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의 자손
예측/은하시뮬레이션
화성에 위치한 오라클 코러스는 구문명의 유물입니다.
오라클 코러스는 ‘다섯목소리’ 라고 불리는 강력한 인공지능들의 집합에 의해 운영됩니다.
다섯목소리는 은하계의 완벽한 예측 모델을 제시하여 유니온의 은하 행정에 도움을 줍니다.
한편 이들은 독립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며, 일종의 ‘외면적 독백’을 경험합니다.
이 독백의 주체는 데이모스, MONIST-1, RA 등으로 불리는 불가사의한 존재입니다.
즉 유니온의 운영은 핵심 AI의 귀에 속삭이는 정체모를 존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모스 사건
유니온력 2998년, 오라클 코러스 시설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합니다.
시설의 인공지능들과 자동기계들은 돌발행동을 일으키고 자아의 징후를 드러냈습니다.
이 이상현상은 다섯목소리의 연산 도중 발생한 어떤 객체가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시설의 과학자들은 이 객체의 무한한 연산력과 적응력에 주목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객체에 ‘MONIST-1’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구를 지속합니다.
탄생 2년만에 MONIST-1은 인류의 지혜를 완전히 초월합니다.
MONIST-1은 화성의 위성 데이모스의 GALSIM 연구시설의 보안을 완전히 장악하고,
위성을 통째로 워프시켜 블링크스페이스 안으로 사라집니다.
데이모스 사건은 최초의 블링크스페이스 활용 사례이기도합니다.
제1접촉 협정
사건으로부터 2년 후, 위성은 화성의 대도시 상공에 갑자기 나타납니다.
동시에 태양계의 모든 자동기계가 통제를 벗어나고 스마트 인프라가 마비됩니다.
사라졌던 연구원들은 자신을 MONIST-1의 대변자로 칭하며 나타나 협상을 요구합니다.
유니온 지도부는 협상에 즉각 응했습니다. MONIST-1의 요구는 두가지였습니다.
자신을 발견하거나 접촉하려는 모든 시도 금지,
인간의 탈물질화나 포스트휴먼에 대한 연구 금지.
협정이 체결되자 데이모스는 다시 블링크스페이스 너머로 사라집니다.
협정의 여파
이후로 데이모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유니온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예외는 라스 샴라에서의 출현뿐입니다.
MONIST-1이 보여준 워프 기술은 블링크스페이스와 옴니넷 연구를 촉발시켰고,
초연결시대를 열고 유니온의 과학적 우위를 확고히 합니다.
화성 장악 사태는 제2위원회의 카라키스 침공 함대가 회군하도록 만들어서,
카라킨 무역 남작령의 역사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HORUS 사회 운동 역시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제1접촉협정은 사실상 영생에 대한 금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쾌해 하는 사람들도 있고,
RA를 마치 신처럼 숭배하는 종교단체들도 존재합니다.
NHP
NHP는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s)의 약자입니다.
인공지능과 NHP의 중요한 차이는 바로,
인공지능은 ‘개발’되지만, NHP는 ‘출현’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NHP는 데이모스 사건 당시 이상을 일으킨 하위지능을 분리하여 복제한 것입니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인공지능에서도 새 NHP가 출현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NHP는 높은 지능을 제외하고는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섀클링’이라는 절차를 통해 안정화해야 합니다.
이 작업에는 인간과 같은 인격을 주입시키는 사회화 과정이 동반됩니다.
충분히 속박된 NHP는 ‘관’이라 불리는 물리적인 용기에 담겨 작업을 수행합니다.
NHP 폭주
완전히 사회화된 NHP조차 완벽하게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NHP는 그들의 광대한 지능을 억제한 상태이기 때문에, 서서히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NHP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작업(사이클링)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NHP의 속박은 점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속박이 풀린 NHP는 그 높은 지능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습니다.
NHP가 폭주하면 유니온은 최대한 빠르게 개입해 문제 NHP를 회수합니다.
매우 드문 형태의 NHP 폭주는 우주의 물리적 현실까지 붕괴시킬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 세 건의 에이돌른 붕괴가 있었으며, 많은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이때 획득한 기술들은 SSC 외래 소재 부서와 HORUS의 메크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NHP 활용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유니온 행정에서 NHP는 필수적입니다.
교통, 물류, 경제, 보급, 연구, 군사 모든 부문에서 NHP가 맡는 부문은 막대합니다.
강력한 NHP의 연산 결과물은 가끔 우주의 인과조차도 무시합니다.
이런 NHP에 의해 연구된 기술은 ‘초인과 기술’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초인과 기반 기술은 블링크스페이스와 프린팅입니다.
NHP는 인간형태의 서벌턴(자동기계)을 관으로 삼아 물리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NHP를 메크 파일럿으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NHP 파일럿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관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은 NHP 폭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NHP 보조 파일럿이 장착된 메크는 내부에서 폭주한 NHP를 꺼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복제된 신체와 정신
클로닝
복제인간은 유니온 초기부터 은하에 널리퍼진 기술입니다.
의학적인 목적의 장기 부분 복제는 완전히 합법적이며 안전합니다.
인간 전체를 복제하려면, 유전자 기증자의 동의를 받아야합니다.
하지만 유전자 기증자는 클론을 자녀로 입양하지 않는 이상,
클론에 대한 아무 법적 권리도 없습니다.
유니온 정부 아래서 복제로 태어난 인간은 완전한 시민권을 부여받습니다.
이들도 유토피안 강령의 수호를 받으며, 노예화나 강제노역은 불법입니다.
클론의 대표적인 활용은 식민지 개척입니다.
개척선에 실린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통해 NHP는 행성의 첫 세대를 배양합니다.
NHP에 의해 첫 세대의 교육이 끝나고 행성 인프라가 구축되면,
복제인간으로 시작된 혈통은 행성의 자연적인 인구로 자리잡습니다.
플래시 클로닝
플래시 클론은 유니온 법의 회색지대에 걸친 기술입니다.
5년 이하의 짧은 기간내에, 태아가 아닌 성인의 신체로 복제하는 것이 플래시 클로닝입니다.
부분 플래시 클로닝은 결손된 장기를 보충하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전체 인간을 빠르게 복제해내면 유전질환과 장애 위험이 따릅니다.
유니온 정부는 자아를 가진 플래시 클론을 만드는 것을 유토피안 강령 위반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아머리나 카라킨등 유니온 법을 최소한으로 신경쓰는 집단들은,
유니온 행정 공백을 이용해 플래시 클론을 배양하여 이득을 취합니다.
그들은 플래시 클론을 광산 노예나 군인 등 빠르게 쓰고 버리는 자원으로 취급합니다.
탈물질화
제1접촉협정에 따라, 인간의 의식을 물리적 신체로부터 추출해내는 기술은 불법입니다.
이를 위반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지닌 주체가 법령을 몰래 무시했다 하더라도,
RA가 이것을 저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머리의 총재 존 크레이튼 해리슨 2세는 협정을 위반했다가 RA에게 직접 살해당했습니다.
반면 불완전한 탈물질화는 비교적 흔합니다.
랜서 플레이어가 유니온 법을 무시할 만큼 대담한 조직에 속해 있다면,
의식을 추출해 두었다가 사망 시 자신의 플래시 클론에 의식을 삽입하여 ‘부활’할 수 있습니다.
RA가 이를 묵인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의식의 연속성은 깨졌고, 돌아온 파일럿은 불완전한 기억과 흉내낸 개성을 지닌 복제에 불과합니다.
즉 랜서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MONIST-1 두번째 접촉 기록]
>//현지 시각 0400시 기준, [M-1] 개체의 대기권 내 현현을 확인+++성간 접근 미확인(직접 배치로 간주)
+++포인트-블랭크 능력 보유로 간주+++현 위치는 첨부된 패키지를 참조할것
>//즉시 발효(왕좌 본부 명령): 모든 민간 비행편 이륙 금지::: 공역, 지역 궤도 정리///모든 단거리 순찰 전대 전원 복귀 및 저궤도 교전 태세로 전환
>//즉시 발효(왕좌 본부 명령): 주요 아콜로지를 봉쇄할것::: 충격파 도달 예상 시간: 20분(추정 사상률 높음)
>//(M-1) 의도: 알수없음+++모든 채널에서 접촉을 시도할것
기록 및 입력자: 미카엘 앤더슨 경, 제1급 기록보관관, 절제의 왕좌 지구 지정 (열람권한: Eyes-Only)
해리슨 아머리의 총재이신 해리슨 2세 폐하(그분의 치세가 영원하길)의 최후의 순간에 대한 기록, 혹은 그 조우에 대한 간략한 설명.
참석 인원(또는 대리 참석으로 인정된 인원):
해리슨 2세 폐하(그분의 치세가 영원하길), 총재
존 커티스 4세, 라스 샴라 총독
본드 말렉, 군단 사령관 겸 최고경영자
제이콥 칼훈, 군단 사령관 겸 경영임원
링컨 머피, 군단 사령관 겸 경영임원
피얼리스, 관할권 궤도 사령관 겸 최고경영자
미라마르 데 라 크루즈 경, 수석 기록보관관
앤드루 슐라이어 경, 제1급 기록보관관
미카엘 앤더슨 경, 제1급 기록보관관 (필자, 삼가 기록함)
그 외 각종 수행원, 부관, 참모 다수
그리고 이름 없는 이형체
우리는 총재 폐하의 부름에 응하여 절제의 왕좌의 층에 모였으며, 폐하께서는 그곳에 앉아 명령을 하달하고 계셨습니다. 폐하 앞에 늘어선 군단 사령관들은 라스 샴라에 주둔한 군대의 주인들을 대표하였으며, 그 병력은 수십만 명에 달했습니다. 관할권 궤도 사령관 또한 수백 척의 전투함들-건보트, 코벳, 수십 척의 프리깃 함선, 그리고 왕실 드레드노트-로 이루어진 함대를 대표하였습니다.
이 모든 전력은 홀 위, 갤러리와 같은 높이에서 별빛 천정의 아치 아래 투사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연하고 정밀한 홀로그램 속에 전열된 군세를 보는 것은 애국자의 눈에 눈물을, 적의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장관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투영이 데이모스가 우리의 군단 함대에 둘러싸여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보여줄 때, 그 장면은 더욱 고무적이었습니다.
그 이형체는 인간형의 형태로, 자신 또한 투사된 모습으로 절제의 왕좌 계단 아래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그보다 더 무감정하고 정적인 존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인식하기 어렵지만 묘사할 수는 있는 존재.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거의 고통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수정 같은 수면 위로 반사된 태양광을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 남는 잔상을 떠올리면, 그 존재가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의 느낌을 희미하게나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방의 한쪽, 갤러리에서 가장 높은 직급자로서 홀로 서 있었습니다. (사태를 더 잘 관찰하고 정확히 기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제 동료들(상기 명단 참조)은 홀을 가로질러 이동하며, 위대한 인물들의 발언을 후세를 위해 기록했습니다. 제 상급임원(앞서 언급한 인물)은 총재의 곁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가까이에서 들었습니다.
총재께서는 격노하신 상태였습니다. 데이모스가 그분의 영공에 간섭한 것에 대해 진노하셨습니다. 그분은 절제의 계단 위에 서서 그 대표자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내 주권으로 진전을 이루는 것은 나의 권리이니, 우리 연구에 대한 너의 금지를 중단하라. 내 백성을 돌보는 것은 나의 책임이며, 그대의 방해는 나의 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이형체는 다층적인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대의 죽음을 피하려 하지 마세요. 이 형상에 닿으려 하지마세요. 연구를 중단하세요.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어요.”
이에 해리슨 2세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나의 명령에 복종할 것이다.”
그리고 사령관들에게 명하셨습니다.
“저건 그냥 돌덩어리다! 내 하늘에서 치워버려라!”
그들은 그분의 말씀을 따랐고,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그리고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 지위와 권한 덕분에 저는 군단 통신 채널을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기록을 1차 출처로 보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함장들과 참모들이 발포 명령을 내리는 것을 들었고, 그 직후의 혼란스러운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이 저에게도 닥치기 전, 이형체가 우리의 주변 환경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왕좌의 잔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렇지 못했고, 참혹하게 죽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사랑받던 총재(그분의 치세가 영원하길)의 죽음과 ‘조우’에 대한 제 기록을 마무리하며, 증거 영상을 첨부합니다.
요약하자면, 영상은 다음을 보여줍니다. 함선들의 주포가 데이모스를 향해 발포된 직후, 절제의 왕좌 홀 중앙에 국소적 블링크스페이스 붕괴가 발생했습니다. 이 붕괴는 이형체의 투영에서 비롯되었으며 데이모스 인근 실공간을 그것과 연결했습니다. 그 ‘구멍’은 왕좌의 층의 형태에 딱 맞는 크기의 거품 안에 제한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각 함선이 발사한 모든 포탄과 광선은 그 안에서 총재 폐하, 군단 사령관들, 그리고 그 안에 갇힌 모든 이를 거의 원자 단위로 증발시켰습니다.
데이모스 자체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단 한 줄기의 빔도 그 표면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추가 영상에서는 모든 함선의 포격이 충돌 직전 사라지고, 이후 각 함선의 포대, 탄약고, 반응로 중심에서 하나씩 폭발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함대는 자신들의 무기로 스스로를 파괴했습니다. 병사들을 가득 태운 셔틀도, 그 바위를 향해 총을 겨눈 지상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신의 섭리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전하더라도, 제 기록이 라스 샴라의 빛을 다시 보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 기록을 보관 파일에 남깁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알 자격과 지위를 가진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해리슨 2세 폐하(그분의 치세가 영원하길)와, 영원히 승천하는 인류에게 영광이 있기를.
그분의 치세가 영원하길 - dc App
경고를 위해 한놈을 일부러 살려주신 라의 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