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일단 두서 없이 이야기를 해 보겠다.
간만에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만났고, 더워 죽겠어서 노래방을 갔다.
추가시간을 두 시간이나 받아서, 한 번 무리수 두는 기분으로 혼자서는 처음으로 kemu의 '지구 최후의 고백을'에 도전했지.
박자 놓치고, 음이탈 나고, 엉망진창이었지만... 즐겁게 다 불렀어.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면서, CoC 펀딩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다.
보컬로이드 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게 뭔 소린지 잘 모를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먼 지점부터 설명을 해야겠지.
텍섹에 환장한 턀갤러들이라면 대부분 '투러브 트러블 다크니스'와, 그 작가 야부키 센세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야부키 센세가, 전 부인 카시와기 시호의 불륜으로 인해 이혼한 경력이 있다는 것도 한 번쯤 들어나 봤을 테고.
카시와기 시호는 자그마치 니코동의 유명한 음악 하는 고등학생(...) 나카무라 이네를 꼬드겨 불륜을 저질렀고,
이 관계로 인해 야부키 센세는 이혼, 딸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서 낼 필요도 없는 위자료를 뜯겼지.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니코동에는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kemu라는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천재적인 음악적 센스를 살린 락 계통 보카로 곡들로, 전 곡을 밀리언 달성한 완전체 프로듀서였지.
워낙 인기가 대단하다 보니, kemu의 곡들 상당수는 금영노래방에 등록되어 있다.
아마 이제 보컬로이드 계에 이 정도의 '혜성'은 다시 나타날 수도 없을 거야.
그리고 이 쯤 되면 모두들 눈치챘겠지만,
현재, kemu는 야부키 센세에게 NTR을 시전한 나카무라 이네라는 것이 밝혀진 상태다.
하지만 나는 '지구 최후의 고백을'을 재미있게 불렀다. 지칠 때는 '패배의 소년'을 볼륨 크게 틀어놓는다.
그건 내가 NTR이 나쁜 짓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카무라 이네가 병신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메갈 비호/회사로서의 부적절한 대응보다 NTR이 더한 짓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건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최소한 'NTR 까짓 거 좀 할 수도 있지' 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내가 kemu를 비호하지 않고도, 그의 명곡들을 소비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일 뿐이다.
사실 음악계에는 이런 '병신이 만든 음악'이 엄청나게 많다.
건즈 앤 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는, 콘서트 중 카메라 들고 있는 관객이 있다고
관중석에 뛰어내려가 주먹다짐을 한 다음, 공연에서 탈주한 적도 있었다.
블랙 메탈의 창시자 버줌은 더 하지. 이 쪽은 네오나치에 교회에 불을 지르는 걸 소일로 삼다가, 동료 뮤지션을 살해했으니.
하지만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유투브로 Sweet Child O' Mine을 틀어놓는다. 블랙 메탈에도 유감은 없다.
이건 내가 액슬 로즈가 프로다운 대응을 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미치광이 네오나치에 동조해서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들과 음악을 분리해서 들을 수 있을 만큼 무덤덤해져서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음악가들에게 들이밀지 않는 잣대를, 초여명에게, 그리고 다른 소위 '옹호자'들에게 대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마음이 닳은 거라고도 스스로 생각하지만, 덕질 하고 음악 들으면서 이런 사태는 지겹도록 봤고,
솔직히 여기서 억지로 분노하려고 해도 화가 안 나는 지경이 된 게 사실이다.
즉,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사상에 대한 거부감,
누군가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누군가의 창작물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 전부 다른 거라고.
그리고 그런 나에게 있어, 나는 분명 초여명이 표현한 사상에 대해 명백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 CoC에 대한 거부감을 아무리 느끼라고 요구해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아, 명백히 말하건대, 이건 내 개인의 이야기이다.
저번에 라이스미스 아재 건에서도 내가 말한 거지만, 분노는 논리적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 사고방식에 동조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화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까 환불할 사람들은 환불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솔직히 나처럼 초연한 사람들이 오히려 소수인 게 정상이겠지.
하지만 나는 CoC를 펀딩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소동에서 소위 '옹호'발언을 한 사람들이 플레이를 열거나, PL로 들어온다면, 기꺼이 같이 놀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의 사상에 찬동해서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의 사상'과 '그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성소수자 친구들이 있으며,
동시에 동아리에는 호모포비아이며, 혐오발언을 사석에서 가끔 행했던 선배도 한 분 계신다. 물론 친하게는 못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선배분과 함께 동아리 생활을 하고 있다.
호모포비아 발언이 용납 가능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세상에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부터가 병신이다. 아마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꽤 많을걸. 아니, 턀갤에도 몇 명은 있겠지.
그리고 디씨에는 나 따라다니면서 네덕이라고 욕하는 미친 유동도 한 명 있더라. 뭐 하는 새끼인지.
하지만 그 중, 나를 멸시하면서 나에게서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나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관용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나이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설사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아재 감성 폭발하시네.
그래... 비틀즈도 서로 존나 싸웠지만 명곡이잖아!
ㄴ21살에게 아재라니 너무하시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게 아니듯이, 21살이라도 충분히 아재가 될수 있어! 어쨌든 맞는 말인거 같음. 나는 이 꼬라지를 보면서 싫어하는 것과 옳지 않은 것은 다르단걸 다시 한번 느낌. 그래도 너무 관대한거 같긴 하다.
그치만 초여명과는 달리 블랙메탈은 사상을 창작물에 넣는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