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온갖 전자기기와 격리된 채로 군대 훈련소에서 보내는 주말은 사회와는 다름


좋게 말하면 편안하고, 나쁘게 말하면 뒤지게 심심함


그래서 마땅히 할 걸 찾아보다.. 친해진 애들이랑 TRPG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함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음


1. Trpg를 할 장소가 없다

2. 룰북이 없다

3. Trpg를 해본놈이 나밖에 없다


1번은 간단하게 빈 교실을 찾아 들어가는걸로 해결됐고, 3번은 내가 GM하면서 알려주면 됐는데


룰북이 하나도 없는게 큰 문제였음


핸드폰이나 인터넷은 커녕 신문조차 못 보고, 밖에서 들고오는게 허락된 물건은 기껏해야 성경책 수준인 동네에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았느냐?











공책을 찢어서 내가 기억하는 던전월드 룰북을 그대로 옮겨 적음


캐릭터 시트도 마찬가지로 각 직업별로 하나하나 수제작함


핵심액션하고 고급액션중에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 건 적당히 메꾸거나 다른 직업에서 긴빠이치는걸로 해결함


어차피 룰북 아는건 나밖에 없으니까 플레이어들은 틀려도 모른다는 마인드로 ㅋㅋㅋ






하중 시스템같은 별 쓸모도 없는건 그냥 건너뛰고 적당히 게임이 굴러갈 정도로만 적어서 바로 시작함


처음에는 주사위 대신 1부터 6까지 적은 종이중에 하나를 골라서 뽑게 했는데, 좀 짜치는것같아서 


나중인 편지지랑 의무실에서 빌려온 종이테이프를 활용해서 주사위도 만듦




(나름 잘 굴러간다)



하다가 한번은 교관한테 들킨적도 있는데, 피식 웃으면서 넘어가주더라


몇번 플레이해보니까 아예 제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국 정식으로 허락받고 부대 내에 TRPG 동아리를 개설함


TRPG가 뭔지 1도 모르는 상사한테 왜 우리가 TRPG를 꼭 해야만 하는지, 보드게임 동아리랑 합치면 안되는 이유가 뭐 때문인지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셈


진짜 너무 힘들었음.. 암튼


훈련기간 절반쯤 지나갔을 때부터는 동아리 용품 반입이 허용돼서


어칼, 아곤, 탐공사 룰북과 진짜 주사위!!를 택배로 받아가지고


열심히 플레이하면서 놀았음


막판에 TRPG 동아리는 한 열댓명쯤 되는 인원이 됐는데


아쉬웠던 건 GM이 나 포함 두명(한명은 플레이어였다 중간부터 GM함)밖에 안돼서 


하고싶어도 자리가 다 차서 계속 못하고, 결국 TRPG에 대한 흥미를 잃은 친구가 좀 있었음..


trpg동아리 운영하면서 재밌었던 일도 많았는데 지금 너무 바빠서 말을 줄임


다들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trpg 하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