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시트는 캐릭터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디자인 되는 캐릭터가 좀 더 자연스럽고 다양한 상황에서 어색함을 줄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령 네 캐릭터가 매력이 7 이라면(패파 기준 캐매 가능한 최소 능력치임), 나는 그 캐릭터가 다른 존재와 관계를 다루는데 서투르거나 아니면 타인이 꺼림칙하게 여기는 외모적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은 실제 플레이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째 이유는 마스터가 그 모든 결함을 다루거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주 꺼림칙한 외모를 가진 하프오크 PC 가 있다고 치자. 어지간한 NPC 들은 그를 만난 순간 어떤 반응을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은 부정적이며 해당 인물에게 불이익을 준다) 그런데 매번 이것을 묘사하는 것은 마스터의 업무 부담을 증가시키고 같은 기믹을 반복하는 피곤함을 유발한다. 반면 민맥싱의 산물인 높은 힘 수치는 매번 전투에서 그에게 명백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방금 앞에서 설명한 것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비록 마스터가 매력 7 하프오크의 못생기고 혐오스러운 외모에 대한 NPC 들의 반응을 적용해야하는 수고로움을 떠맡더라도, 내 능력과 여유가 허용하는 한도에선 끼거이 그것을 함께 즐길 용의가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매력을 7 로 설정하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이 그것으로 발생할 결함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민맥싱을 위한 포인트 벌이의 목적에서 나올 때이다. 그렇다면 마스터가 단점을 반영하더라도 플레이어는 그것을 즐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즐기지 않는 요소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리 만무하고, 나는 플레이어가 감수하지 않을 단점으로 얻게 될 이득이 불만스러울 것이다. 유사한 경우로 겁스의 포인트 벌이용 유명무실한 단점 선택이 있다. 내가 마스터인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조절하는 편이지만 Player 로 참여할 때는 그것도 힘든 경우도 많다.


 세 번째 이유는 민맥싱의 대표적 규칙인 D&D 또는 패스파인더를 예시로 들어서 설명한다. 민맥싱이 해당 캐릭터의 전투적 파워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은 딱히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페널티는 어떠한가? 나는 지금까지 힘 7 마법사를 몇 차례 본 적 있지만 그들이 힘이 약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던 장면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런 서술적인 차이 외에도 룰상에서 보장하는 매력 7 인 캐릭터가 교섭 판정에서 받는 불이익은 수정치 -2 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d20 기준에선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반대의 경우 지도력 있는 파이터를 하고 싶은 참여자는 매력에 많은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으로 얻는 이득은 너무나 미미하다. 오히려 지능에 투자하고 얻는 기술점으로 교섭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그럼 최대한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능력치를 캐릭터 설정에 맞게 분산해야 하는가? 사실 나도 이런 방향성을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정된 점수와 빌딩 욕구에 따라서 완전히 지켜지지 않는다. 가령 내가 동료들과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카리스마를 가진 파이터를 하고 싶다면, 매력을 높히는 대신 그런 방향으로 롤플레이를 잘하면 된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마스터가 "당신 파이터는 매력이 10 밖에 안되는데, 아군 병사들을 독려하는 당신의 멋진 연설은 자연스럽지 않군요." 라고 태클을 걸지도 않을테니까. 만약 그랬다간 오히려 마스터가 빡빡한 사람이라고 핀잔을 받겠지


(여담이지만 매력 능력치가 이런 예시를 들기에 유용한 이유는 D&D 3판이나 패스파인더에서 정신 능력치 중에서 지능과 지혜는 각각 기술점과 의지 내성굴림에 보너스를 주지만, 매력은 좆도 주는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힘 능력치로 이득과 손해를 볼 이유가 없는 캐스터들이 힘 수치를 깎아버리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게다가 설령 내가 능력치 출혈을 감수하고 매력을 높게(큰맘 먹고 14 정도) 설정했다고 해도, 마스터가 반영해줄지도 의문인데다가, 설령 반영한다 치면 내 옆에서 함께 다니는 매력 18 성기사는 가만히만 있어도 의문의 1승을 할 것이


 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 민맥싱은 D&D 류 규칙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런 규칙에서는 전사는 힘이 높고, 사제는 지혜가 높고, 마법사는 지능이 높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해당 능력치가 높을수록 확실한 이득을 부여한다. 애초에 이런 규칙들은 롤플레이 즉 전사는 바위를 들어올리고, 마법사는 고대 문자를 해석하는 역할 분담에 의미를 두고 있지, 결코 매력이 낮은 하프오크가 혐오스럽게 생겨서 발생할 페널티에 대해 고찰하는 규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가지고 시트와 캐릭터 일체화를 추구하려는 나 같은 사람은(분명 나 말고도 꽤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 자신뿐만 아니라 내 팀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쩌겠어? 난 당신의 매력 7 하프오크가 남들과 멀쩡하게 사교관계를 맺는 모습이 이입이 안되는데! 힘 20 의 적을 도륙하고 가진 근육은 몽땅 내장 속에 집어넣을 것 같은 당신의 늘씬한 여캐에 공감이 안가는데!


 사실 민맥싱은 단순히 능력치 뿐만 아니라 기술(겁스의 기능에 해당)에도 해당된다. 자주 쓰일법한 기술에만 많은 기술점을 투자하고 잘 안쓰일 것 같은 기술은 아예 배제시켜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패스파인더에서 '수영' 기술은 잘 쓰이지 않는 편인데, 덕분에 내 팀에서 플레이하는 PC 들은 단 한명도 수영에 기술점을 투자하지 않았고, 내가 전투 중에 침수 이벤트를 내자 이 맥주병 새퀴들은 전부다 물에 빠져 뒈져 버렸다. (그것도 나름대로 베테랑이라는 6 레벨 수준의 모험가들이......) PL 이 민맥싱을 하면 약점을 공략하는 GM 의 훌륭한 대응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식으로 Player 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초여명이 번역하고 출판한 갓룰 13 시대는 이러한 부분을 상당히 완화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의 방어도를 결정할 때 특정 능력치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 능력치 중에 중간값을 택한다는 시스템은 민맥싱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상당히 파쇄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D&D 식 기술 판정 시스템을 버리고 출신이라는 일종의 페이트 면모와 유사한 시스템을 씀으로서 해당 캐릭터가 배경에 걸맞는 기능 판정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니 나처럼 캐릭터의 특징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전반적으로 시트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 같은 놈에게는 훌륭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은근히 능력치 8 이 자주 나온다)


 이 갓룰을 구입할 수 있는 주소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225179


 또한 내가 속해 있는 로스트 칠드런(네캎)에서는 이 갓룰인 13 시대를 즐기며 연구, 컨텐츠 재생산을 하고 있으니 13시대를 즐기고 싶은 분들의 방문을 기다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