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할때부터 늘 들던 생각인데
우리나라는 일단 TRPG의 존재 자체를 알게 되는 나이부터가 최소 10~15년 이상 절망적으로 격차가 벌어져있음.
서양에서는 하다못해 스펀지밥만 봐도 애기들 던전앤드래곤 하는게 나올정도로 TRPG를 어릴 적부터 접하고
애초에 던전앤드래곤=초등학교 저학년때 하던 놀이지 하다못해 중학생때 TRPG 하고있기만 해도 미성숙한 geek 취급일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중학생때부터 TRPG 시작했어요 하는 사람 있으면 와 되게 일찍부터 하셨네요 하고 다들 놀랄걸?
요새는 그나마 유튜브 같은거라도 있지만 201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던전앤드래곤 표절논란, 환상주사위 이런 정말 시대와 상관없는 특이점들 말고는 중고등학생이TRPG 존재를 접할데가 없었잖아.
그야말로 서양 애들은 자기가 초등학생 때 던전앤드래곤을 해봤었는지도 까먹을 나이에야 겨우 TRPG에 입문은 커녕 겨우 존재하는걸 알게되는거야.
그래서 그제서야 존재를 알게되면 뭐 어쩔거임? 영어는 할 줄 알고? 같이 할 사람이 있나? 가르쳐줄 사람이 있나? 룰북은 어디서 구하지? 애당초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이 TRPG할 시간이 어딨음? 아침 0교시니 야간자율학습을 없애니 마니 초등학생이 학원을 밤 10시까지 다니지 못하게 하네마네 하는 나라인데ㅋㅋㅋ
그래서 대학교까지 가면 뭐 사정이 나아지나 하면 진정한 희망고문의 시작임. TRPG 동아리? 대중적인 취미 동아리들도 2학년만 돼도 선배들 죄다 군대가버려서 뭐 가르쳐주지도 못하는데 그딴게 어딨노. 2년 시한부 턀생동안에 TRPG 입문 수준 지식 습득하고 팀 들어가면 나 말고 나머지 팀원들도 줄줄이 현생이슈로 사라지는 서바이벌 게임의 시작인데 겨우 장편 한번 마쳐볼 수 있는 사람이 5%는 될까? 엥 난 잘만했는데? 군대가서도 했는데? 하면 네 뭐 축하드리고요. TRPG 해볼 수 있으셨어서 참 다행이네요. 외국에선 그냥 아예 ‘TRPG 서점’이 전국에 깔려있어서 Free RPG Day면 전국에 자기네 룰 퀵스타트를 책으로 인쇄해서 뿌려준다니까 그냥 어이가 없더라. 나는 드라이브스루 사용하려고 해외결제 되는 카드 만들고 있으면 이제 이거 읽고 번역하고 사람은 어디서 구할까 고민하고 있어야하는데…
이 뒤로도 몇 년씩 건너뛰어서 이제 직장도 생겼고 뭐 아무튼 결과론적으로 TRPG 할 수 있는 장소적 시간적 여건도 다 갖췄다고 쳐보자. 아무튼 네 팀원들은 그놈의 인력풀은 다들 여유가 넘쳐난다 쳐보자. 캄보디아 베네수엘라에서도 아무튼 잘 살고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뭐 어렵지 않겠지.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 그런 팀 하나가 있을때마다 영어권에는 그런 성인 TRPG 팀들이 몇 개씩 존재할까? 애초에 팀이니 인력풀이니 같은 말을 쓸 것도 없이 그냥 친구들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데? 하다못해 나홀로 타지에 나가 살게 되어도 그곳 게임샵 가면 ‘동네 사람들’이 인력풀이 됨. 그게 인프라의 차이고 문화의 차이야. 출판사 하나가 네이버 카페 하나가 겨우 RPG 행사 열면 그게 올해 전국 유일의 TRPG 행사인 나라에서의 삶의 경험과 전 세계 TRPG 출판사들이 모이는 젠컨이 열리는 나라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이 과연 같을까? 누가 이용하나 싶은 유료 DM 서비스, 뭔 할얘기가 그렇게 많다고 TRPG 칼럼이니 팟캐스트니 싸지르고 그걸 또 돈 내놓으라고 패트론 운영하는게 부러울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것조차 가능한 세상과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게 불가능한 세상이 언어의 장벽으로 나뉘어져 있다는게 슬프지 않냐?
이 갤에서 시끄러운 자작룰도 그래. 그것만도 못한 지구상에서 플레이 된 횟수 0회일 것 같은 듣도보도 못한 룰북들 드라이브스루에 차고넘쳐. 그뿐인가? 던전 앤 드래곤 붐을 타고 40, 50년 전에 범람했다가 그냥 룰북이 출판사 째로 소실된 불쏘시개들도 수두룩해. 너가 던월 개수룰이라고 딱한번 구인해보고 잊어버린 룰이 지구 위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었다면 운좋게 출판도 될 수 있었을지도 몰라. 이 나라에서 룰북을 만들고 싶으면 적자는 커녕 인쇄를 시도할 돈조차 펀딩으로 겨우 모으는데 말야. 영어권에서는 하다못해 팬들끼리 구글드라이브에 만드는 자작룰조차 디코에서 수백명이 계속 업데이트 하고있고 내가 싸지른 홈브류 클래스가 서플리먼트로 팔릴 수도 있고 일본에서만 태어났어도 우리나라보다 수십년 앞서 발달한 TRPG 문화 덕분에 일본 고유의 룰북들, 동인행사는 물론이고 수십 수백억 규모의 ip들도 갑자기 TRPG 룰북을 발매하는 기회를 접할 수가 있는데 이나라에서 하는 TRPG 관련 창작활동, 커뮤니티 활동들은 10년은 커녕 5년만 지나도 다 끊겨버려. 당장 떠오르는거 뭐 있음? 마활판? 덮크 불법번역본?ㅋㅋㅋㅋ 트위터에서 맨날 실시간 트랜드 차지하고 재쇄를 몇번 했다고 난리치던 CoC 시나리오들이 과연 독스프 같은 허섭쓰레기보다 오래 전해질 수 , 아니 하다못해 기억될 수 있을까?
그래 니 턀생 망한건 알겠고요 하고 그냥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만 생각해봐줘. 지난 10년간 결과는 어쨌든 우리나라의 TRPG판에 10년 전에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농담했을 일들이 수도없이 일어난건 사실이야. 그런데 이만큼 또 성장하란건 바라지도 않아. 내가 걱정하는건 앞으로 10년 뒤에도 과연 K-TRPG가 살아있을까 하는거야. 요즘 애들은 대학가요제라는 말조차 아예 못들어본거 알아? 그게 우리나라에서 TRPG의 미래일지도 몰라. 저출산 때문에 대학도 문닫을거라는데 내 자식 조카들이랑 TRPG 해준다고 걔들이 같이 TRPG 할 또래 친구들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