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들어보셈
잊혀진 고대의 무덤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알현실...
그곳에서 깨어난 강대한 적을 마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투성이가 된 팀원들...!
적은 기록조차 남지 않은 고대의 마법으로 파티를 압박하고 서서히 깎아먹어감...
최전열에서 적의 수하를 상대하던 파이터는 압도적인 물량에 가쁜 숨을 내쉬며 간신히 정신의 끈을 붙잡고 있고...!!
그 곁에 서 있던 클레릭(금발벽안 씹덕포트 엘프, 처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 파이터 뒤의 바닥에 쓰러져 옅은 숨만을 내쉬고 있음...
늘 파티를 곤경에서 구해 오던 소서러가 적의 주문을 어떻게든 방어해 내며 아슬아슬한 대치를 지속시키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요행 따위가 없음을 창백한 그의 얼굴과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넌지시 알려 주고 있는거임...
곧 몰려오는 적들에게서 클레릭을 지키려던 파이터가 불의의 습격을 허용해 그녀의 곁에 쓰러지고 나면...
한계에 도달한 소서러와 고작해야 뒷골목에서 빌어먹던 도적 한 명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
심지어...!!!!
보스와 보이지 않는 마법적 대치를 지속하던 소서러의 창백한 얼굴 위로 붉은 코피 한 줄이 흘러내리고...!!
순간 휘청이며 무릎 꿇은 그의 절망적인 얼굴과 대비되는 보스의 찢어지는 웃음소리...!
보스의 앙상한 손 위로 검붉은 주문의 흐름이 응집되고...!!!
파티를 내려다보며 한참 웃던 그가 웃음을 뚝 멈추고는...
"끝이다."
.
.
.
...그런데...!!!
곧 끔찍한 폭음이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일 것임을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은 파이터와 소서러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무리 기다려도 고요한 정적만이 계속되는 거임...!!
고작 몇 초 지속되는 정적 사이에 수많은 생각들이 흘러가고...!! 마침내 그들이 감았던 눈에 힘을 풀고 서서히 눈을 뜨면...!
불길하게 빛나던 빛을 잃고 허망하게 뻗어진 보스의 손과!!
"감히...!"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내내 가지던 자신만만함을 잃고 일그러지는 보스의 말라붙은 얼굴!!
그리고...!!!!!!
파티 가운데서 로그가...!!! 죽음 직전의 순간에 반사적으로 내뻗은 펼친 손 위로...!!!!!!!
보스가 파티를 끝장내려던 검붉은 빛이 일렁이며 맺혀 있는 거임!!!!!!!!!!!!!!!!!!!!!!!!
로그 자신조차도 몰랐던 힘(레벨업)이...!!!
사실...!!!! 보스전 전에 있던 롱레스트때...!!!! 적용되어 있었던 거임...!!!!!!!!!!!!!!!!!
이내 그의 손과, 그 위에서 일렁거리는 주문의 빛, 일그러진 보스의 얼굴로 상황을 파악한 로그...!!!
주문을 바라보며...! 동료들의 짐이 되는 것만 같았던 자신...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채 뒷골목을 전전하며 살아온 자신의 초라한 출신... 그럼에도 자신을 받아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안심감 등등이 섞인...!!! 그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던 표정이 잠시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고는...!!!
이내 평소의 자신만만하고 뺀질거리는 표정으로 돌아와...!!
보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무언가 멋진 대사" 를 치고 소서러의 "날려버려!!!!!" 라는 외침을 배경삼아 내뻗어지는 그의 손!!!!!!!!!!!!!
보스 자신에게 돌아오는 고대의 응집된 마법과!!!!! 모든 것이 겨우 도적놈 하나에게 일그러졌다는 보스의 분노에 찬 고함을 마지막으로...!!!!
뽕에 취해 자기들끼리 드립치며 노느라 어떤 PL도 신경쓰지 않는 GM의 전투 마무리 묘사가 이어지고...!
파티는 무사히 살아돌아오는거임...!!!
ㅈ간지
PC들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는 거.. 나는 ㅈㄴ좋아함 ㅋㅋㅋ 활약하는 동안에는 주사위굴림 같은거 하지 말고 그냥 이벤트 컷씬으로 활약해도 됨 ㅋㅋㅋㅋㅋ 다만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모든 PC들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야 함 ㅋ
오늘 레딧에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던 거 같은데
나랑 같은 생각의 양턀붕이가 있었나봐
스펠시프와 비가일러에 로망이 있었는데 정작 비가일러 실제 해봤을 때는 정신 마법 안 통하는 적이 넘 많더라...
현실은... 파이터가 액션서지로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르는 보스를 카와이한 별모양으로 썰어내는 동안... 보스의 수하 20마리가 굴려대는 명중굴림을 호탕하게 웃으면서 맞아주는 AC 24짜리 귀쟁이말갈족 클레릭... 보스가 제발 한 번만 봐 달라고 비참하게 싹싹 빌면서 겨우겨우 만들어낸 파이어볼을 사악하게 웃으며 카운터스펠하는 소서러라는거임...
121 142 로망과 현실의 메타인지가 너무 처참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문돚거질 댄5판에 왜 없나 아쉬움
"무언가 멋진 대사" "어떤 PL도 신경쓰지 않는 GM의 전투 마무리 묘사" ㅅㅂ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