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적은 이유는 내가 팝콘 브레인이라 캐릭터를 머저리같이 굴리지 않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다.


플레이어들은 가끔씩 자기 캐릭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캐릭터가 행동할 때 생기는 여파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플레이어는 상당히 위험한 플레이어다.


요컨데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해당 세계에서 살아있고 생각하는 존재임에도 마치 무언가 씌인거처럼 행동하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다는 것이다.


중세 배경의 마을에서 태어나 같이 자란 PC들은 일행 중 한명의 누이가 열병에 걸려 약을 구하기 위해 영주의 도시로 향하는 육로를 따라 걷다 서쪽의 가파른 언덕의 수풀 사이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들은 도적이었고 의기양양하게 육로로 걸어나오며 가진 것을 내놓으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하였다.


일행 중 가장 빠르고 손재주가 좋은 메호라크는 기습적으로 화약이 꽉꽉 담긴 병을 던지고 화약의 분진이 공기 중에 퍼졌을 때에 불화살을 쏘아 도적 상당수를 터뜨려 죽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도적들의 뒤를 쫓아 전부 처리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PC 일행은 도적들의 외견을 확인하지 않았고 중세 시대의 도적들은 단순히 직업이 '도적'인게 아니라 영지의 농노나 자유민이지만 부업으로 도적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PC 일행의 뺀질이이자 손재주가 가장 좋고 두툼한 입술이 인상적인 메흐라크는 도적의 시체가 메흐라크의 생일에 사슴 가죽을 직접 무두질하여 방한 코트를 꿰어준 삼촌 시라스-루캇인 것을 알게 되었다. 왼손의 엄지에 손톱이 없는 것을 보고 그 시체가 삼촌인 것을 알게된 것이다.


하지만 메흐라크는 아무 생각 없이 시체의 허리춤에 달린 가죽 주머니에 동전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플레이어 캐릭터가 매정하게 삼촌을 죽이고 삼촌 시체의 돈을 갈취하는 후레잡놈의 새끼라고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만약에 내가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지가 있었으면 도적들을 보며 저들이 무슨 무기를 갖고 있는지, 어떤 방어구를 입고 있으며 무리의 대장처럼 보이는 자가 누구인지 알려고 할것이다.


그렇게 적의 동태를 살피는 동안에 도적 중 한명이 메흐라크의 삼촌인 시라스-루캇이라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메흐라크의 플레이어가 내가 그곳에 존재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인지가 있었다면 이런 결론이 나오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단순히 도적들을 살펴본다는 선언 한개만 했으면 됐기 때문이다.


삼촌인걸 알고 있지만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싸이코패스 같은 캐릭터라면 상관 없겠지만 메호라크는 그냥 '손재주가 좋은 농노'였다는 것이다.


이런 드라마같은 일이 아니여도 그 세계에서 NPC를 대하는 태도나 어떻게 생활하는 지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긴다.


메흐라크는 모험에 사용할 밧줄을 구하기 위해 경유지의 여관을 떠나 가죽으로 엮은 밧줄을 구매하기 위해 정육점으로 향했다.


정육점의 주인은 약간 통통하고 주름진 얼굴에 O자 탈모가 있었는데, 메호라크는 정육점 주인을 보며 크게 웃으며 더럽게 못생겼다고 나무랬다.


정육점 주인 졸트락은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메호라크를 보며 너한테 뭘 팔건 30% 더 비싸게 팔겠다고 말하자 메호라크는 표정을 썩히며 이 개같은 새끼는 뭐지? 라고 생각했다.


메호라크는 씩씩거리며 정육점을 나갔고 잡화점에서 밧줄을 구매하였다 (잡화점의 아낙네는 꽤나 반반했기 때문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도 그냥 메호라크라는 인물이 뚱뚱하고 탈모가 있는 사람을 보면 비웃는 사람이었다면 상관 없겠지만 세계 내에선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아니면 여행을 하는데 비누를 사지 않는다거나, 산 속에서 야영할 때에 무엇을 하냐 물어보면 '그냥 잔다'고 선언하는 플레이어라거나.


그냥 내가 이 세계에 숨쉬고 생각하는 캐릭터라는 과정을 해보면 캐릭터를 연기할때에 위 같은 기괴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