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역시 Cthulhu Dark Ages의 서플먼트인 대수도원(The Abbey). 다른 건 대개 바이킹 / 십자군 등을 다루고 있는데 그나마 사제단하고 이건 기독교 세계관 어디에나 쑤셔넣을 수 있는 물건이라서 일단 이거하고 저번에 소개한 사제단만 소개하고 치울 생각.
성 바르톨로메오 대수도원(St. Bartholomew Abbey)
기본적으로 제시되는 수도원 예제. 원래 "노상강도 귀족"... 그러니까 자칭 귀족인 용병단 두목 중 하나가 세운 요새였는데, 요새를 세운 뒤에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이 나타나서 성물인 성 바솔로뮤의 유해 일부(피부 조직. 바르톨로메오가 피부가 벗겨지는 방식으로 순교한 데서 유래함)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함. 그래서 이 양반이 수도사들과 성물을 보호하다 기독교에 회심했고, 거기다가 자식도 없이 죽으면서 요새 자체를 베네딕트회에 기증함. 발레즈(Valles)라는 마을이 근처에 있고, 수도원 내 시설이라든가 주요 NPC들이 나온다. 아래 설명할 성 제롬의 칼 수도회에서 전투 담당으로 뛰다가 은퇴한 수도사라든가... 그 외에도 수도원 외부의 환경, 그러니까 왼쪽 퍼런거가 되기 전 콩가루 상태던 당대 프랑스의 상황이라든가, 거기서 잘 쓰던 이름이라든가, 여행길을 배경으로 써먹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플롯 등을 제시함. 다만 개인적으로는 CDA보다는 좀 후대 배경이긴 하지만 캐드펠 시리즈만 읽어도 수도원 관련 시나리오 떡밥은 잔뜩 뽑아낼 수 있을 거 같음.
성 제롬의 칼 수도회(Order of Sword of St. Jerome)
이 동네의 델타 그린. 사실 이 서플은 이거하고 수도원 묘사에 쓸 내용 보라고 나온 거다.
역사
이 세계관의 델타 그린 포지션 집단. 부르고뉴 공국의 베네딕트회 소속이던 성 제롬 수도원의 원장이던 소비놀 르 레테(Sovignor le Lettré)라는 양반이 891년에 설립함. 원래 이 수도원은 별 볼일 없는 동네였는데, 소비놀은 하필 성 제롬(St. Jerome. 아마 "히에로니무스"나 "예로니모"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전에 제롬으로 번역했으니 그대로 갈 생각) 덕후였고, 그래서 성 제롬을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가칭 "성 제롬의 잊혀진 송가(The Lost Canticle of Saint Jerome)"라는 알려지지 않은 저서가 더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걸 찾는 데 돈과 시간을 소모함. 그러다가 거기에 누가 감동했는지 꿈에 그게 수도원 인근 산 속 동굴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됐고, 그래서 가 봤더니 진짜로 그게 나옴. 그래서 신난다하고 열심히 읽었는 게 이게 웬걸. 사실 성 제롬은 크툴루 신화 스킬을 꽤 고렙까지 찍은 사람이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가 알게 된 내용을 따로 적어뒀는데 남들에게 보여주긴 좀 그래서 감춰둔 거였다.... 그래서 "사실 이 우주에는 신과 같은 괴물들이 잔뜩 있음"하고 기독교 교리를 씹어다먹는 내용이 담긴 책을 보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소비놀은 걍 동료들에게도 이걸 돌려 읽게 한 뒤 상의해보기로 함. 그러다 좀 멘탈이 약한 수도사 하나가 정줄을 놓고 몰래 그걸 필사한 뒤 자기를 목격한 동료를 해치고 달아난 뒤에 인근 마을로 도망쳐서 책에 나온 존재를 소환해 보려다가 역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함께 정신지배당하는 대형 사고를 쳐 버림. 그리고 수도원에서는 부랴부랴 무장하고 배신자를 쫓아갔더니 마을 하나가 통째로 맛이 간 상태라 사생결단으로 싸워서 이김. 여기서 이겼다는 의미는 마을 사람들 + 배신자를 몰살시켰다는 의미다.... 근데 그 과정에서 딱 4명 죽었다니 의외로 원래 전투력은 좋았던 곳인 듯.
하여간 이래서 책 한 권 때문에 동료도 잃고 마을도 하나 말아먹고 난 뒤 소비놀이 생각한 게 이런 악이나 그에 홀리는 놈들이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르니 누군가 대비를 해야 한다는 거였고, 그래서 직접 책을 로마로 가지고 가서 당대 교황에게 썰을 풀었음. 교황은 당연히 "사실 이 우주에는 신과 같은 괴물들이 잔뜩 있다"는 성인의 저서 +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언에 뒤집어져서 이 책을 일단 이단에다 금서로 지정하고, 이런 괴물들에 맞설 새로운 수도회를 비밀리에 조직하라고 명함. 그리고 소비놀에게 이 수도회의 이름을 붙일 권리를 줘서 "성 제롬의 칼 수도회"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 문제는 뭐였냐. 저 교황님 성함이 포르모소(Formosus).... 기독교판 부관참시인 시체 시노드(Cadaver Synod)를 당해서 그 후계자인 스테파노 6세(Stephanus VI)가 이 양반 시체를 무덤에서 꺼내다가 생전에 이 양반이 받은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운 뒤 시행 / 수여한 모든 것을 무효화때리고 시체는 오른손 중지 잘라다 강에 던져버림. 당연히 성 제롬의 검 수도회도 이 양반이 승인했으니 순식간에 불법 사조직화.... 물론 자진해체할리는 없었고, 그래서 수도회 인원의 2/3이 잡혀죽고 소비놀 본인도 스테파노 6세를 몰아내려는 계획을 진행하다 잡혀서 죽은 뒤 로마에 시체가 내걸림. 그래서 리얼 폭망했다 싶었는데... 어느 날 생존자들이 모두 꿈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 꿈을 꾸고, 다음 날 진짜로 그 사람이 나타남. 그리고 그를 만난 이들은 모두 "이 사람이 우리를 이끌 수 있겠다"고 느끼고 그를 새 수장으로 추대하게 됨. 새 지도자는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고, 대신 순교한 소비놀의 이름을 사용했고 이게 이후에도 수도회 수장들의 전통이 됨. 그렇게 어찌어찌 버티다 스테파노 6세가 죽은 뒤에 새 교황이 다시 교황 포르모소를 복위시키고, 성 제롬의 칼 수도회도 비밀리에 다시 재승인함.
편성
하위 5개 부서로 구성됨. 다만 업무는 한 부서가 몰빵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각 부서에서 인원을 모아다가 "파밀리아(Familia)"라고 부르는 파티를 짜서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함. 또한 여성도 낄 수 있는데, 왜냐면 얘들은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남자가 보지 못하는 악을 여자는 볼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임. 다만 조건이 좀 빡센 편이고, 유해 관리 부서나 전투 담당 부서에는 못 들어감. 다만 플롯 예제랍시고 스페인의 이슬람 영토에 잠입해서 위험한 마도서를 소각시키고 잡힌 수녀 이야기가 나오는 거 봐서는 할 건 다 하는 거 같다. 또한 수도회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14세부터 수도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게 됨.
Apertum Malus - 조사 담당 부서
Armaria - 서적 관리 부서
Cryptoria - 유해 관리 부서
Gladius Fraternus - 전투 담당 부서
Infirmaria - 치료 담당 부서
당연히 이 포맷의 필수 요소 답게 각 부서별로 캐릭터를 만들 때의 직업 스킬 조합 / 기본 장비류 등이 따로 제시되어 있다. 가장 골때리는 부분은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기 소속 캐릭터들은 크툴루 신화 스킬을 최소 1~3% 갖고 시작하는 거하고 고행(Mortification)이라고 자기 이성을 회복하는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거. 정신과 의사 그런 거 없는 CDA의 세계관 상 상당히 유용한 스킬이다. 그래서 대놓고 "키퍼는 시나리오 진행 도중에는 이 스킬의 사용을 억제하는 편이 좋습니다"라고 조언이 나옴... 또한 수도회 외부에서 협력해주는 평신도들(기본 직업들)이 어느 부서와 주로 연계될 수 있는 지도 설명되어 있음.
교리 수칙
간단하게 딱 셋임. 대충 앞부분만 요약하자면
1. 악은 어디에나 있고 순수함과 신에 대한 믿음, 교회에 대한 충성으로만 필멸자가 그를 극복할 수 있다.
2. 지식은 귀중하다. 지식은 선도 악도 될 수 있고, 선한 지식은 보존하고 악한 지식은 불태워 없애야 한다.
3. 수도회 내부의 비밀을 외부로 유출시켜서는 안 된다.
외관
일단 중세 시대의 배경상 수도사들이 돌아다니면 "어느 수도회 소속인지" 쉽게 알 사람은 별로 없음. 그리고 얘들도 자기네가 뭘 하는지 새어나가면 좋지 않으니까 자기들과 협력해주는 이들에게도 잘 이야기하지 않고, 대개 다른 수도회 소속인 것처럼 행동함. 위에 나온 여기서 은퇴한 수도사도 일단 베네딕토회 수도원에 기거하는 중이고. 거기다 성 제롬이 4대 교부 중 하나다 보니 이름 써먹을 데가 흔한 성인이라 듣보잡에 가까운 성 제롬 수도원과 성 제롬의 칼 수도회를 엮으려 드는 사람도 적다는 듯.
재정
일단 바티칸에서 지원금을 내려주긴 하는데, 얘들은 다른 수도회와는 달리 자체적인 자금 확보 수단이 없음. 그런데도 다른 비슷한 규모의 수도회보다 돈을 많이 쓰는 편. 이 부분은 교황이 개인 자금을 푼다고 설정하거나 그 외의 "스폰서"가 있다고 적당히 넘기는 분위기. 떡밥으로 쓰라 그런 이야기지 뭐.
그야말로 비밀결사의 표본 같네...
이 비밀결사 교육이랑 정치사회권력 없는 것만 빼면 완전 중세판 뉴 월드 오더네. 중세에는 성직자들이 사회 최고의 인텔리 학자이기도 했으니까... 좋은 글에는 추천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