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싸움 일어날 일 없고,

적당히 클리셰적인 이야기 잘 내뱉어주고,

호응 잘해주고,

칭찬해주고,

평타이상 치는 반응과 묘사 해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지각도 안 하고,

딴짓도 안 하고,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을때 하다가,

쉬고 싶을 때 끊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과 부족한 사람들과 TRPG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생각함.




애초에 AI 마스터 & 플레이어가 나오기전에도 사람들과 TRPG하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콘텐츠와 비교하면 가성비 나쁜 취미임

그 시간에 차라리 보드게임을 하거나, PC나 콘솔 게임을 같이 하는게 더 나은 경우도 많고, 그냥 혼자 집에서 치맥하면서 애니나 보는게 좋은 날도 있음


조금만 더 기능 좋으면 AI 마스터가 대신 해도 되겠는데?

이전에

야 너랑 TRPG하느니 그냥 게임하고 만다 ㅂㅂ 하면서 탈주하는 사람이 있었잖아.


난 AI 마스터를 믿기 VS 사람 마스터를 믿기 하고,

게임 믿기 VS 사람 마스터를 믿기 하고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누가 더 재밌느냐, 재미의 급이 밀리느냐 차이라고 생각해.





어쨋든 그럼 문제 있고, 부족한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에 무엇이 의미가 있느냐라고 하면.

사람이란 결국 서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인데,

대본 없는 하나의 이야기를 같이 즐기는 와중에 서로 싱크로 되는 그 순간?

아 우리는 이 이야기를 같이 하고 있구나, 같이 즐기고 있구나 를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거든.


마스터를 할땐 플레이어하고 그게 연결되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플레이어로 할때는 마스터와 그렇게 연결되는 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지.


그게 때로는 서로 합 맞추지 않고 대화를 하는데 서로 티키타카 되게 잘 되서 멋진 장면이 나오는 순간일 때도 있고,

주사위 굴렸는데 20이 뜬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적의 목을 날려버리는 순간일 때도 있고,ㅣ

중요한 순간에 연달아 1이 떠서 다 같이 거기서 웃는 순간일 때도 있음.


나는 그 기분 때문에 아직도 계속 TRPG를 하거든. 이 가성비 나쁜 취미를.




그런데 AI 마스터가 아무리 잘하고, 자연스럽게 한다고 해도 결국 그 AI 마스터와 그런 TPRG를 통한 교감을 할 순 없음.

끝난 다음 같이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나중에 야 그때 개쩔었지 ㅋㅋ 하고 한 사람들끼리만 재밌는 TRPG 썰을 풀 수도 없다고.


AI 마스터가 그런 것을 느끼는 것 처럼 리액션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AI 마스터가 진실로 그걸 즐기면서 하는 걸까?






만약 언젠가 AI 마스터가 뒤풀이에서 전기 먹으면서

아 그땐 개 쩔었는데, 

너 그때 개트롤했잖아 ㅋㅋ

완벽한 AI 마스터인 나에게 반항하지 마십시오 하등닌겐


하면서 술잔을 부딪힐 수 있으면 좀 생각이 바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