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안동으로 답사를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어느 종가를 찾아갔는데 대단히 집이 허름한 거야. 그 이유를 종손 할배가 설명해줬는데 거 참 비극적이기 그지없었다. 뭐, 솔직히 내가 답사 존나 재미없게 다니기도 했고 한국사는 별 관심이 없었어서 무슨 집이었는지는 기억 안 남.


 알고 보니 그 집은 옛날에 꽤 잘사는 명망있는 집이었다고 했다. 국권피탈 당한 후에는 나름대로 독립운동도 뛰었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들었는데 잊어버림 - 아마 문화통치기 아닐까 싶음) 독립운동에 회의를 느낌. 그래서 실력 양성 운동으로 노선을 바꿔서 집에다 학교도 만들고 동네 애들 받아서 근대교육을 제공했다. 그 당시에는 학생들이 꽤 자기네 집에 와서 숙식도 해결하고 공부도 했었다고 함.


 하지만 옆 동네 독립운동가들이 봤을 때는 이 행위 자체가 변절이었던 거야. 그래서 어느 날 독립운동가들이 칼을 들고 와서 집을 엎어버린 다음, 집안 어른들을 붙잡아다 마당에 있는 큰 바위 위에서 하나씩 목을 잘라 죽인 거야.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 바위 표면에 살짝 홍갈색 흔적이 있긴 했어. 내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사건 후로 집안이 몰락해서 영세하게 살게 됐다고 한다. 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