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라고 하면 제목과 같은 이미지에 늘 시달리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사람이 즐기고 있는 많은 오락들이 소꿉놀이의 연장선임

비디오 게임=눈에 보이는 건 그래픽이지만 목소리 연기도 텍스트 작성도 전부 사람이 만든 소꿉놀이

소설=눈에 보이는 건 활자 조합이지만 그 뒤에는 하루종일 워드 켜놓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꿉놀이를 구상하고 있는 작가가 있음

영화=눈에 보이는 게 그래픽도 아니고 글씨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고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 심지어 그 사람이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얼굴로 각각의 영화마다 다른 배역을 맡아 연기, 그걸 3대 영화제까지 만들어 엄준하게 관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함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물인 듯

신비주의라고 해야되나 작가가 평소에 무슨 짓 하고 돌아다니는지 인지하면 재밌게 보고 있던 작품도 갑자기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고 그런 거 있잖아

오글거림과 과몰입은 종이 한 장 차이고, trpg는 사람이 오글거림을 느끼기 이전에 정신을 놓도록 만드는 방지턱이 전부 제거되어있다는 느낌임

대신 몰입에 성공하면 한없이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간다는 차별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