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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로우 (인간 도적)





소문이 자자한 탈옥수다.

듣기로는, 난공불락의 심바룸 지하감옥 입구에서 당당하게 제 발로 걸어나왔다고 한다.

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군가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하니 주의하자.




미로 (인간 사제)





미로는 세상의 소음 속에서 숨 쉬는 법을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그녀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눈동자는 늘 불안하게 주변을 살핍니다. 마법사 볼코프의 차가운 실험실에서 보낸 유년기는 그녀에게서 세상을 향한 믿음을 앗아갔고, 탈출 후 마주한 '자유'는 친절을 가장한 속임수와 배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미로는 늘 작고, 예민하며, 위축되어 있습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하지만 그 연약한 껍질 아래, 미로의 심장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볼코프의 억압적인 질서를 불태우고 그녀를 탈출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날, 예고 없이 터져 나온 신성한 빛의 기억입니다. 그 힘은 통제나 규칙이 아닌, 오직 신성한 자유를 갈망하는 내면의 외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볼코프를 살해한 순간은 여전히 악몽처럼 미로를 따라다닙니다. 그것은 계획된 복수가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속박을 끊어내려는 본능적인 폭발이었습니다. 그 순간 느꼈던 압도적인 힘과 해방감, 그리고 생명을 빼앗았다는 끔찍한 현실 사이에서 미로는 길을 잃었습니다.

세상은 미로의 순진함을 비웃듯 상처를 안겼습니다. 반복되는 사기와 배신은 그녀에게 사람과 사회의 '규칙'이란 것도 결국 교묘하게 약자를 옭아매는 덫일 뿐이라는 불신을 깊게 새겼습니다. 그래서 미로는 끊임없이 눈치를 봅니다. 친절 속에 숨겨진 가시를, 약속 뒤에 감춰진 거짓을 먼저 찾으려 애씁니다.

지금 미로의 마음은 전쟁터입니다. 그녀 안의 신성한 불꽃은 눈앞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약자를 보호하라 외칩니다. 규칙 따위는 무시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와 세상에 대한 공포는 그녀의 발목을 잡습니다. "나서지 마, 다치게 될 거야", "아무도 믿지 마"라는 볼코프의 망령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그래서 미로는 오늘도 망설입니다. 선한 양심과 자유로운 영혼은 그녀를 행동으로 이끌려 하지만, 뿌리 깊은 두려움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녀는 근근히 살아가며, 언젠가 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 안의 빛을 온전히 피워낼 날을, 그리고 자신처럼 외면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진정한 자유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날을 마음 깊이 꿈꾸고 있을 뿐입니다.


심바 손 (인간 전사)



빙글나비 마을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정신이상자에 추잡한 잔혹함에 미쳐있습니다.

 마을의 어른들은 인간의 몸에 붙어있는 피륙이란 고작 하찮은 생명을 박동시키고 지루한 삶을 영위시키기 위함이 아닌, 태초에 존귀했던 질병신의 가호를 유지시키기 위한 제물로써 바쳐지기 위함이라고 설파하였고, 그 '제물' 조차도 자기네 마을 내에서 서로를 해치는 것 보단 마을 바깥의 상인, 모험가 따위의 년들을 잡아다가 해마다 낳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피륙을 바쳐대 제사를 유지시켜 왔습니다.

 심바와 자와디라는 두 자매는 그런 빙글나비 마을의 어린 주민입니다. 그녀들은 운 좋게도 할당된 제물의 양을 벗어난 바깥 년의 딸아이들 이였고, 가끔 쇠고랑에 채여진 그녀들의 '낳은 년'은(바깥에선 부모라고 부릅니다.) 귀리죽을 퍼다 줄 때면 이리 오거라 하고 이 마을 너머의 '상식'들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 상식의 내용이란게 학교에서 가르쳐주던 것과 달리 참으로 기괴하고, 비틀린 것 이었습니다. 마법사라는 것들은 자기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이라는 정신체제로 황량한 돌바닥에 꽃을 피우고, 전사라고 부르던 인간의 용력을 초월한 자들은 쇠고랑 따위보다도 단단한 이빨을 가진 괴물을 두 짝으로 쪼개버린다지 않습니까?(괴물의 이름을 묻거든, 드래곤이라 불렀습니다.)

 비록 양 사지의 힘줄 부분이 끊겨있지만, 그녀들의 '낳은 년' 또한 위 존재들과 같이 모험가라고 칭해지는 자였기에 그녀가 들려주던 체험담은 지금 세 가족이 여행길에 떠난 듯 생생하였고, 모험의 로망은 심바와 자와디의 마음 속에서 큰 울림으로 각인되었습니다. 개 중에서 심바는 전사의 이야기를. 자와디는 마술사의 이야기를 사랑했습니다.

 심바는 생각했습니다. 다른 말론 심바는 잠 잘 때마다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만일 내 팔뚝에 '낳은 년'의 발목에 달린 쇠고랑을 부술 힘이 있다면, 이유도 모르고 내 볼을 때려대는 저 어른들의 얼굴을 역으로 때려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이 마음속에 쿰쿰히 쌓여있던 응어리짐과 의심 또한 같이 떨쳐낼 수 있을까? 라고.

 자와디 또한 그리 생각했습니다. 허나 심바와는 다른것이, 그녀는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동생에 손에는, 꿈을 이룰 불길한 횃대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빙글나비 마을에 불이 번집니다. 그 불의 형상은 감정을 장작삼아 분노를 연소시키고 타오르는 붉은 불빛이 아닌, 검은 불꽃이었습니다. 월광조차 비추지 못하는 심연의 밤처럼 칠해져있던 검은 불꽃은 곧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길러질 어린 아이들과,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힘줄 끊긴 '낳은 년'들을 태워 일어난 흑마법의 비명섞인 불길한 불꽃이었습니다.

 자와디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마을 중앙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던 심바의 손 잡곤 가슴까지 끌었습니다. 같이 가자고. 이게 마법이다, 저 들이 알려주었다. 너에게도 알려주겠다. 나와 같이 마을 바깥으로 떠나자! 자와디의 제안엔 절박함에 곁들여진 달콤함을 품고 있었고 곁엔 후드를 뒤집어 쓴 못 보던 어른들이 서있습니다.

 허나 그런 마법적인 밤에 짙게 깔린 혈향의 미학을 심바는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자와디의 손을 뿌리치고 그저 도망친 이유가 그것입니다.

 이제 심바는 꿈을 꿀 수 없습니다. 후천적인 불면을 안고서 보초를 서는 심바는 손을 놀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면서도 그 날 밤을 뇌까립니다. 동시에 고요히 사색합니다. 언제고 자신의 동생을 그 흑마법사들의 손에서부터 되찾고 말겠다고, 또. 그 날 죽은 빙글나비 마을의 역겨운 어른들과 '엄마'에게 보여줄 강한 자신의 모습을 구축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