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메갈리아를 무척 싫어하므로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팝콘이나 뜯고 있으려고 했으나, 현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그 이상의 집단 패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 같으므로 몇자 술회.


 1. 트위터라는 매체의 가장 우스운 점은 내가 전 세계와 이어져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물론 팔로우와 언팔이 자유롭고, 모르는 사람의 의견이 계속 탐라에 노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착각이 생겨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 팔로우는 나 자신이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인물에 대해 누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끼리끼리 놀게 된다는 것이다. 타임라인에 노출되는 트윗의 갯수가 수백, 수천 개로 늘어도 이 현상은 마찬가지다. 주변 트잉여들이 모두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것 같다면, 그건 자신이 특별히 주류이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트위터 자체가 구조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 같아도 실상은 한쪽 사이드에서만 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갖는 가장 큰 단점은 이용자의 시야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조중동만, 혹은 한겨레만 읽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현재 짹짹판에 판치는 논점일탈 의견들은 바로 이런 구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티셔츠 문제 아니라고!" 라며 바깥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저 사람들에겐 닿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는 타임라인 속의 세계만이 진실이니까.


 2. 재미있는 것은 이게 내가 예전에 "오유나 일베나" 라는 의견에 제한적인 동감을 표했을 때 근거로 삼았던 이야기랑 똑같다는 것이다. 이 두 사이트는 추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추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주류 의견만이 다수에게 노출된다. 만약 남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비추폭탄 처먹고 댓글이나 조리돌림을 당한다. 내가 오유 한게 벌써 5년째인데 단 하루도 이 꼬라지를 안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도 양상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뭐 인터넷 사이트 치고 메갈리아를 좋아하는 곳은 없으므로 반 메갈 정서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그걸 넘어서 타인이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것, 더 나아가 메갈리아를 지지한 사람을 지지하는 것(...) 마저 용납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는 대체 왜 난리인지 모르겠지만...


 3. 김자연 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아 저걸 짜르네 ㅋ" 수준. 클로저스는 그렇다쳐도 최군에서까지 계약해지 한 건 좀 심했다고 생각하는 정도? 그렇지만 서두에서 말했든 난 메갈리아를 싫어하기 때문에 옹호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건전한 페미니즘을 해친다는 면에서 여가부랑 똑같이 없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건 있다. 내가 메갈리아를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메갈리아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메갈리아가 소멸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반대로 누군가는 메갈리아가 꼭 필요한 사이트라고 느끼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분명 그 개인의 입장에서는 타당한 것일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면 왜 김자연을 향한 지지가 그렇게도 많이 올라오는지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라는 의견을 존중하고 싶을 뿐인 거다 (병신 티셔츠충들은 제외). 대표적으로 조들호를 그린 해츨링 작가가 있다. 비록 해츨링 작가 역시 메갈에 대해서 잘 모르고 경솔하게 판단한 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난 그의 의견이 이 사태에 대해 가장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시각이라고 본다. 물론 우리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들은 그게 용납이 안돼서 네웹 불매 레진 불매 빼애액 하시지만 말이다.


 4. 이 사태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비유가 네오나치 내지는 인종차별 이야기다. 외국에서도 그런 해악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칼같이 자른다는 것이다. 뭐 좋다 ㅋ 좋은데 ㅋ 왜 그런 조치에 대해 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는 건 쑥 빼놓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헐크 호건이 WWE에서 삭제됐을 때 과연 잡음이 하나도 없었던가? 애초에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기 때문에 선진국이다. 어디까지가 허용될 수 있는 선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많은 건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다. 무슨 해고가 당연시되고 그러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ㅋㅋ 시발 네오나치를 갖다붙이는건 좋은데 나치 자체가 민주적으로 다수 대중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정권이라는 건 좀 알았으면 좋겠다. 나치를 옹호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는 객관성이라는 게 그만큼 무르고 보잘것없다는 거다. 나치를 언급하며 마치 객관적으로 배척해야 마땅할 악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예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했다. 그럼 대체 지금 우리들이 판단하는 객관성이 진짜 객관적이라는 건 누가 보증하는가? 우리가 옛날 사람들보다 특별히 더 이성적이고 똑똑하다고 장담할 수 있나? 별로 안 그래 보이는데.

 "다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선이 모두에게 통용되지는 않는다" -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생각들인데 몇몇 사람들은 이게 어려우시단다. 메갈리아는 "객관적으로" 네오나치와 동급의 단체이며 따라서 지지자는 물론이고 지지자의 지지자와 지지자의 지지자의 지지자까지 삼족을 멸해야 한단다.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5. 이번 사태에서 가장 병신같은 부류가 둘 있는데, 하나는 위에서 말했듯 이 모든 사태가 티셔츠 문구 때문에 초래됐다고 믿는 일부 짹짹충들 (및 상당수 유명인사). 그리고 다른 하나는 김자연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메갈충으로 둔갑시켜 비난하는 사람들이다. 무슨 레진 고위층에 메갈리아가 있다느니 레바 뒤에서 조리돌림한게 사실 저 사람들이 아니냐느니 하는 의견들 나오는거 보니 소름이 돋더라. 루머가 이렇게 퍼지는구나 싶고.

 티셔츠충들을 보고 왜 사태 이해를 그따구로밖에 못하냐고 비난하던데, 내가 보기엔 외부인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상황파악 못하고 헛소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건 양측 다 마찬가지다. 내 생각에 집단 패싸움으로 번진 원인은 이게 가장 크다고 본다. 루머의 확대 재생산.


 6. 결론.

 난 메갈리아가 싫다. 미러링 얘기하면서 일베랑은 다르다 라고 말하던데, ㅋㅋ 똑같은 짓을 하면 취급도 똑같이 받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난 볼테르가 아니라서 굳이 내가 싫어하는 곳을 지지하는 사람을 심력을 들여 옹호해줄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그걸 옹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 사람들에게도 자기만의 선이 있을 테고 메갈리아는 그 안쪽일 테니. 내 경우엔 메갈리아는 선 바깥이지만 뭐... 포용영역이 좀 넓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 나는 그렇게 고개 좀 끄덕거리고 넘어간다.

 근데 인터넷에 넘쳐나는 SJW들은 안 그런 것 같다. 메갈리아는 당연히 선 바깥이므로 빨리 그 인식을 철회하지 않으면 너도 조져버릴 거라고 난리다. 글쎄, 난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그네들이 싫어하는 홍위병들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게 있어선 네웹/레진 불매한다고 난리치는 종자들이 메갈리아나 심지어 일베보다도 훨씬 바깥에 있다.



 초반에 적었던 글인데 지금도 통용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