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문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것이 [무작정 내가 멋있게 봤던 캐릭터를 PC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내가 구경하기 재밌는 캐릭터'와 '내가 직접 이입하기 재밌는 캐릭터'는 다르다. 나도 헬싱에 나오는 알카도 같은 캐릭터 멋있다고 봤다. 블레이드도 아마 열 번은 봤을 거야. 근데 내가 얘들이 총질하고 칼질하고 무차별로 적을 박살낸 다음 후까시 잡는 걸 "시발 쩐다"하고 보는 거랑, 직접 그 인물의 배역을 맡아서 주말 드라마 뛰는 건 다르다. 나는 저런 캐릭터들에 이입해서 저런 인물들의 인성과 감수성과 행동 방식을 연기하는 데는 별로 관심도 없고, 사실 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야. 일단 블레이드는 몰라도 알카도는 못할 거 같아... 쪽팔리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단지 관객으로 구경할 때 멋있게 본 캐릭터를 막연한 이미지만 갖고 PC 모델로 삼으면, 당연히 그 PC는 내가 피상적으로 느낀 몇몇 멋진 속성들로만 이루어진 평면적인 존재가 돼. 감정의 변화 폭도 좁고, 대사도 늘 비슷하고, 문제해결 방식도 늘 같은 등... 이렇게 되면 여러 모에서 게임의 생동감이 떨어지고 몰입도 크게 저하됨. 하지만 역시 이렇게 될 경우 제일 문제를 일으키는 건 바로 PC와 플레이어가 일체화되기 시작한다는 거야. 이런 PC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면, 많은 경우 해당 PC의 플레이어는 "PC로서 상황을 파악하고 반응하기" 보다는 그냥 플레이어인 자신으로서 게임 상황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냥 구경하면서 막연하게 멋있다고 느꼈던 일면들만 가지고는 다채롭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성을 구축할 수 없으니까. 사실은 플레이어도 자기 PC의 성격, 감성, 습관, 행동방식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거야. 그 캐릭터다운 게 뭔지 플레이어 스스로 모르니, 그 캐릭터다운 반응을 할 수가 없고, 결국 게임 속 가상세계에 사는 PC가 아닌 게임 바깥에 있는 플레이어가 PC를 Assuming Direct Control을 해버리는 거지.
이건 흔한 맥락에서의 메타게이밍과는 조금 달라(크게 보면 같은 궤지만). 주로 D&D에서 얘기하는 메타게이밍은 "PC는 알 수 없지만 플레이어는 알고 있는 데이터나 기타 정보를 이용해서, PC가 게임 세계에서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게 한다"는 거잖아? 근데 WoD에서는 거기에 더해서 그냥 PC에 플레이어의 인격이 완전히 덮어씌워지는 거 자체가 문제야. 왜냐고? 비극에서 플롯과 캐릭터가 갑자기 뜬금없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몰입을 유지할 수 있겠어? 예를 들어보자. 햄릿에서 주인공이 주변상황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고민하며 복수할 때와 방식을 고민하며 혼자 괴로워하고 있을 때, 보다 짜증난 관객이 배우를 무대 너머로 집어던지고 직접 햄릿 역할을 뺏어서 당장 삼촌을 찾아가 멱을 따버린다고 치자고. 나름대로 통쾌하고 막장스러운 재미는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그 전까지 진행되고 있던 햄릿이라는 극의 플롯과 캐릭터는 작살난 거야. 극 자체가 끝장난 거지. 그리고 햄릿을 보기 위해 모였던 다른 관객들은 개빡치겠지. WoD(혹은 기타 드라마가 중시되는 RPG)에서 플레이어가 PC의 캐릭터성을 멀리 차버리고 자기 성격과 의도를 100% 반영시켜 캐릭터를 움직이는 건 거의 이런 급이야. 물론 완전히 메타게임을 배격하겠다는 것도 병신같은 짓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PC의 인격과 플레이어의 인격이 똑같으면 그건 무슨 RP의 재미가 있겠냐. 하는 본인은 어떤 재미를 느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다른 팀원들은 엄청 재미 없을걸.
그러니 WoD PC를 할 때는 막연하게 멋있는 단편적 이미지에만 의존해서 만들지 않는 게 좋아. 그거 니가 몇 개월씩 붙잡고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연기도 꼭 nPC를 압도하고, 속이고, 박살내는 연기만 할리는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남들이랑 같이 재밌게 RP하고 놀기 위해서는 내 PC의 인물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스스로 이해하고 남에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해. 마치 극에서 배우가 배역을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렇게 해서 "이 PC다운 모습"을 플레이어 스스로도 이해하고 다른 팀원들한테도 납득시키지 못하면, 언젠가는 팀원들 사이에서 캐릭터에 대한 해석의 불일치나 몰이해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
뭐 사실 내가 남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도 아니고 이렇게 하기 싫으면 안 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냥 오래된 생각이다.
확실히 좋은 조언이긴 하다 - Agility my good demon
항상느끼는건데ㅜ월드 오브 다크니스 너무 어렵다
게임 모델이 좆같아서 그럼.
이건 여담인데. 진짜 메타플롯이랑 설정만 가지고 캐릭터 만드는 놈들은 보면 어디 장대에 메달아버리고 싶다. 글쎄 니 PC가 누구 Childe고 어떤 nPC에게 Favor를 받았고 몇년도에 어느 사건에서 활약해서 누구를 디아블러리 했는지에 대한 설정은 니 PC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니까...
이득충을 메타게이밍 한다고 하는거구나 좋은거배워감
WOD만이 아니라 어떤 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내용, ㄱㅊ
나 같은 경우에는 겁스 말고 다른 룰로 플레이할 때도 '이 캐릭터는 겁스로 치자면 어떠한 정신적 단점과 사회적 단점이 있는지' '그러한 단점들이 플레이 상에서 어떻게 써먹힐지' '상정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플레이 내에서 얼마나 자주 벌어질지' 를 염두에 둠. 새삼 겁스는 갓룰이라는 걸 느낀다
추천 상용 시나리오가 마땅치 않다면 pc 롤모델로서 npc는 어서 따와야하는거져.
nPC는 PC의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지 않을까요. nPC와 PC는 역할이 다르다보니 nPC를 참고해서 PC를 만드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WoD나 그와 유사한 쟝르적 속성을 공유하는 픽션들의 주인공들에서 모티프를 찾으면 어떨지.
따오디책 보면서 느낀게 룰북 내에서 pc의 모델을 다 잡아주지 않아서 외부소스에 의존해야하는데, 이럴 거면 그 수많은 룰북이 왜 나왔는가라는 회의가 몰려오더군요... 역시 만악의 근원은 좆구린 게임디자인이라는게 늦게 얻은 깨달음...
템플릿 정도는 제공이 되는데... 결국 그 인물의 정서나 철학은 플레이어가 재해석해야 하는 것.
템플릿을 보려먼 무슨북 시리즈를 봐아하는 것...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클랜북이나 가이드 시리즈나 기타 등등에 다 있지 않나요.
ㄴ것보단 가능하면 코어 내에서 완결성을 주고 서플을 덤이어야한다고 보는데 이책저책봐야하면 아무래도 코어만 보고 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는 것 같으니까요. 과연 20주년도 해결 못 한 이 문제를 4th가 해결할 수 있을까가 매우 궁금한 것...
넹. 근본적으로는 그게 맞죠. 20주년은 애초에 기념판 개념이라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과연 4판은 어떨지.
ㄴ의외로 vtr은 클랜은 일단 버리고(...) 코브넌트에 한해선 뭐하는 놈들인지 감이 대충 잡히던데 말이죠. 이런 건 좀 nwod의 방향성을 접목해야한다는 것 방금 떠오른 생각...
전 nWoD에서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비록 코브넌트의 성격이 명확하게 나뉨에 따라 그 소속원들도 대충 그 성격을 공유하게 되는 식으로 캐릭터 구체화에 도움은 줬지만, 결국 뱀파이어가 된 한 개인을 묘사하는 데는 핵심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고 봐서요. 아키타입만으로 캐릭터를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랄까... 게다가 얘들이 구체적으로 뭐 하고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결국 추가 설정집을 봐야했고요.
ㄴ그 부분은 사실 시나리오가 보완해줘야하는데 제대로 된 상용 시나리오가 있을리 없으므로 설명조 서플로 때워야하는 것이죠. 아님 메타플롯은 작작좀하고 소개목적용 소설이라도 좀 제대로 냈었어야...
물론 마게는 헐리우드블록버스터급자본이 투자된다고 해도 리부트아님 답이 없읍니다.
역시 월오닼은 안하는게...
이래서 WOD를 아무도 안하는 거구나
인생역전!! ppl.zz.am [첫츙15%/매츙10%] 다폴더,369,연승,돌발 등 다양한 이_벤_트 진행중!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