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단계에서, 모든 성직자들이 선신 '디앤-디'를 섬기는 사회를 상상하자.

'디앤-디'의 핵심 교리는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슬롯 다시 차는데 아끼면 국 끓여 먹을 거냐는 것으로,

탁발 클레릭들은 자기 전에 신도들을 만나서 신성 주문을 다 써 주는 문화가 있다.

이 사회는 신성 주문의 사용에 매우 너그롭다.



그런데 이 사회에 악신 '테크세크'를 섬기는 사교도들이 잠입했다고 상상해 보자.




초기 단계에서, 위장 공작에 힘입어 테크세크 사교도들의 세력은 빠르게 확장된다.

신도들은 테크세크 사교도들과 디앤디 사제들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그냥 남는 슬롯을 써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주문들이 그들에게 해악을 끼친다.

신도들은 가이던스 주문의 영향으로, 맨정신이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빗자루를 사용하여 이 사람과 음란한 짓을 하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빗자루는 아니지 않냐며 당혹해 하던 눈치 빠른 사람들은

살인멸구를 위해 스피리추얼 웨폰으로 뚝배기가 따였다.




이렇게 고고히 테크세크 사교도들이 세력이 확장되던 도중... 결국 그들의 존재가 발각된다.

이제 자신이 디앤-디 사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들이 위장한 테크세크 사교도일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가 신성 주문을 캐스팅하려고 하면 모두가 경계한다. 아예 먼저 공격하는 작자들도 있다.

사회 전체에 의심이 퍼진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테크세크 사교도들에게도 그리 이점이 없다.

결국 그들은 신성 주문을 악용하여 돈과 세력을 불려온 사람들인데, 이제 신성 주문을 쓸 수가 없다.

시민들에게 친절한 사제로 위장해 접근하려던 사교도들은 모두 테크세크의 품으로 돌아가 버렸다.


테크세크 사교도들은 여기서 더 공작을 펼치느니,

그냥 옆 동네 '돈존-와루도' 신도들로 타겟을 돌리기로 한다.




서서히 테크세크 사교도들의 활동이 사라진다.

디앤-디 사제들은 다시 탁발을 나서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스펠을 지원해 준다.



물론 테크세크 사교도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 가이던스를 대놓고 사용하는 것에 훨씬 더 신중해진다.

한 번 자신들의 정체가 들키면 다시 감시가 심해질 것이다. 

교단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선신 신도인 척을 계속할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 사회에서 디앤-디 사제와 테크세크 사교도의 비율은 유지된다.

사람들이 그들을 의심하지 않는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양 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클레릭 이론'이다.





이 균형이 어떻게 선신 측에게 더 유리하게 조정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디앤-디 측에서 신도들에게 '우리가 진짜'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어쩌면 디앤-디 신전들은 예산을 배정하여, 이단 대응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

14만 4천 명, 새 술은 새 부대에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식으로.


탁발을 다니는 클레릭들에게,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믿음을 주라는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어쩌면 사회에 다른 종교가 너무 많아서,

이놈이 선량한 돈존-와루도 교도인지 테크세크 사교도인지 신도들이 구별하기 힘들어하는 것이 문제라는 결론을 낼 수도 있다.

돈존-와루도는 선신이고, 그 교도들과는 어느 정도 타협할 여지도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워낙 테크세크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돈존-와루도 측에 선교사를 더 이상 보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넣을 수도 있다.

국교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테크세크 교도들이 위장에 드는 수고를 점점 늘림으로서 이 비율을 개선할 수도 있지만...

아마 뭘 어떻게 해도, 테크세크 교도들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신성 주문 사용자를 환영하는 문화가 유지되는 이상, 그들에게는 파고들 여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선량한 신성 주문 사용자들이 흔한 사회의 혜택을 포기하기보다는

기꺼이 불운한 테크세크 사교도의 희생자 소수가 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까.



----


근데 슬슬 가이던스랑 아무 관련도 없는 이야기 아냐 이거???


싸우지 말고 텍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