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것저것 끄적끄적.


자유도가 부족하다?

CoC의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키퍼가 감춘 "초자연적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게 기본 전개임. 따라서 키퍼 입장에서 삼천포로 빠지는 엔딩을 용납할 수 없다면 반 강제로 플레이어들을 저 진실쪽으로 몰고 가야 하는 게 맞고, 따라서 자유도는 요새 나오는 룰들에 비해서 확실히 부족할 수 밖에 없음. 반대로 자유도를 너무 줘 버리면 "해피 엔딩"에도 도달하지 못할 거고, 시나리오에 나오지 않은 부분은 키퍼가 전부 능력껏 커버해야하는 문제가 생김. 따라서 키퍼가 처음인 사람을 위한 시나리오 = 자유도의 폭을 줄일수록 편하다는 이야기임. 솔직하게 나는 여러 선택지가 주어지는 시나리오만 하면서 CoC를 굴렸다는 게 더 신기하지 않나 싶다.


강제적이다?

당연히 자유도가 부족하게 짜인 시나리오니 상황 전개를 강제적으로 몰아가야 하는 게 맞겠지. 근데 이게 아마추어리즘의 결과물... 같은 식으로 비판하기는 좀 그렇고, 사실 카오시움에서 내놓은 정식 시나리오 중에는 미-고들이 부하 시켜다 플레이어들 유괴해서 내장 들어낸 뒤에 말 들으면 돌려주고 안 들으면 말라죽게 냅둘 거라고 협박해서 사실상 자살 임무에 부려먹는 개막장 전개도 나오고, 식민지 배경 서플먼트나 시나리오도 나오니까 경성 크툴루 정도는 애교로 그러려니 해도 될 것 같아. 아니면 아예 그런 역사성과 연결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상하이 크툴루나 하와이 크툴루 등으로 바꿔도 될 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거는 아래에서 설명할 동기 문제와 연계되는 문제라고 봐야 된다고 생각함. 


자발적으로 참여할 동기가 부족하다?

이거 하나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함. 왜냐면 이거는 적지 않은 CoC 시나리오 다수가 겪는 문제점으로, 사실 "괴상한 사건은 경찰에게 맡기면 되지 왜 굳이 내가 뛰어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게 되면 상당히 묘해질 시나리오가 적지 않음. 예를 들어 5-6판 룰북의 모 시나리오 같은 경우 플레이어들은 엄밀히 말해서 "괴상한 사건의 목격자"로 출발하게 됨. 그러니까 왜 목격자가 굳이 사건 조사에 뛰어들어야 하는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거지.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방법은 대체로 시나리오 자체를 "덜 이상한 사건"으로 시작하고 거기에 개입할 동기를 제공하거나, 혹은 "반 강제로 떠넘겨진 상태"로 전개를 시작하는 거임. 그래도 저 동기만 갖고 움직일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을 거임.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를 빠져나가야겠어"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잖아? 그래서 "강제적인 동기"를 만들어서 추가하는 사례도 적지 않음. 경성 크툴루의 일본인 경찰들이나, 해치우지 못하면 이쪽이 죽을 게 뻔한 신화생물의 존재라든가..... 이 문제를 정말로 확실히 해결한 쪽은 델타 그린. 동기요? 알게 뭐야. 플레이어는 전원 델타 그린 요원이니까 그냥 지령 내려오거나 초자연적인 거 보이면 닥치고 조사하는 거지 뭐.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봄. 그리고 내가 크툴루 붐이 올까...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이유도 그 때문이고. 취향이 안 맞는 사람이 할 만한 물건은 확실히 아니라고 보거든. 그렇다고 WoD 마냥 설정을 열심히 팔만한 물건인가도 좀 애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