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허락 맡았으니, 대충 이거 보고 '좀 WoD 냄새 나지 않나...?' 하는 부분 있나 검증 좀.

일단 내가 생각하는 건, '헤르메스학'이라는 현실의 신비주의 언급(...) 그 자체랑,

앞서 언급한 패러독스 비슷하게 '다른 믿음의 존재 자체가 마법을 방해해서, 안 보이게 써야 마법이 더 강해진다'는 설정,

그리고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거대한 음모론 조직이 언급되는 분위기... 같은 게 있겠네.



※주의: 말했다시피,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30분 만에 휘갈긴 설정놀음이므로

비문과 장황한 표현이 넘칩니다. 까다로우신 분들은 주의하시길.



이 세계관에 대해서 약간의 이해를 돕자면, 초자연현상은 이 정도로 분류가 됨.


초능력: 개인의 정신에 의해서 발생한 초자연현상

마법: 인류 집단의 정신(종교나 전설, 신화 등)에 의해서 발생한 초자연현상

무공: 개인의 육체에 의해서 발생한 초자연현상


엄연히 말하면 오피셜은 아니고, 내 친구 설정에 대해 내가 붙인 '작중의 주석' 같은 포지션이긴 하지만.



 서구 마법세계의 역사



 어떻게 해서 서구의 마법세계가 마법의 베이직, 말하자면 ‘윈도 OS’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마법 이론의 기반이 되는, 근대마법 체계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해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가톨릭 교회가 유럽 전체를 지배한 중세는, 의외로 마법에 있어 ‘평화로운’ 시대였다. 사람들은 무덤 속을 기어다니는 밤의 괴물들과 요정들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믿었으며, 이교도 샤먼들의 후예는 그 지방의 약초술사나 점쟁이로, 가톨릭 신앙의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소수의 성직자들이 이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기는 했으나, 그들 역시 구마의 기도문을 민중들에게 보급하는 데 열중했을 뿐, 조직적인 마법에 대한 탄압을 시도할 만한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중세가 끝나고, 도시국가가 발전하고 위대한 가문들이 무역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무엇보다 이슬람권에서 고대 그리스의 유산들이 전수되기 시작하면서, 유럽 사회에는 일대 격변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슬람권의 연금술, 소위 ‘헤르메스학’은 유럽에 빠르게 흡수되었으며, 유럽인들은 이를 히브리에서 기원한 신비주의 신학과 융합하여 빠르게 발전시켰다. 황금과 영생, 그리고 신비한 지식에 목말라 있던 당대의 대가문들은 이들 ‘철학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베풀었다. 수많은 서적들이 라틴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천문학과 화학에 대한 이해는 날이 갈수록 드높아졌다. 지식인이라면 모두가 별들의 신비와 자연의 법칙,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초월적 실체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던 시대였다.
 한편, 이 새로운 지식을 경계한 가톨릭 교회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강렬한 의사를 표했다. 그들의 공포는 실상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것에 가까웠지만, 어쨌거나 이단심문관들은 가차없이 이 ‘철학자’들을 ‘마법사’라 단언하고 화형대 위에 올렸다. 성직자 된 사람이 해괴한 내용의 예언서를 출판하고, 그 성직자가 이단심문관에게 끌려가 감옥에 처박히는 것은 당대 사회에서 드문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 등장한 종교 세력, 신교도들의 등장은 마법 탄압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신교도들은 구교도들보다 마법에 더욱 불관용적이었다. 가톨릭 역시 신교도들을 축출한다는 명목으로 마법 연구가들을 괴롭혔다.


 자연스럽게, 연금술과 신비주의 철학은 일종의 밀교적 비의(秘儀)로 전수될 수밖에 없었다. 철학자들은, 기존의 종교가 그랬듯이 사회의 전면에 나서 다른 종교들과 부대끼며 마법의 힘을 방해받기보다는, 사회의 음지에 숨어 비밀리에 지식을 탐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인지되지도 않는 마법은 사회의 탄압을 피할 수 있고, 다른 집단의 마법에 의해 간섭받지도 않는다. 이것이 유럽 사회에서 오컬트 비밀결사가 보편화된 계기였다.
 자신들의 실험이 물리적으로 재현 가능한 현상이 아니라, 영적인 단련 과정임을 알아차린 연금술사들은 새로 등장한 ‘화학자’들과 결별을 선언했다. 신비주의 철학자들은 유럽의 일신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그리스 철학을 비롯한 수많은 이론적 기반을 추가했고, 이를 통해 신적 존재들과 교통하여 영성에 도달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들이 바로 현존하는 연금술/강령술 결사들의 직계 조상이 되는 집단으로, 이들에 의해서 새롭게 등장한 유럽의 ‘마법사’들은 기존 전통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할 수 있었다. 후일 ‘근대마법’이라고 부르게 될, 범용성 높은 이론적 기반은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음지로 사라진 유럽 사회는 과학 기술의 힘을 통해 번성하였고, 제국주의의 시대에 유럽 외의 종교 전통들을 열심히 파괴하였다. 이것이 유럽 마법사들의 어떤 조직적인 사보타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시선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서구 마법계의 공식적인 견해는 언제나 ‘우리가 없었다고 제국주의가 없어졌겠냐?’ 였다.
 아무튼 이렇게 철저하게 파괴된 각 지방의 마법적 전통을 조금이나마 기록한 사람들 역시 서구인일 수밖에 없었고, 후일 이들이 자신들의 마법 체계를 복원할 때 참고할 자료 역시 서구인들의 연구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서구 본토의 위치크래프트 전통들을 포함하여, 현재 명맥이 끊긴 마법을 구사하는 것 역시, 근대마법의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근대마법은 확실히 작동하는 수많은 마법적 장치들, 이론적 연구, 그리고 물질적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은 거대한 기계 장치나 다름없는 것이다. 망가진 기계를 고치려면 부품들을 사서 끼워야만 했고, 부품을 판매하는 곳은 서구의 마법사들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구 마법의 전통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서구 마법 사회의 제도와 자본 역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사회의 전면에서 벗어나, 음지에서 진리의 탐구에 열중하는 마법사들의 ‘사회적 지위’ 역시 자연스럽게 비서구권 사회에서 정착되었다. 자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법은 거대한 기계이고,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와 준비가 필요했다. 마법사들은 지질탐사 없이도 유전을 찾을 수 있었고, 편미분방정식 없이도 내일의 주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해 드는 투자금은 결코 값싸지 않았지만, ‘정부에 감시되지 않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일부 발 빠르고 탐욕스러운 비밀결사들이 막대한 이권을 챙기는 데에 충분했다.


 이것이 현재의 역동적인 마법세계를 이루는 역사적 배경이다. 마법사들의 사회적 지위, 그들이 음지로 숨어든 이유, 그리고 중동의 종교와 연구가 마법 세계의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과정. 뭐, 마법은 역동적이고, 개개인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수행하는 데는 영성에 대한 추구 외에도 수많은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마법사 개개인의 목적이나 행동은, 마법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안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마법은 기계 장치라고 비유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마법은 대개 다른 마법을 부른다. 수행되는 마법의 98%는 다른 마법을 쓰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마법 사회 자체도 하나의 ‘거대한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인류 모두가, 우리의 역사가 수행한 거대한 마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교한 마법. 너무나 정교해서,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위대한 마법 말이다.



P.S. 그래서 이 친구놈이 이 거창한 세계관에서 쓰는 게 뭐나면,

무간도 같은 느와르물이요.


...진짜로, 솔직히 웬만한 라노베 작가들보다 문장력 같은 거 훨씬 낫긴 한데,

대체 왜 총 대신 마법과 초능력이 존재하는 건지는 나도 이해가 안 가니 묻지 마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