터가 미리 준비한 강행 돌파만 선택하게 만드는 식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마스터는 플롯을 정해두고도 플레이어가 이런 선택을 하겠구나, 싶은 순간에 나름대로의 분기점을 정해둡니다. 


2. 레일로드와 분기점

<<그리고 여러 루트를 준비해두는게 한마디로 귀찮아서 레일로딩하는게 아니냐고 하셨는데 마스터링할때마다 루트 여러개 어치의 이벤트와 전투, 배경 그림과 맵을 준비하는 마스터는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선택이 있는것 처럼 하더라도 실제론 똑같은 전투, 똑같은 이벤트들을 만나게 하는게 보통일겁니다. 도중에 의미있는 선택이 정말 있다면 보통은 그 선택 후 세션을 끊고 그 다음 세션 전까지 이에 맞춰 준비하는 식으로 대비를 하겠죠.>>


그래서 이것에는 전혀 동의를 못하겠습니다. 


제가 마스터를 한 플레이도 여럿 있고, 다른 분이 마스터를 한 플레이도 여러 번 참여했습니다. 

거의 대부분 당연히 플레이하기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 것이다 준비를 합니다.


앞에서 말한 "고블린 요새"를 예로 들자면, '정면 공격'을 선택할 수도 있고, 

'우회로'를 찾을 수도 있고, '다친 동료'로 변장할 수도 있겠다, 

그에 맞춰 어디서 어떻게 조우를 시작할 지 준비해 두는 겁니다.


"위기에 처한 드워프 왕국을 구해야 한다"는 시나리오에서는

"포위를 풀고 드워프 왕국에 도착하는 방법"도 정해 두고, 

"절망하고 분열된 왕국의 수뇌부"들을 설득한 결과에 따라서 

지원을 얼마나 받을 것이냐, 그 지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 미리 준비해 두고요.


"우주 콜로니에서 딸을 구하려는 어머니와 그 동료"라면 

우주 콜로니니 당연히 여러 가지 루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두고 두어 가지의 루트를 만들어 두고, 

PC들의 선언에 따라 새로운 샛길을 찾았습니다, 하고 즉석에서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인질범과 협상할 수도, 결투를 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엔딩도 여럿 준비해 뒀고요.


한 PC를 두고 다른 PC와 NPC가 사랑 다툼을 벌이느라 그 NPC의 적대 이벤트가 확 당겨진 경우도 직접 체험해 봤고, 

어떤 장소를 들려 어떤 유물을 얻었는가에 따라서 이야기 진행이 팍팍 바뀐 D&D 캠페인도 체험해 봤습니다.

마스터가 다른 팀에서 진행한 거랑 같은 시나리오를 했지만 전혀 다른 내용으로 흘러갔다고 말한 것도 있었습니다. 

사막 도시에서 음모를 꾸미는 상인과 손을 잡고 도시를 뒤엎거나, 그 음모를 꾸미는 상인을 믿고 일을 할 수 없다며 다른 도시로 떠나거나. 



3. 캐릭터 메이킹과 시노십스


<<"내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기 위한 빌드업의 과정"은 캐매와 시놉시스로 다 해결된다고 하셨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플레이어들이 이뤄야 하는 목적이 나타나는 장편의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입지를 가지게 되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걸 위한 빌드업의 과정을 거친다고 적어둔거죠.>>


이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단편이라면 캐매와 시노십스로 해결되는 게 많지만, 
장편이라면 처음 플레이를 계획했을 때와는 달라지는 게 많죠.

예를 들자면 "위험에 처한 드워프 왕국을 구하는 12레벨 PC들의 모험담"이나, 
"우주 콜로니에서 딸을 구하려는 어머니와 그 동료" 같은 시노십스가 주어진다면, 
그것에 참여하는 순간 자신이 그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정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장편은 좀 더 유동적이기 마련이죠.


4. 서사적 선택

<<우리는 이야기적으로 결정적 선택은 하지 않더라도 물론 작은 선택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며 전투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시가 그런것이라고 설명해두었습니다. 


도중에 저것 이외에도 서사적으로 진행한 작은 선택들이 결말에 영향을 미친다면 물론 재밌겠지만 그걸 언급하지 않았다고 태클을 걸어야만 할 만큼 중대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TRPG는 마스터가 만든 각본을 따라서 플레이어가 연기하는 연극이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를 감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마스터가 준비한 조우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활약하면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그 이야기가 세계를 바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5. 레일로드에 필요한 것

레일로드를 옹호하려면 "아니 어차피 대부분의 마스터는 레일로드로 진행한다니까?"가 아니라 
"분기점을 어떻게 만들고 그것으로 유도하는가"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분기점이 만들어지는 순간, 그리고 플레이어가 그것을 고르고 이야기가 바뀌는 것을 본다면 "작은 의미의 레일로드"에서 벗어나는 거죠.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과정상의 레일로딩은 참더라도 결론에서도 선택을 못하면 불만을 가진다는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는 건 최악의 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