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함.

그렇다고 내가 메갈이 이 모든 일들을 해서 세상을 바꿨다고 말하려는건 아니고...


메갈이 존재함으로서 사람들이 여성멸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됐단거지.

일베가 생기기 전에는 지역드립이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였다가 이제는 일베충 소리 들을까봐 자제하는 것처럼 말야.

경남이랑 서울 어른들 중에 전라도 사람들은 배신을 잘한다는 말을 쉽게 꺼내는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

(그렇다고 내가 일베가 뭘 잘했다고 말하는건 절대 아님. 하수구에 꼬이는 구더기 이하라고 생각함)


최근들어 사회에서 여성경시적 어조를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풍조가 되어가고 있음.

몇년전만 해도 정말 흔하게 들을 수 있었는데 말임.

당장 게임하는 여자에게 하는 여자인데도 게임 잘하시네요 라던가.

운전할때 강사가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여자분들은 공간지각능력이 남자보다 딸리기 때문에 운전을 잘 못한다 라고 말했던 거라던가.

이제 이런 말들을 공공연히 하는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함.


그리고 메갈이 어떤 사이트냐를 판단하느냐랑은 별개로 메갈이 나타난 후로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긴 하단거임.

물론 다시 말하지만 메갈이 이 변화를 다 만들어낸건 아니고, 그냥 계기가 됐다고 나는 생각함.

그 변화를 만든건 메갈의 움직임에 여성들이 공감을 느꼈기 때문일거임.

강남역에 붙던 그 수많은 포스트잇이 전부 메갈리아 회원들인건 아닐거란거지.


여성이 겪어왔던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 나를 포함한 남성들은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을거임.

그래서 갑자기 이런 일들로 비난을 들으니까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는거지.

근데 그건 인간이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함.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로 갑자기 극딜맞으면서 그걸 모르고 있었다니 더 용서할 수 없다 란 말 들으면 누가 좋아하겠음


메갈리아는 그 근원을 분노에 두고 있음.

사이트가 시작된 계기부터가 메르스 발병때 해외여행갔던 20대 여성 여행객들이 감염됐을때 국내로 송환된다는 기사 오도에 부모 등골빼먹은 돈으로 해외여행이나 놀러가며 흥청망청 노는 20대 여성에 대한 비난부터 시작해서 그 여성들 때문에 국내도 메르스 발병하기 시작했다며 원색적인 욕이 메르스 갤러리에 올라오면서 폭발한거거든.

온갖것들로 프레임 짜고 평가질 비판질 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메르스도 20대 여성때문이란거냐고.


그래서 행동력이나 강경함이 갖는 양날의 검을 메갈리아가 갖고 시작할수밖에 없었음.

디시발이라는 특성과 운동권(난 메갈리아도 정치적 스탠스를 갖고있다고 생각함. 페미니즘도 정치운동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니까) 이라는 특성상 구성원들의 스탠스가 모두 일치하는건 불가능하다는 리스크도 안고 있었고.

그건 어느 운동집단이건 다 안고가는 숙명같은거지.


그래서 정말 다종다양한 목소리들이 많이 있었음.

당연하지만 양성은 평등하기에, 남성중에 감정적이고 난독증있는 사람이 있듯 여성이라고 모두 현명하고 이성적이진 않음.

남성들의 의식을 바꾸고싶은 사람, 지금의 성권력에 순응한 여성도 교화의 대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단순히 그동안 받은 억압을 거꾸로 돌려주고 자기가 가해자가 되어보고싶은 사람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컸고, 메갈리아가 지금의 이미지가 된 것엔 이런 과격론자들이 기존의 성권력구도의 수혜자인 남성들에게 불편함으로 와 닿았던게 클거라고 생각함.

게다가 그 사람들이 모두 합리적이고 이성으로만 움직였던건 아니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뻘한 곳으로 날아가서 오폭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는 처음엔 메갈리아의 주장에 방어적이었는데, 사실 거기에 든 거부감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음.

논리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할 순 없는데, 감정적으로는 싫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싫었던거지.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나는 메갈리아의 프레임이 싫었던거였음.

적극적으로 여성멸시에 동조하면 나는 씹치남임

여성멸시에 동조하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나는 암묵적 동조자인거고

혹은 내가 동조하지 않아도 내 무의식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여혐을 학습받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여혐을 하는 사람임.

내가 적극적으로 여성멸시를 막으려고 해도 그래봐야 나는 한남인거.

여성멸시에 반대하지만 이런 원색적 비난에 거부감을 표하면 잠재적 아군이라고 잘난척하는 가식쟁이가 되는거고.

여기에 내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면 그건 내가 6.9라서 그런거임.


사실 이 프레임 때문에 메갈리아가 남혐사이트라는 인식을 받게된게 크다고 생각함.

이 논리구조대로라면 한국의 모든 남성은 뭘 하건 죄인임.

여기서 비난을 피하는 스탠스는 딱 하난데, 남자로 태어나서 남송합니다 하고 꿇어엎드리고는 메갈분들 덕분에 제 눈이 뜨였습니다. 앞으로는 이 진리를 다른 이들에게도 전파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건데, 실제로도 메갈리아 초기에 이런 남자들 있었지. 메갈리아는 이런 남자들을 탈김치남이라고 또 메달을 달아줬고.


근데 사실 이 프레임을 눈 앞에 들이댔을때 누가 좋아할까 싶음.

그리고 성권력에서 우위에 있는 기득권이 그런 태도를 맞이했을때 자아성찰을 할까?

안할걸. 더 귀찮아하고 더 화를 낼거란 말임.


게다가 메갈리아의 논조중에는 양성평등이 아니라 남성들을 기존에 자신들이 위치했던 곳으로 끌어내리고 성권력 구도를 역전시키고 싶어하는 것들이 꽤 보였음.

그 동안의 보상심리에 의한것도 있었고, 피해자의 입장이었다가 처음으로 권력이 역전되는 느낌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극단적인 사람들 말고도 수직적 권력구도만을 경험해와서 여성멸시 구조 그대로인데 주체만 역전시키려는 사람들도 봤었음.


기득권에게 그 권력 다 내려놓고 이제부터 우리 밑으로 내려가라고 말하면 권력자들이 그 말을 들을까?

안듣겠지. 메갈리아의 주장을 '프로불편러' '예민충' 으로 몰아가면서 다시 예전의 권력구도로 되돌리려는 사람들이 그래서 있는거임.


돌아가서, 다시 말하자면 난 메갈리아가 싫음.

메갈=일베 공식에 ㅂㄷㅂㄷ하면서 절대 그 둘은 똑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음, 사실이긴 함. 둘은 전혀 다른 사이트임.

메갈리아는 적어도 뭔가를 후원하거나 하는 생산적 프로젝트를 하긴 했거든. (미혼모를 지원한다던가 하는거)

일베는 그런게 없고 그냥 소비적인 사이트지. 혹시 내가 모르는 일베가 한 사회적 후원 프로젝트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베가 생긴후로 수년이 흐른 지금도 들어본적이 없음.


하지만 모든 대화를 다 튕겨내는 무적의 프레임 구조를 짜놓고 까고싶은 대상을 일방적으로 깐다는 점에선 일베랑 상통함.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를 내포했기 때문에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사이트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은 변질이 꽤 됐다고 생각함.

아마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 스탠스에 따라서 여러 파생사이트로 갈라져 나갔겠지.


그래도 나는 메갈리아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니시를 시작했다고 보는 입장임.

온건한 페미니즘으로 서로 천천히 변화를 이끌어냈으면 됐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온건한 페미니즘은 십년도 넘게 전부터 해오고 있었음.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알지, 세상 사람들은 그런거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을걸.

메갈리아 이후로 갑자기 페미니즘이 나타난게 아님.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사람들 사이에 음, 유행시켰다고 해야하나. 무슨 단어로 표현해야할지 애매하네.

무튼 이슈화를 시킨거임.


난 메갈리아를 변호하는것도 아니고 사실 싫어하는 쪽에 가까움.

하지만 그게 사회인식을 변화시켰다면 인정할건 인정하자고 생각하는거지. (그게 우리의 노림수였다! 라고 메갈이 말하지만 개소리고. 그렇게 자아성찰한 주체는 나지 메갈이 아님)

그게 긍정적인것도, 의도적이었던것도 아니지만 그 점에서 메갈리아가 뭔가를 해냈다고는 인정하고싶음.


난 사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랑, 그 사람을 보면서 괜히 동네 시끄럽게 만든다고 짜증내는 사람중에 어느쪽이 싫냐면 후자임.

투표 해봐야 아무것도 안바뀐다고 말하는 사람들 진짜 꼴보기 싫었는데 최근 대선때 국회의원석에서 처음으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했잖음.

사람은 작은 성공사례들에서 용기를 얻어서 더 큰 일에 도전할 원동력을 얻기 때문에 자기가 투표로 뭔가를 바꿔볼 수 있었던 경험을 하면 다음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클거임.

그러다보면 점점 사는게 나아질거고, 이놈의 헬조센도 지옥불 온도가 조금은 내려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모든 보수가 일베가 아니듯, 모든 페미니스트가 메갈리아인건 아님.

내 주위 여성 친구중에는 여성이라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을 공감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내가 그 친구들을 위해서 걔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려 노력한다면 언젠가 내가 불편함을 겪는 약자의 입장일 때 걔들이 날 위해서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나도 성권력에서는 수혜자였지만 회사에서 피고용인으로서 언제든지 약자의 입장에 처할 수 있잖음.

그러니까 미리 상부상조한다는 생각으로 양성평등을 옹호하고 있음.

그렇게 실제로 인식이 바뀐 사람이 있다는걸 보여주면 작은 성공의 경험을 느낄거고 앞으로도 목소리를 계속 내주지 않을까 싶어서.




시발; 관심있던 주제라 짧게 쓰려고 했는데 존나 길어짐...내가 진지충이라니 ㅠㅠ

중간에 걍 관둘까 몇번이나 생각했는데 쓰던게 아까워서 걍 올림.


무튼 이건 내 의견이고 여기에 꼭 동의할 필요는 없음. 내가 누군가의 사상을 바꿀만큼 말빨이 좋다고 생각한적도 없고.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