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선선해지니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했던 플이 생각나네. 아마 날씨가 그때와 비슷해서 그런 것 같네.



평소처럼 D&D 마스터 잡고 굴리고 있었음.


나나 PL들이나 고블린 슬레이어에 빠져있을 때였어서, 다종다양한 고블리노이드들 내보내면서 쪼렙 분투기 찍고 있었음.


PL 중에 TR 뉴비 + D&D 뉴비인 파이터가 있었는데, 이런 전개에 특히 신나했음. D&D가 두 번째였는데, 첫 번째 D&D 플(다른 마스터)에서도 고블린 슬레이어 컨셉 잡는답시고 근접 레인저하다가 개처참하게 찌발려서 슬퍼했는데, 이번에 마스터나 다른 팀원들이 작정하고 고블린 슬레이어 파쿠리 플레이하는데다, 파이터인 본인도 검방에 투척단검까지 들려주고 고블린 슬레이어 컨셉플 시켜주니까 아주 즐거워했음.


원래 검방 파이터(이하 고블린 슬레이어)는 개병신 취급받긴 하지만 쪼렙때 만나는 고블린따리들 머갈통 쪼개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말이야.

(물론 레벨 올라가면 다른거 줄 생각이었음)



그리고 플레이 중반 쯤, 고블린 슬레이어의 개인적 복수(가족의 복수 어쩌구하는 씹덕 머시기)에 팀원들이 적극 찬동하면서, 파티는 고블린 슬레이어의 고향마을을 잠식해 들어가는 고블린 부족의 족장을 참수하기 위해 고블린 산채가 위치한 마을 뒷산을 침공했음.


특히 고블린 슬레이어는 용감한(=가족을 잃어 눈이 뒤집힌) 마을 주민 5명을 회유하여 파티의 전투원(=화살받이)으로 데려가는 혜안을 보이기도 했음.


물론 마을 주민(커머너)들은 파티원이 맞을 화살을 대신 맞거나, 도끼를 대신 맞아주며 머리가 터져나가는 용맹함을 보여주며 솜사탕처럼 녹아내렸고,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마을 주민의 (개)죽음에 분기탱천하여 더욱 가열차게 산채 레이드를 실시했음.


그리고 마지막 전투에서 고블린 슬레이어를 제외한 모든 파티원은 (파티의 레벨에 맞게 증강된 CR을 가진) 고블린 보스의 압도적인 무력에 줘패지게되었음. 주사위 억까가 좀 심하긴 했음.


물론 고블린 보스도 기존에 성공적으로 수행된 전투 기믹과 파티원들의 거센 반격에 당해 빈사 상태였음. 고블린 슬레이어한테 딱 한 대 맞으면 죽을 정도?


문제는 고블린 슬레이어도 곧 뒤질 것 같은 상황인데다 고블린 보스가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턴이 앞선다는 점이었음. 세컨드윈드야 진작 썼고.


게다가 고블린 슬레이어 플레이어의 분노에 찬 RP(그 투구 안에서 눈 빨갛게 빛내면서 대충 씹덕한 대사 부르짖기 + 좆간지나보이는 브금에 대충 씹덕한 연출)가 이미 진행되어서, 전원 개씹덕인 플레이어들 모두 오오 지린다 하면서 고블린 슬레이어의 눈부신 활약(막타)을 기대하고 있었음.



근데 여기서 고블린 보스가 '몽둥이 휘둘러요' 딸깍 한 번으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결의를 뭉개버린다? 존나 짜쳐버리고 텐션도 팍 내려갈게 뻔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음. 고블린 슬레이어는 본편에서는 온갖 계략과 꼼수로 문제를 헤쳐나가다가 뒤질 것 같을 때엔 또 광기에 가까운 결의를 보여주며 고블린들이 실금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보이잖아? 무슨 패왕색 패기 쓰는거마냥 ㅋㅋ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 플레이어가 보여주었던 혼신을 다한 RP를 떠올렸음. 고블린 보스가 거기에 살짝 지리면서, 한발 물러서는 행동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음. 때마침 근처 전장에 땅에 떨어진 석궁도 있고, 고블린 시체에 포션도 남아있었고.


살짝 지린 고블린 보스가 그걸 활용하기 위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막타 딸깍을 하는 대신 그쪽으로 이동시키면 되겠다 싶었음. 고블린 슬레이어한테 시간을 벌어주는거지.


그리고 이런 의도적인 이동을 통해 고블린 슬레이어의 기회공격을 맞게 해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고도 싶었음.


실제로 운좋게도 고블린 슬레이어의 기회공격이 딱뎀 딱코로 적중해서 무사히 고블린 보스를 눕힐 수 있었음. 당연히 플레이어들 다 광분하고, 고블린 슬레이어도 존나 행복해하고, 나도 파티 전멸 막고 여튼 도파민 최고조 상황이었음.



근데 잠깐 몬스터 시트를 보는데, 그동안 인카운터에서 고블린들 어빌리티 하나를 뺴놓고 굴리고 있었던 것임;


고블린들 보너스 액션 중에 님블 이스케이프라고 있는데, 이게 이동 시 기회공격 안받는 능력이란 말임.


다 끝난 와중에 뒤늦게 보너스 액션 빼먹었다고 롤백한 다음 님블 이스케이프 발동해서 고블린 보스 살려봤자 뭐하겠음? 이미 다들 행복한 상황이었는데.


그리고 산채 레이드 내내 기회공격으로 고블린들 끔살시켜 위기 넘긴 상황이 쌔고 쌨는데 굳이 여기서 이걸 다시 하자고 하는 것도 존나 짜치는 상황이고.


그래서 걍 이번 세션의 고블린들은 변종이라서 시트에 님블 이스케이프 액션이 없는 것으로 몬스터 스탯 수정하고 진행하자고 내적 결심했음.



그리고 담 세션에서 고블린 슬레이어 플레이어가 봐주지 말라고 화냈음.


전 세션을 너무 성공적으로 끝마쳐서 그런지, 플레이어가 고블린 슬레이어에 너무 몰입했던 모양임.


고블리노이드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조지기 위해서 룰북은 물론 몬스터매뉴얼까지 읽으면서 고블리노이드들의 CR과 어빌리티, 기타 스탯들을 존나 상세히 파던 도중에 전 세션에서 고블린들의 보너스 액션들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임.


이게 고블린 슬레이어 플레이어 입장에선 마스터의 의도적인 WWE로 여겨졌던 모양임. 마스터의 부주의로 발생한 에러플이었는데, 당사자한테는


'좆밥들 놀아주기 어렵네~ 이 액션까지 쓰면 다 죽으니까 쓰지 말아야지~'


하는 마인드로 여겨진 모양이었음. 마치 고블린 슬레이어 본편에 나오는 신들 마냥 플레이어들을 쥐고 흔드는 것처럼 느껴진 거였을지도.


여튼 나는 씨-발 아니라고; 걍 내가 헷갈려서 에러플 난거고, 이렇게 된 거 이번 세션에 나오는 고블린들은 다 변종이라서 님블 이스케이프 없을 거다 / 그리고 네가 만났던 고블린 보스도 사실 CR 더 낮은데 내가 CR 뻥튀기 시키고 스탯 조정 더 세게 된거라서 파티원들이 진짜 노력해서 운좋게 잡은거다


라고 존나 설명을 했는데 씨-발 납득을 못하더라고.


본인 말로는 딱 룰에 맞는 몹들 내보내면 되지 않냐고. 룰북에 CR이나 기타 등등 다 파티 수준에 맞게 내보내라고 룰이 있는 건데 왜 마스터가 플레이어들 속여가면서(몬스터 스탯 임의 수정) 굳이 WWE를 하냐면서 난리를 치는데 뭐 설득이 되어야지.


여튼 본인은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RP하고 주사위 굴렸는데, 결국 다 헛수고였고 마스터의 농간에 놀아난 것처럼 느껴졌나본데 그건 어떻게 이야기가 안되더라고.


여튼 그랬음.


근데 몬스터 스탯 말 안하고 수정하는 것도 마스터가 플레이어 속이는건가? 난 모르겠네. 수정을 안한 적이 거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