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작할 때부터 켰다가 재미없어서 껐다가 켰다가 껐다가 하면서 듬성듬성 보고.


로그 올라왔길래 쓱 훑어보고 왔다. 역시 사람은 견문이 중요하다 싶었다. 


턀 못하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애초에 "그래서 턀 잘하는 게 뭔데 시발아" 하면 애매모호해지는 부분이 분명이 있지 않냐.


기준이 사람 따라 다르고, 상황 따라 다르니까 턀력을 측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너 턀 존나 못한다"라고 말하는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그렘린이 해낸 것 같았다.


정직하게 기초 스펙이 죄다 부족해서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진행력, 문장력, 준비성, 스포트라이트 배분하기, 백스 활용하기,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기초미달이었다고 본다. 그러니 실드치는 놈 하나 없이 대동단결해서 자신감을 얻었다느니 하고 있지 않겠나.


그런데 진짜 문제는 자기가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다. 이건 꽤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적어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려면, 그렘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싹 다 그렘린 미만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냐. 그는 여태까지 이런 세션만 해왔던 거다. 개재밌는 액션도, 씹감동적인 묘사도 하나 없는 황무지를 걷고 있던 셈이니 비판보다는 동정이 앞섰다. 




그렘린은 저어기 산등성이 작은 지방의 이름 없는 무가에서 수행하던 삼류 무사인 셈이 아니겠냐.


자기 주변에는 마땅한 적수가 없어서 칼만 "흐아압 레일로드!!" 하고 빼 들면 크아아악! 하고 나동그라지는 터라, 그래 내가 존나 세구나 생각했겠지.


경지에 오른 격조 높은 고인들은 천둥벌거숭이를 보고 끼어들기도 뭣해서 그냥 가만히 지나가고, 턀의 길에 입문한지 1년도 안된 병아리들은 자신의 화려한 검술에 껌뻑 죽으니 얼마나 콧대가 높았겠나.


그래서 아, 그 유명하다는 용봉지회에 나가도 나는 입상을 할 수 있겠구나. 남궁가의 뭐시기든 화산의 뭐시기든 내 적수가 없을 것이다. 


풍문으로 듣기로는 경지에 오른 턀창들은 세션 브금 플레이리스트로 200개가 족히 넘고, 검격의 끝에 매화를 피워낸다고들 하는데.


어찌 사람이 그런 조화를 부리겠는가. 그건 허풍선이들의 헛소리일 것이다. 늙은이들의 입턀에 내 흔들릴 필요는 없으리라 했겠지.


그러다가 지금은 영락했으나 한때는 번성하였던 사파 소굴에 들어가서는 "보아라, 내 레일로드 칼 쓰는 법을 알려주겠다" 하고 펄쩍펄쩍 뛰니.


다 죽은 갤 부랄 만지면서 세션 깎던 자들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웠겠나. 삼류 무사가 오만했을지언정 겸손을 알았으면 또 모를까.


"내 보기에 소협은 글빨을 좀 더 챙겨야 할 것 같소" 하고 점잖게 충고를 해도 "나는 인정 못하겠다, 공개 비무로 자웅을 가리자!" 하고 불을 지폈으니 말이다.


이는 삼류 무사가 넓은 바다로 나오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무르고 있었기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저어 밖에는 어떻게 세션을 하나, 내 칼을 다듬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조금씩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 


근처에 화경에 이르른 무인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렘린이 가르침을 청할 정도의 식견이 있었더라면...




플레이어들에 대한 감상은 남기지 않으려 하지만, 로그를 읽는 내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에스텔 개꼴리더라


나는 그렘린이 이번 일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실력 없으면 나대지 마라 이런 말은 아니고.


네가 모르는 재미있는 세션이 세상에는 존나 많으니 앞으로는 보다 재미있게 즐겨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마스터들이 브금을 여럿 준비하고, 맵을 준비하고, 간지나는 괴물 토큰을 준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면 재밌으니까.


정성들여서 시나리오를 깎고, 플레이어의 니즈를 캐치하고, 백스 설정을 시기적절하게 띄워 주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세션이 더 재밌으니까.


깡 하나는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로 오졌던 GM도, 세션 12시까지 달리면서 악전고투를 벌였던 플레이어들도 고생했다. 


앞으로의 턀생에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