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새끼 갈드컵 시동거네‘ 하고 화내기 전에 잠깐 진정해라.

이건 뭐가 쓰레기룰이니 어쩌니 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이번 떡밥에서도 슬쩍 엿볼 수 있던…
던월 룰북에 숨어있는 대뉴비용 지뢰를 얘기하려고 쓴 글임.


아마 던전월드 룰북을 읽어봤다면 이런 문구를 봤을 거임.

‘테이블에 이야기의 줄거리를 가져오지 마라’

내 경험상 이걸 본 초보 마스터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더라고

‘시나리오 준비 안 해도 괜찮구나? 그럼 일단 플레이어만 구해서 시트 보고 세션 스토리 만들면 되겠네?’

실제로 빡빡이친구 글에서도 이런 생각을 찾아볼 수 있었지?


근데 사실 이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마스터링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버림.

왜냐면 이건 마스터에게 상당한 수준의 임기응변 능력과 시나리오 메이킹 능력을 요구하는 방식이거든.

플레이어들과 같이 세계를 만드는 건 꽤 매력적인 마스터링 스타일이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짬바 쌓인 사람이 아니면 한번쯤 꼬라박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방식이기도 함ㅋㅋㅋ
플레이어는 항상 콘텐츠 제작자의 예측을 벗어나는 법이라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을 제한해야 함.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세션이 될 것인지 미리 가이드를 제시하라는 얘기임.

예를 들어 누가 턀갤에 이런 구인글을 쓴다고 해보자.

‘토요일 던전월드 할사람 1/5’

이러면 턀붕쿤들은 다들 각자 하고 싶은 캐릭터를 생각하겠지?
그런데 이렇게 구인하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무래도 던전까기겠지? 그럼 이번에는 과묵한 상남자 마초 캐릭터 턀붕이우스를 하고 싶은데’

‘2D 씹덕포트 들고가서 찌머크 여캐 해야지’

‘다키스트 던전같은 다크한 분위기겠지? 로그 골라서 아군 뒤통수치는 플레이 해야겠다’

‘아파치헬기로 변신하는 드루이드 만들어야겠다’

…같이 다들 생각이 사방팔방으로 튄단 말이야.


하지만 아까 던월 구인한 그놈이 

‘사악한 마법사 로타리우스가 세계관 공주를 납치해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로타리우스의 왕국 턀갤로니아를 모험하는 세션임’

같은 가이드를 미리 잡아뒀다고 해 보자

그러면 똑같이 

‘토요일 던전월드 할사람’

하고 글을 써도

‘아 던전까기가 아니라 왕국 모험이네? 그럼 매력 판정을 자주 할 테니까 매력적인 상남자 마초 캐릭터 털붕이우스를 하고 싶은데’

‘턀갤로니아는 퍼리에게 우호적인 곳이네? 그럼 2D 씹덕 퍼리 포트 들고가서 찌머크 퍼리여캐 해야지’

‘다키스트 던전이랑은 다른 개그풍 판타지겠네? 로그 골라서 아군 뒤통수 치료해주는 플레이 해야겠다’

‘이런 설정이라면 아파치헬기 변신은 힘들겠네? 그럼 대신 용암으로 변신해서 파이터를 태워죽이는 드루이드 만들어야겠다’

처럼 좀 더 해상도 높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지?
상상도 훨씬 구체적이고 로어프렌들리하게 변했고.

이게 상상력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더 자유롭게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임.


결론적으로, 마스터는 세션 가이드를 준비해야 함.

그를 통해 마스터가 
‘우리 세션에선 여기부터 여기까지만 나올 거야. 하지만 여기 안에서는 자유롭게 상상해도 괜찮아.‘
하고 한번 교통정리를 해 줄 수 있고,

플레이어들도 단검을 든 남자들이 다가올 때
‘이 도마뱀박이랑 붙어먹는 놈들! 공주님을 돌려줘!’
같이 좀 더 로어-프렌들리한 대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세션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임…

그렇다고 해서 던월 룰북에 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말라는 문구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고
그건 그것대로 마스터가 지켜야 할 중요한 미덕이긴 한데
그거에 대해서는 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얘기해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