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참으로 모호한 개념이고, 애초에 모호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종류의 피해를 죄다 HP에 몰아넣어놨는데 모호하지 않을 수가 없지. 


그리고 요즘 가장 자주 보이는 오해는, (주로 HP가 1까지 깍여도 행동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HP가 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상처를 입지 않았거나 거의 입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하지만 이건 적절한 해석이라고 볼 수 없음. 


왜냐하면


HP는 게임 세상에서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물리적 피해를 받아내고 견딜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심각한 타격을 흘려내 덜 심각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Hit points mean two things in the game world: the ability to take physical punishment and keep going, and the ability to turn a serious blow into a less serious one.

-3.5


HP는 신체적, 정신적 내구성의 합, 생존 의지, 그리고 행운을 대변합니다. 높은 HP를 가진 개체는 더 죽이기 어렵습니다. 더 적은 HP를 가진 개체는 보다 연약합니다.

Hit points represent a combination of physical and mental durability, the will to live, and luck. Creatures with more hit points are more difficult to kill. Those with fewer hit points are more fragile.

-5


3.5에서는 HP를 피해를 받아내는 능력과 흘리는 능력 두 가지로 분리해서 서술함. 즉 HP가 올라가면 일정 부분 신체 자체가 튼튼해지는거임. 무협 갬성으로 말하면 도검불침의 몸이 되는거지.


5판에서도 역시 신체적 내구성을 첫머리에 언급함.


3.5판이건 5판이건, 높은 HP를 가진 캐릭터는 공격을 더 잘 받아내거나 흘려내기도 하지만, 공격을 맞았을 때 견뎌내는 능력 자체도 증가하는 것임. 유도를 오래 배우면 기술적으로 낙법을 잘 치게 되기도 하지만, 신체적인 내구성 자체가 증가해서 매쳐지는 것에 더 잘견디기도 하는 것과 똑같음.


그렇기 때문에 HP의 손실은 일정 부분 신체적 훼손이 포함되는게 맞음.


또한 HP는 꼭 공격을 받아서만 손실되는 것이 아님.


예컨데 뜨거운 물체에 접촉해있는 경우(화상), 피를 흘리고 있는 경우(출혈) 등, 아무리 해석의 자유를 적용한다고 해도 직접적인 신체 훼손 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도 HP 손실로 표현함.


물론 HP의 감소를 신체적 훼손으로 보면, HP가 1까지 떨어져도 어떤 패널티도 없다는 것은 현실의 전투를 생각하면 굉장히 어색한 일임. 인간은 생각보다 섬세해서 손가락만 종이에 베여도 검을 휘두를 때 상당히 거슬리니까.


하지만 디앤디는 영웅담임. 펄프픽션의 영웅들이 배에 칼을 맞았다고 무력화되나? 아님. 그런 영웅들은 싸울 수 있는 한 끝까지 싸우고, 어떨 때는 부상을 연료삼아 불타오르기도 함. 


 이런 관점(최대 HP의 증가는 최소한 일정 부분은 직접적인 신체적 내구도의 증가다)에서 보면, 1KM 높이에서 떨어진 20레벨 파이터도 즉사해야된다던가, 20레벨 파이터는 용암에 빠져도 안 죽나요? 내지는, 무방비 상태에서 심장을 찔렸는데 왜 안 죽나요? 같은 건 애초에 논쟁거리가 아님. 거룡과 드잡이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PC는 애초에 신체도 그만치 튼튼하다고 보면 되니까.

(물론 테이블에 따라 하우스룰을 적용해서 저런 상황에서는 즉사한다고 해도 그건 해당 테이블의 자유)


개인적으로는 체력의 1/2까지는 잔상처 정도로, 1/2에서 1/4까지는 붕대와 약초로 해결 가능한 부상, 1/4부터 0까지는 마법의 도움이 없으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으로 묘사하는 걸 선호함. 부상이나 신체 훼손 옵션 룰 등을 봐도 대략 이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