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작성한 문서를 다 읽었음. 내가 느낀 장점/단점과 개선방향을 써보겠습니다.
0. 문서의 포맷이나 디자인 등, 틀은 아주 깔끔하고 좋음. 솔직히 나보다 잘 만드네 (난 바빠서 너무 대충 만듬...)
다만 목차 앞에 변경이력이 있었으면 더 좋겠음. 누가, 언제, 최초로 어떤 버전을 작성했고 그 후에 어떤 수정을 해서 현재 어떤 버전인지 표로 적는 거지.
변경이력을 적으면 문서 히스토리랑 변경/삭제/추가된 부분이랑...뭐 아무튼 관리하기 매우 좋다. 버전별로 파일이 따로 있으면 더 좋고.
1. 이 문서가 정확히 무엇을 왜 분석하는 것인지, 문서를 작성한 이유와 문서의 목적을 써서 이 문서를 소개하고, 읽을 마음이 들도록 설득(?)하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
프로필의 게임 소개까지는 괜찮아. 그런데 그 후에 갑자기 게임의 핵심 재미로 탐험/의미 있는 선택이 나온 다음
뒤에서는 '이 문서는 ~전투 구성 요소를 분석하고 제작 구현 가능함을 목표로 한다' 라고 딱 한줄 써있는데...
뭐 대강 목표가 추측은 되지만, 여전히 "그래서 이 문서를 왜 만든 거고, 앞으로 정확히 뭘 구현할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
나라면 목차 바로 앞에 한 장을 할애해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는 90년대 ~들의 아이소메트릭 쿼터뷰와 여러 명의 캐릭터를 한꺼번에 조종하는 틱&라운드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계승한 PC 기반 RPG이다. 현재 RPG 시장의 추세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AAA급 대작 콘솔 액션 RPG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개발&출시한 뒤 스팀 플랫폼에서 ~만큼 매출을 기록했고 메타크리틱 스코어는 어쩌고 저쩌고~아무튼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는 매우 고전적이고 복잡한 전투의 핵심 뼈대는 고수하면서도, 최신 게임에 익숙한 북미 게이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전투 시스템을 단순히 분석하는 것을 넘어 역기획으로 직접 구현해 보고, 그 안에 담긴 장단점과 성공 요인을 철저하게 추출하여 이해해 보고자 한다." 뭐 대충 이런 느낌으로 쓸 것 같음. 아 막 지어냇더니 존나 엉망이구만. 이거 똑같이 쓰지 마라.
물론 이게 실무 기획서라면 안 쓰고 바로 기획 의도와 그 이유, 컨셉 소개로 들어가겠지만, 지망생의 포트폴리오니까 말이죠...
2. 전투 시스템을 그냥 막 나열하지 말고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한 편의 유저 시나리오로 서술했으면 좋겠다.
적/아군 인지 시야 범위, 전투 시작/종료 조건, 훌륭한 분석이고 아주 세세하게 잘 봤어. 당연히 문서에 다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맞아.
그런데 지금 이 문서는 이렇게 힘들게 추출해낸 게임의 피처들을 잘 이해가 안되는 순서로 소개하고 있어.
이렇게 쓰면 이 전투 시스템이 왜 좋고, 왜 재미있고,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상상하기가 너무 어려워.
이럴 때는 항상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입장에서 소개하는 게 베스트다.
유저가 게임 화면을 띄워서, 캐릭터를 조작하여 한 차례의 전투를 진행하고 종료하는 시나리오를 서술하는 거지.
첫째로 전투가 벌어질 화면이 있겠지. 화면에 비전투 상태인 캐릭터들이 표시될 거고, 그 캐릭터들이 보고 있는 시야 범위만큼 나타나겠지? 여기서 자연스럽게 PC의 인지 범위와 전투에 쓰이거나 변하게 될 UI 등을 소개할 수 있겠지.
그 다음에 적들이 접근해 와. 여기서 적을 표시하는 UI, 적들의 인지 범위, 그리고 전투 시작 조건 같은 것들이 나오면 되겠지.
그 다음에는 전투가 진행되고...전투 상태의 표시 방법, 전투의 기본 규칙, 전투 때만 활성화되거나 적용되는 예외 처리 규칙이 있으면 그것도 적고...
그리고 전투가 종료되면...전투 종료 조건, 종료한 후 리차지되거나 회복하는 패러미터가 있으면 그것도 적어 주고...전투가 종료되었을 때의 상태(승리/패배/전투불능/게임오버)...
자, 이렇게 시나리오에 따라 적으면 이 기획서를 읽을 다른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한 번의 전투를 상상하며 읽을 거고, 이해하기도 쉽겠지?
3. 역기획 범위가 너무 크다. 일단 기본 전투 규칙부터 추출해서 작성해라.
아무리 봐도 전투 시스템 전체를 한번에 다 구현하려고 하니 너무 큰 거 같은데?
나라면 클래스나 종족, 각종 스킬과 마법, 중립 NPC 강제전투, 보스전처럼 심화된 내용이나 예외 규칙이 들어가야 할 부분은 잠깐 잊어버리고,
이동, 전투 시작, 공격, 방어, 피해, 승리와 패배 같은 기본 전투 규칙부터 추출해서ㅡ위에서 말한 시나리오에 따라 써 보면서 기획할 거다.
4. 게임의 모든 부분에는 "핵심 의도"가 존재한다. 그 의도의 분석과 구현이 완료되면, 항상 핵심의도를 알아듣기 쉽게 요약해서 맨 앞에 정리해주자.
솔직히 나도 귀찮아하는 부분이지만...기획서는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구현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문서란 말이지?
근데, 수백 페이지짜리 기획서를 그냥 퉁 던져놓고 내가 너한테 요청한 내용의 핵심 의도는 알아서 파악하세요...이러면 같이 일 못하지.
예를 들어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전투 시스템의 핵심 의도 중 하나가 "도전적 난이도" 즉 의도적으로 플레이어한테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거라고 해 봐. (진짜 그런지는 난 몰라. 그냥 예시임)
그럼 그 도전적 난이도를 구현하기 위해 대충 어떠어떠한 시스템과 규칙이 들어갔다는 것을 시시콜콜 설명하려고 하겠지?
바로 그 설명 앞쪽에 적으라는 거야. "이 전투 시스템의 핵심 의도는 플레이어가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뭐뭐한 규칙 A B C D가 있습니다.
이 규칙들은 이러저러하게 작동해서 이러쿵 저러쿵한 결과가 됩니다." (=이게 개 쩔 게 재밌는 부분이니까 이렇게 되도록 구현해주세요 제발...)
*역기획서 작성할 때, 아마 이 핵심의도 추출과 요약이 제일 어려울 거다.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반복하게 될 건데 그게 정상이니까 음...힘내라.
대강 읽으면서 생각나는 대로 적었더니 영 보기가 안좋네. 근데 졸려서 못고치겠다. 이해 안되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로 달아라.
문서 작성 강의시간에 들은 내용이 보인다...
ㄴ아마 다 어디서 들은 소릴걸
....!!기다리다가 잠들었는데 이렇게 글로 써줄줄 몰랐네. 매우 매우 고마움. 그...변경이력 관련해서, 어제 링크해준 카페에서 봤던 글인데 포폴에서 그게 없으면 좋다고 하던 현업자댓글을 봤는데 이런 뉘앙스던데 , 변경이력은 문서를 작성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언제 만든 문서인지 알수 있으니까 안쓰는게 좋다..이런식이었는데, 그건 그 댓글단 사람의 개인 의견일 뿐이겠지...?
ㄴ포폴이니까 없어야 한다는 건 좀 이상한데. 나는 문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어떻게, 왜 변경했는지 히스토리를 다른 사람에게 빠르고 적절하게 공유하는 등 변경이력도 엄연히 기획서가 포함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함. 그 사람은 그냥 읽기 귀찮은 거 아닐까?
음...인지범위라던가 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나눠서 따로 쓰려고 했었던 것도 읽기 불편한 이유일 수 있겠구나..
아, 물론 변경이력에서 혹시 작성자의 지나치게 느린 문서작성능력(..) 따위가 노출되는 등 단점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면 그 사람 말대로 역효과겠죠.
라이스미스 / 응..나도 그말이 맞는거라고 생각해. 근데...여러가지를 날조로 하길 좋아하는 곳에서도 몇번 일해보니까 그 사람말이 그냥 지어낸말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서 말야. 그, 전투 판정규칙을 역기획서에 넣을때, 각 능력치(근련/지능같은)가 수정치가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능력치 항목으로 이 역기획서에 포함시키는게 맞을까? 판정규칙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고 각 수치에 어떤 능력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만 쓰려고 하니까...각 능력치들이 뭘 의미하는지 모를것 같았었는데
ㄴ캐릭터 스탯에 대한 설명도 물론 들어가야 함. 단, 이건 매우 큰 덩어리이기 때문에 전투 규칙을 설명하다 갑자기 캐릭터 스탯으로 넘어가지 말고, 뒤의 캐릭터 스테이터스 부분을 봐달라고 적고 따로 정리하는 게 좋겠죠.
라이스미스 / 라이아재한테는 존댓를 하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그쪽이 문서를 이해하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일단 지금 시점에서 이해한 만큼 작성해보고 다시 물어봐도 될까요? 문서를 다시 봐달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한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전투 시작/종료 메커니즘 및 명중/피해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플로우차트를 작성하면 프로그래머가 기획서를 볼 때 더 도움이 될까요?
ㄴ규칙을 설명할 때 플로우차트가 정교하면 도움이 되지만, 아마 서버 프로그래머에게 실제 도움이 될만큼 정교하게 적긴 어려울 테니 난 차라리 빼는 걸 권장...그보다는 전투규칙의 각 요소 즉 명중이나 피해 계산 등의 정의나 내용을 정확하게 적어서 프로그래머가 파악하기 쉽게 해주는 쪽이 더 좋습니다.
질문은 이 글에 달면 종종 확인하겠음.
라이스미스 // 다시 한번 감사를...방향성을 확인 받을 수 있다는게 참 좋은거 같습니다. 의욕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