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캐릭터 스펙트럼 글 보고 생각나서, 덥고 잠 안오는 밤에 옛날에 다른 데 올린 글 재발굴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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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캐릭터들의 단점(특히 정신적 단점)이라고 하면 그냥 '그거 하나'만을 인물의 개성으로 생각하고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대개 캐릭터의 단편적인 어필에서 그치고 시나리오에 딱히 의미있는 영향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먹보'라서 적이 준 음식에 수면제가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서도 먹어치우고 잠들었다거나, '다혈질'이라서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버럭버럭 화를 냈다가 엄한 사람에게 불똥 튀기는 바람에 나쁜 인상을 심어줬다거나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특정한 경향이나 습관 등이 둘 이상 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거든. 


나는 캐릭터의 정체성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될 만한 '기둥'을 만든 뒤(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냐보다는 무슨 개성을 가지고 있냐가 더 주된 기준이 됨) 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잡는 스타일임.  그 과정에 있어서, 장단점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럴싸한 장면을 만들거나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으려면 어떤 조합들이 어울릴까... 를 몇 가지 생각해 봤다.

 

1)불굴+냉정침착+나쁜 평판

정신적으로는 먼치킨이나 다름없는 조합. 온갖 인생의 신산을 겪으며 스스로의 마음을 갈고 닦은 고승이나 무술의 달인 같은 캐릭터에게 어울린다. 하지만 영향판정을 무시한다는 불굴의 특성은 냉정침착 특유의 초연함과 맞물려 '비인간적인' 인상을 주기도 쉽다. 실제로는 '고집'이 없는데도 마이페이스라는 느낌을 주거나, 사람에 따라서는 '감정 이해불가'라고 오해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비사교적인 편이라 별로 자신을 어필하지 않는다면 특히 그런 오해가 생기기 쉽지. 변형으로는 이걸 극단적으로 밀고나간 감정 이해불가+불굴이 있음. PC보다는 '나름 좋은 목적을 갖고 있지만 극단적인 수단에 기대는 스타일'의 최종보스에게 적절. 

 

2)극단적인 정신적 단점(광포나 공포증 등)+그 단점을 지우겠다는 '집착' 또는 '맹세'

전에 만든 던전판타지 용 기사 캐릭터가 갖고 있던 조합.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자신을 자주 성찰하는 편이며, 플레이어만이 아니라 캐릭터 역시도 시트에 적힌 단점들을 자각하고 있다는 게 전제. 정신적 단점이 발동해 사고를 치고, 그 이후 후회하면서 스스로 그걸 수습하려고 무리해서 노력하고, 무리한 나머지 또 사고를 치며 점차 수렁 속으로... 라는 패턴.

 

3)자만심+행운

만화에서 흔한 조합. 유능하고 자신감이 넘쳐나지만, 그만큼의 실력과 운이 따라주는 캐릭터에게 많습니다. 전투나 격렬한 액션 상황에서의 어필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국면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장면을 만들고 싶다면 충동적+행복한 우연 조합도 쓸만하다.

 

4)막가는 인생+필사즉생

3)과 비슷하지만 이쪽은 악운이 강하다는 느낌이 강한 쪽. '죽을 자리를 찾지만 죽음이 피해가는' 패턴의 캐릭터에게 어울림. 전에 플레이했던 무한경비대 특무부 캐릭터가 갖고 있던 조합이야.

 

5)행운+불운

3)과 마찬가지로 만화에서 흔한 조합. 다이나믹하고 스타일리쉬한 일상을 사는 캐릭터에게 많다. 이게 진화하면 불운+운명(박복하지만 결국 해피엔딩 패턴)이나, 행운(또는 행복한 우연)+숙명(당장은 좋아보이지만 결국에는 안습 패턴)이 된다. 

 

6)상식+충동적 

얼핏 보기엔 상충하는 조합 같지만 상식이 있어도 호기심이 한 번 동하면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상식적이고 논리적이지만 뭔가 저지르고 봐야겠다! 라는 욕구가 임계점을 넘으면 결과가 대략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질러놓는 스타일. '보통 때는 이성적인데 한번 정신줄이 끊어지면 물불 안 가리는' 유형을 표현할 때 괜찮을지도?



PS=만화적이거나 비사실적인 캠페인으로 가면 더욱 다양해짐. 고속 재생+만성 통층+시한부 인생(나노머신 처치의 부작용으로 전신의 체세포 재생이 극히 활발해지지만 세포의 자연 자멸 속도가 재생 속도를 못 따라가게 되어 세포가 암이 된되거나...)이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