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말싸움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건 뭐 재미도 감동도 없을 것 같지만 아무튼 써 보는 오늘의 뻘글.
오늘의 뻘글 테마는 "기본적인 것들" 혹은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와 다양한 생선 요리가 되겠다.
시나리오의 변경 = OK
시나리오는 원래 기본적으로는 니들이 며칠 전에 회사에서 받았을 명절 스팸 세트 같은 거야. 일단 받았으면 그걸 갖고 어떻게 해 먹든 내 마음인 거라고. 문제는 혼자 뭘 어떻게 해 먹든 혼자 먹으면 그만인 스팸세트와는 달리 시나리오는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들과 "나눠먹게" 된다는 거임. 따라서 다른 플레이어들도 어느 정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을 갖추어야 함. 자신 없으면 어떻게 해 먹으면 맛있다고 써 있는 설명이나 요리책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 거고. 여담으로 자작룰도 순수히 내가 만든다는 점을 빼면 꽤 유사한 구석이 있음. 다만 자작룰 쪽 참사가 더 많이 터지는 이유는 그쪽은 뭔가 룰 같은 걸 돌려보고 경험을 쌓지 않은 케이스가 훨씬 많기 때문임. 개인적으로는 갤에서 자작룰 약파는 갤럼도 그거 만들기 전에는 아마 다른 룰 적잖게 돌려보다 만족을 못 해서 자작룰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 아무튼 이런 변경을 할 때는 몇 가지 생각해야 하는 / 혹은 필수적인 것들이 좀 있다고 생각함.
"그래서 이렇게 비싼 돌돔매운탕을 끓여주신 이유는 뭔가요?" - 목적과 의도
마스터가 시나리오를 고쳐서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야 당연히 "내가 더 잘 할 수 있어서" 혹은 "이 시나리오가 나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해서"로 축약이 되겠지? 근데 무엇을? 어떻게? 같은 부분에서 고치는 마스터와 즐기는 플레이어들, 혹은 개개인마다 의견이 갈릴 여지가 생기는 것임. 누군가는 1950년대 한국 배경 군대 TRPG를 하면서 "여자가 너무 적네요 이 캐릭터는 여자로 넣어야지 / 이성애자가 너무 많네 이 캐릭터는 게이로 넣어야지" 뭐 그런 식의 변경을 할 수도 있을 건데, 이게 모두의 마음에 든다는 보장은 없잖아? 참고로 난 마음에 안 듬. 일단 고증에 별로 안 맞잖아. 물론 그쪽 플에서 플레이어들이 괜찮다면 뭐 상관없을 거고.
아무튼, 시나리오를 고치기 전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명확한 기준을 세워 놓는 것이 여러모로 시나리오를 고칠 때나 고친 다음에 들어오는 질문에 대답할 때나 좀 더 편함. 시나리오 변경을 견디지 못하고 탈주하는 플레이어에게 병신 취급을 받게 된다고 해도, 소신 있는 병신 취급 받는 게 성향이 맞는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 놀기는 좋을 거잖아?
"이게 그러니까 무슨 생선이라고 하셨죠? 자X복?" - 기본기는 필수
시나리오를 고치는 것도 때로는 약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하면..... 전투 인카운터 같은 건 따로 계산이나 모의 전투를 통한 테스트를 못 하겠으면 굳이 손대지 마.... 특히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어림짐작으로 손댈 경우 생각보다 너무 쉬워지거나, 혹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지는 참사가 발생하기 쉽다. 이런 것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이렇게 뜯어 고칠 정도의 마스터면 그 정도 테크닉은 갖고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임. 또한 인카운터의 수치적인 문제 말고도 또 테크닉이 필요해질 때는, 시나리오의 플롯을 파악하고 그걸 자기 멋대로 건드리려 들 때임. 대충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가야 하는지 파악을 해 놓고, 그걸 내가 손대서 특정 장면을 넣거나 빼면서도 굴러가게 만들어야 하거든? 물론 이것도 사실 대부분 이렇게 뜯어 고칠 정도의 마스터면 그 정도 테크닉은 갖고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굳이 말을 안 하는 부분임.
없으면? 그런 테크닉도 없이 시나리오를 고칠 생각이라면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답변으로 마음의 조인트를 까이거나, 혹은 그냥 질문도 안 하고 이런 글도 거의 읽지 않을 테니 내가 굳이 이런 글에서 말해줄 필요도 없는 거였고. 응, 없는 거였어.... ㅎㅎㅋ 아무튼 마스터를 어느 정도 했다면 기본적으로 체득이 가능한 기본기의 영역이기 때문에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부분임. 바꿔 말해서 자신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면, 얌전히 그냥 구입한 / 공개판을 구한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가거나, 나 말고 더 잘 알만한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 고치면 좋을 지 물어보면 된다는 것임. 그래, 카페나 아카라이브에도 크툴루 잘 아는 사람 많을 거야.....
근데 그럼 기본기가 부족한지는 스스로 어케 암? 간단함. "자기가 마스터링할 때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언급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됨. 반응이 그럴 수도 있지.... 하면 "나는 틀리지 않았어" 하면 되고 반응이 ???에 가까울 수록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 됨. 그리고 서로 하하호호 하기만 하는 곳에서는 절대로 효과적인 피드백이 나오지 않으니(대개 뭔 소리를 하든 일단은 긍정적으로 답해줄 테니까) 우선은 팀이나 디코 같은 곳 외부에 물어보는 쪽을 추천하고. 응, "저는 대체 어떻게 탐사자들이 묘지나 화장터를 뒤지며 두개골 도둑질 같은 거 하게 만들지 모르겠어요" 같은 거 말야. 아니 ㅅㅂ 그런 건 분명히 재미있긴 한데, 뭣도 모르는 플레이어들 관점에서는 진짜 좀 막장이잖아, 카오시움 놈들아?
"제가 어묵 좋다고는 했는데 이 어묵 말고 사각어묵이 좋은 건데요" - 예상되는 반응 고려
플레이어들의 반응 그 자체 이야기임. 인카운터 고칠 거면 테스트를 미리 하라는 건 위에서 말했잖아? 니가 고친 게 너한테 얼마나 완벽해보이든, 플레이어들이 마음에 안 들어 하면 다시 고치던가 되돌리든가 아무튼 수습할 필요가 생길 거임. 그러니까 처음부터 걔네 마음에도 들 법하게 손대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임. 예를 들어 니가 "여자도 게이도 늘려놨어 완벽한 평등 세팅이야!"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아니 왜 비건 없음? 비건 혐오네요 ㅡㅡ" 하고 그러면 또 고쳐야 하잖아? 그.... 아니 아무튼 고친다고 해. 물론 마스터가 힘으로 누를 수도 있긴 한데, 플레이어들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걸 굳이 끌고 가면서 앙금을 쌓을 필요는 없잖아? 혹은 플레이어를 안 끌고 가도 되긴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고친 거 맘에 안 들어해서" 보다는 좀 더 충분한 동기가 생겨야 하겠지? 아, 이 사례에서는 이미 충분한가?
어쨌든 그래서 시나리오를 고치기 전에 "뭐가 이래서 무슨 부분 위주로 좀 고칠 거다"라고 미리 공지해서 방향성을 제시해 놓는 방법을 앞에서 말했지만, 그러면서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중에 보고 싶어하는 것 같은 걸 물어보고 그것들을 적당히 넣어서 플레이 도중에 보여준다고 꼬시는 것도 시나리오를 고칠 때 좀 더 편하게 하는 한 방법임. 일종의 "뇌물" 같은 거지. 그래서 플레이어들도 만족하고 너도 만족하면 당사자들간에 잘 합의된 거니 플만 잘 끝나면 시나리오가 잘 고쳐진 거잖아? 고칠 때 쓸 소재도 새로 얻은 거였고. 짝짝짝. 그렇게 내가 고쳐서 만든 시나리오는 나중에 필요해지면 또 써 먹으면 되는 거고. 혹은 반대로 고치는 걸 누가 엄청 싫어한다? 고치고도 안 고친 척 할 수도 있겠지?
3줄 요약
시나리오를 고쳐서 돌리는 것은 충분히 권장할 만함
근데 그것도 최소한의 능력이 있어야 잘 되는 거임
능력이 없으면 그냥 산 거 그대로 돌리고 치우면 됨
능력 없는데 없으니까 바꿔여할거도 있더라 예컨데 '어떻게 두개골 도둑질로 유도하게할지 모르니까 그냥 바로 단서를 던저주자'같은 식 말이지. 근데 그럼 이렇게 바꾼게 기본긴가?
ㅇㅇ 그 정도 문제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기본기의 영역이라고 생각함
초보자가 왜 시나리오를 고친다는 발상에 도달하는 경우가 은근 있는지 잘 모르겠음, 말로는 나는 기량이 부족한 초보입니다 하는데 기량이 부족하면 처음엔 고치지 마..
비유 이상해서 ㅂㅊ
공감가는 부분이도 상당히 있는데, 아주 초보가 아니라면 시나리오의 수정은 개별마스터나 팀에서 스스로 고려하면 좋은 사항인것 같아서 추천까지는 못 박고 간다. -정성글인데 추 없어서 미안-
ㅇㅇ 원래 모두가 상식적이라면 전혀 필요 없는 글 맞음. 다만 어제 말이 다시 나온 작년 사례 같은 게 있으니 세상에는 이런 거도 굳이 가르쳐줘야하는 놈들도 있구나~ 해서 적은 거.
글이 이론상으로는 맞는데 판델버같은 심각한 반례가 있어서 좀 애매하다고 생각
크윽 제레미 네이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