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는 전통적으로 전투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단 공격 굴림에 성공하면 라운드 내에서 "유효타"를 성공적으로 낸 상태이다. d20 이후 최신 판본들은 1라운드를 6초로 표기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덜 와닿을 수 있으나, d20 이전 (OD&D~AD&D 2E) 에는 1라운드는 1분이었다. 그래서 전투가 사실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면서도 비교적 현실과 대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NPC를 설득하거나 대화를 할 때도 우린 종종 스킬 굴림을 한다. 나의 "PC"가 이 사기꾼 하플링 도둑의 거짓말을 눈치챌 수 있는가? 아니면 그를 역으로 속여버릴 수 있는가 등등을 판단하기 위해 능력치를 사용한다. 여담이지만 3.5 PHB에서 이 스킬 굴림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잘 해놓았다고 생각함.


하지만 구조 자체에 대해 나름 별 의견이 없는 전투와는 달리 플레이어로써의 나는 긴장하지도, 실수하지도 않을 자신이 있는데 주사위는 낮은 값이 나와 DC에 도달하지 못해 실패하거나, 멍청한 코볼드 (2024년 버전 D&D에서는 Contest roll 개념이 없어진 것 같다)가 주사위를 더 높게 굴려 INT 18의 영리한 마법사를 골려먹는 일도 생길 수 있다. 20면체로 판정하는게 간편해 보이면서도 사실 뜻밖의 편차가 장난아니게 크다. 


또한 대화와 사회적 상호작용은 굳이 추상화를 시켜놓지 않아도 쉽게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불합리함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지능과 매력이 넘쳐 흐르는 팔라딘을 플레이하면서 고작 d20판정을 실패하여 오크 족장의 발가락을 핥아본 적이 있는가? 이는 웃길 수는 있으나 현실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평소에 가끔 사용하고는 했던 간단한 하우스 룰을 소개한다. 소개하기에 앞서 이 하우스 룰에는 다음과 같은 철칙이 있다:


능동적 행위를 나타내기 위한 굴림을 하지 않는다. 그냥 굴림으로 처리하면 디폴트 룰을 사용하면 되나, 이 하우스 룰을 발동하기 전 플레이어는 DM에서 이를 선언해야하며, 수동적인 매력 (Passive Charisma) 스코어를 사용할 건데, 이것은 (보정치가 아닌 매력 스탯 그 자체)는 10+현재 매력 스탯 보정치로 한다. 현저히 적대적이거나 본능이 지능적인 사고보다 우선시되는 몬스터들, 혹은 협상의 여지가 적은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8+현재 매력 스탯 보정치로 수동적 매력 값을 계산한다. 따라서 매력 18(+4)의 소서러가 식인 고블린을 상대로 인식되는 첫 매력 수치는 고작 12이다. 워낙 얼굴과 몸매가 상당해서 고블린을 상대로도 +1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우리가 아름다운 돼지도 결국 돼지고기로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논리랄까. 사람의 매력과 리더쉽은 직접 그와 대화를 하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한 NPC의 배경과 맞는 스킬에 숙련이 되어 있을 경우 (Aberration 몬스터와 조우했을 때 PC가 Arcana의 숙련도가 있을 경우) 수동적 매력 점수에 +1. 예를 들자면 듀에르가에 대하여 공부했거나 많이 겪어본 드래곤본 마법사는, 그렇지 않은 PC들보다 그들의 행동 양식이나 성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보유한 사회적 스킬들 (Persuasion, Intimidation, 등등)을 사용할 때 숙련이 되어 있을 경우 요구값 충족을 실패했을 때 AC 페널티나 적 공격에 Advantage를 주는 것을 캔슬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차차 설명을 해줄게.



하우스 룰 (수동적 매력 vs 지능 룰)



1. 모든 NPC는 수치적인 값과 별개로 어떤 사회적 상호작용도 거부할 수 있으며, 종종 누구와 대화를 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나, Inspiration (D&D 5판의 경우)을 소비하여 강제로 대화를 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상대의 첫 공격에 Advantage가 붙거나, 대화의 주체가 되는 플레이어나 혹은 파티원 전부의 AC는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5의 페널티를 받는다. 이는 전투가 아닌 대화를 선택함으로써 PC가 짊어지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AC에 페널티를 받거나 상대 공격에 Advantage를 줄지는 플레이어가 선택한다. 


2. 모든 NPC들은 지능 수치에 따라 다음과 같은 요구값 (Demand Value)를 얻는다. 


지능 점수 (Intelligence Score)요구값 (Demand Value)
1 ~ 71
8 ~112
12 ~ 183
19 ~ 304


PC의 수동적 매력 스코어가 상대의 NPC의 지능 스코어보다 높을 경우, 요구값 수치를 한 단계 내릴 수 있다 (최소 1). 이는 대부분의 저레벨 인카운터에서 요구값이 2 정도로 유지되게 함이다. 


예시: 놀 무리군주 (Gnoll Pack Lord)의 지능은 8(-1)이다. 그는 매우 폭력적이고 사나운 녀석이다. 따라서 죠나의 수동적 매력 수치는 12=8+4(매력 보정치 +4)로 계산한다. 이 세계관에서 놀은 하이에나와 같이 야생에서 무리를 지으며 살아간다. 죠나는 자연(Nature)에 숙련도가 있으므로 그녀의 수동적 매력 수치는 +1 보너스를 받은 후인 13이다. 따라서 놀 무리군주의 요구값은 2에서 한 단계 내려간 1이다 (8<13). 


3. 요구값이란, 대화를 하면서 얻어가는 일종의 호감도이다. 추상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대화를 통해 NPC가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득이나 호감, 혹은 생존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값이나 여기서 중요한건 요구값은 NPC가 PC를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는 정보나 행동의 횟수이다. 따라서 다음 예시를 계속해서 들어보자면:


예시: 앞서 말한 놀 무리군주에가 가래끓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뭘 빤히 쳐다보느냐, 약골 인간 마녀야." 그의 입에서 침이 새나오는 것은 상당히 혐오스럽다. 죠나가 한 걸음 앞서 나오며 말했다. "네놈은 운이 좋다."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다섯 명이고 오늘 아침에도 놀들을 죽여왔다. 하지만 너의 무리와 우린 지금은 목적지가 다르다." (DM은 이것을 "협박"으로 판단하지만 죠나는 협박에 숙련도가 없기에 요구값 충족에 실패한다면 전투 시 페널티를 얻게 된다). 놀은 언뜻 연약해보이는 그녀를 보고 코웃음을 치지만, 그녀의 주위에 어느덧 모여든 동료들을 보고 숨길 수 없는 당황함을 내보인다. ".......우리 또한 배가 고프지 않다. 어서 지나가라 인간.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마라." 1 개의 조건 (생존 욕구)을 만족시킴으로써 죠나는 요구값을 충족시켰으므로, 일행은 전투없이 무사히 그곳을 지나가며 200XP를 얻는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Intellect Devourer를 상대했거나 시원찮은 협박으로 놀을 자극했을 경우, 죠나는 대화를 통해 오히려 NPC의 요구에 말려들어가거나 (아이템이나 골드를 바쳐야 했거나), AC에 페널티 혹은 놀이 공격 굴림에 이점을 얻으며 큰 피해를 받았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하우스 룰은 개인적으로 사용해와서 테마가 강하거나 독특한 캠페인을 돌릴 경우 수치가 영 맞지 않거나 시원찮을 수 있겠지만, 그냥 대화를 하며 스킬 체크를 피하는 것보다는 이런 구조의 하우스 룰로 팀원들을 납득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