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룰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세계관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임.

뭐라고 할까... 너무 클리셰적으로 되어 버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점 때문에.


물론 실제 영미권이라면 모를까, 아시아권의 소드&소서리 판타지(이하 검마판타지라 부르겠음)의 성립은

거꾸로 D&D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D&D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


하지만 어찌 됐든, 소위 '용과 마법의 세계'는 D&D 관련 룰북 전혀 읽어본 적 없는 나도 줄줄 욀 수 있을 지경으로

다른 매체들에 의해서 묘사되었고(이걸 보면 세상에 저작권만큼 의미없는 게 또 있을까 싶다),

이런 매체들을 소비하면서 자라온 내 입장에서는, 이제 이런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흥미가 없어진 거.



물론 거꾸로 이런 세계관이니까, 거꾸로 클리셰를 비틀어 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겠지.

우생학을 제창하며 인간들을 탄압하는 엘프 제국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외친 인간 성직자 이야기라던가,

마법으로 철괴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지자 일자리를 상실한 철광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던가...


근데, 이젠 나한테는 이런 비틀기조차도 식상해진 느낌이다...

그냥 중세 검마 판타지, 마법과 칼질로 괴물들 썰이고 다니며 보물을 얻는, 그런 구도 자체가 물려가는 느낌.



게다가 내가 고증충이라, 그런 걸 보면서도 '이게 맞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기 때문에 즐겁게 하기도 힘듬.

나보고 파이터 RP 해보라고 하면 독일계 롱소드 검술서 같은 거 찾아 읽기부터 시작할 걸...

중학생 때 무협지를 한 번 써 보려고 했는데, 명 때 여성 속옷이 어떤 구조였는지 자료를 찾아 뒤지다가,

관련 사진 등을 얻긴 했지만, 아마 열 페이지마다 이런 조사를 해야 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때려치운 적이 있다.

'과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면, 그런 것 때문에 내가 피곤해서 못 즐길 거 같다.


그래서, 역시 현대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것들에 더 관심이 가는 거 같다.

그런 건 물/화/생/지에 대한 기본적 상식+약간의 밀덕 지식 정도만 있으면 대강 맞겠지 하고 넘길 수 있고,

이것저것 최근의 액션 영화 등에서 나온 신선한 전개들을 참고할 수도 있으니...




물론 사실상 판타지 세계관에 과학 스킨만 입힌 수준인 라노베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같은 걸

재미있게 읽는 걸 보면, 그냥 취향 문제인 게 정답에 더 가깝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