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다른데 같으면 뭐 없는 얘기라서 안쓸텐데. 여긴 디씨니까.


밑에 대자보에 지나가는 말로 나와있어서 생각나는 김에 써봄.



1. 여전사가 그렇게 좋아?


매드 맥스가 나왔을때 세상의 모든 페미니스트가 퓨리오사를 외쳤지.

머리도 박박 깎고, 액션도 화끈하게 벌이고. 쓸데없이 남주인공하고 키스따위도 안하고.


페미니즘 비평에서 '여전사' 캐릭터는 언제나 환영받는 존재였어.

비슷한 맥락으로는 요즘 많이 나오는 '전문직 종사자'도 있고.


(아, 공주기사는 절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음. 그건 능욕되기 위한 존재잖아.)


이런 캐릭터가 환영받아온 이유는 여성 캐릭터가 "여성에게 맞는 일" 이라는 이미지

(소위 "여성성")에서 벗어나서 자기 정체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고, 

그래서 특히 군인이나 전문직 등 "남성적"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관심을 받게 됐지.


근데 요즘엔 이런 캐릭터 나올 때마다 일일히 페미니즘이 어떻고 여성권리가 어떻고 하는 소리가 지겹더라고.


고급시계에 아나 아마리라는 캐릭터가 나왔던데. 짹짹이에서 무지 좋아하더라.

근데 그러면 메르시는 페미니즘적인 캐릭터가 아닌건가? "딜"이 아니라 "힐"을 해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직업에 종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 페미니즘에서는 이미 한참 오래전에 지나간 유행이고, 

심지어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하는 것도 좀 된 흐름인데. 

비단 영화나 만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룰 때만은 아직도 이 틀에 얽매여있는 것 같아.


아나는 쿨한 캐릭터지. 하지만 그게 "페미니즘적으로 여성 권리를 보여줘서" 쿨한 캐릭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냥 쿨해서 쿨하다고 하면 안될까?




2. 여자는 나쁘면 안 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하우스 오브 카드'에는 클레어라는 이름의, 주인공의 아내가 나와. (개인적으로 이 미드는 시즌이 지날수록 망한 것 같음)

아내라고는 하지만 주인공과의 관계는 애정적인 관계보다는 권력을 위한 동반자 관계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래도 하고 배신도 때리지. 


나는 이 캐릭터가 무척 흥미로운 악당이라고 생각했는데, 꽤 인기있는 미드인데도 불구하고 영 언급이 없더라고.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고전적인' 여성 악당의 역할은 "마음씨 나쁜 계모" "마녀". 잘해봤자 007(어느 시리즈인지 모르겠네)에 나와서 

남자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 졸라 죽이는 "꽃뱀" 따위였는데. 거기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거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캐릭터에 대한 언급이 회피되는 이유가 있다면, "여성 캐릭터는 악당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는 

페미니스트들의 '편견'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어(물론 확정적인 증거가 있는 건 아냐).


저번에 경향신문에서 칼럼 하나를 봤는데 "인류상의 모든 전쟁은 남성들이 벌인 것"이라고 써놨더라고. 

어떤 칼럼인지는 찾지를 못헀는데. 대강 이 글하고 비슷한 논지였어.

http://www.redian.org/archive/27076


이 사람들은 대처가 명예 남성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나보지. 여군은 꽃꽃이용 장식이고.


난 여성이 얼마든지 사기를 치고, 부정을 저지르고, 폭력을 행사하고, 권력에 눈이 돌아갈 수 있다고 믿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