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러너팀은 존슨씨(여기는 한국이라 사실 김씨)가 이어준 형사 한명이랑 기업은행 데이터베이스에서 파일 하나를 빼올테니 경찰 내부문서를 보여달라는 거래를 했어.
저쪽의 제안은 파일을 먼저 가져오면 우리가 찾고있는 인물의 정보랑 우리한테 도움이 될 수사 진척 상태를 제공하겠다는거였고
형사의 권력으로 우리가 들켰을 때 경찰이 들이닥치는걸 30분정도 늦춰줄 수는 있으니 그 외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어
우리 작전은 심플했는데, 매트릭스 담당 두명이 보안 알람을 마비시키면 사무라이 두명이 쳐들어가서 쓱싹하고 파일을 챙겨서 나오는거야
상황이 안 예쁘게 흘러가면 플랜B로 은행강도인 것처럼 위장하게 네명 모두 가면을 썼지. 섀도우러너가 경찰이랑 거래해서 은행 턴게 알려지면 이것저것 귀찮아지거든
멋진 작전이지 안그래
경비는 전부 무력화시켰지만 물론 은행 지하에 숨겨져있는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는 종류의 그런 섬세한 일은 무식하게 총갈긴다고 되는건 아냐, 머리를 써야지
그래서 은행장한테 우리 말을 안들으면 머리를 터뜨리겠다고 했어
우리가 비밀통로로 내려가는 동안 사무라이 한명은 위에 남아서 돈을 챙길거였고. 섀도우런에서 이렇게 속편하게 루팅할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아
아무튼 은행장은 별 볼 일 없는 민간인이라 이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편하게 데이터센터까지 진입했어
이 은행장이 통일 대한민국 재계의 거물이자 현 대통령인 이강호 장군(그래, 섀도우런 세계의 한국은 군통수권자가 대통령인 쌍팔년도식 군부독재 디스토피아야)과 유의미한 경쟁을 벌였던 정치인인데다 우리 러너중 한명의 전부인을 와이프로 두고있었다는건 별로 안중요하니 넘어가자고
런은 큰 마찰 없이 꽤 잘됐어. 은행장을 위협하던 페이스 사무라이가 은행장을 쏴죽이기 전까지는
테크노맨서가 서버에서 파일을 뺴오는동안 페이스는 은행장과의 일대일 '면담'을 벌였고 젤탄이 들어간 샷건으로 위협사격을 하려다 실수로 죽여버린거야.
섀도우런으로 젤탄으로 사람이 죽을수 있는지 이걸로 처음알았어, 알고보니 장총 사격 DP를 13정도 굴리는 페이스가 다이스갓의 축복을 받았는지 9성공을 띄우고(13다이스면 3~4다이스 정도 기대하는 게 보통이야) 17 기절데미지를 쌩으로 박아버린거지
보통 기절피해를 받고 쓰러지면 의식만 잃고 말지만, 기절 피해상자가 꽉차면 추가로 받은 기절피해 2당 물리피해 1을 주는데다가 민간인은 피통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이 불쌍한 아저씨는 압도적인 운동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어
은행장이 숨을 쉬지 않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자리에 있던 모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어.
절대 거물을 죽이고 나서 찾아올 후환이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야. 사람을 죽이는건 나쁜일이라서 그래
마침 페이딩을 치료하느라고 메디킷을 들고있던 테크노맨서가 응급처치를 시도해봤지만 의료기술은 네크로맨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일밖에는 되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붙잡고 돈이 될만한 걸 다 챙긴 다음 최대한 빨리 자리를 뜨기로 했어
그렇게 금고에 있는 걸 긁어모아서 자루에 담고 있는데...
이새끼들 뭐야
은행강도다
우리가 은행강도로 위장한건 맞지만 그건 불필요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였지 우리가 진짜 은행강도는 아니야. 물론 가면도 썼고 총도 쐈고 금고도 털었지만 적어도 우리는 의뢰도 받았고 뒷조사->공작->전투->철수라는 정석적인 섀도우런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았어
하지만 저 은행강도들을 봐봐, 은행 털겠다고 밴을 몰고서 은행 정문을 뚫고 들어왔다니까 이게 믿겨져?
비록 페이스, 사무라이, 리거, 데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러너팀 구성인데다가(생각해보니 테크노맨서가 리거도 겸하니까 우리랑 조합이 같네) 어중이떠중이 깡패 수준의 실력이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요란스럽게 일을 처리하는건 이미 러너라고 할 수 없어. 게다가 여긴 이미 우리가 다 털었다고
여기에는 더 이상 가져갈 게 없다는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총질을 하더라니까. 정말 무례하지
그래서 우리는 이 무법자들을 제압하고 기관단총, 경기관총, 츠바이핸더, 사이버덱과 7만뉴엔짜리 승합차를 얻을 수 있었어. 정당방위니까 저 친구들도 이 정도 가져가는 것쯤이야 이해해줄거야
그리고 자칭 러너라는 은행강도 친구들이 크게 이벤트를 벌여준 덕분에 운이 좋다면 은행장 살해 혐의와 금융기관 강도 혐의는 이 불쌍한 녀석들에게 덮어씌워질 수도 있겠지. 이래서 사전조사가 중요한거고 일을 조용히 처리하는 게 중요한거야
사실 마스터 재량으로 은행장은 안죽은걸로 바꿔주셨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재미있잖아
알았어요 영감님 총 좀 덜쏘고 좀 닥치고있을게요 - dc App
한때 대통령자리놓고 현대통령(군사)과 경쟁 벌인 남자가 별볼일없는 민간인.....? 아아아, 쉐도우런 지구의 미래가 어둡구나!
경찰은 은행강도 사이에서 분배를 놓고 내부 분쟁이 벌어진 걸로 추정
ㅋㅋ 재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