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TS가 되어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잘 생각해봐.
성별이 하룻밤 사이에 변한다는 건,
내 의식도 하룻밤 사이에 변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고,
'나'라고 하는 자아의 연속성이 허상일 수 있다는 걸 현실에서 실감한다는 이야기잖아.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면, '하루 사이에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왕창 변해버렸다'라기보다는,
'나 자신이 미쳐서, 남자로 살아간 20년분의 기억을 만들어냈다'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더 문제지. 한 개인의 성별을, 아주 손쉽게 바꿔버릴 수 있는 초월적 존재가
내 삶에 간섭해 있다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그 초월적 존재는 나를 언제든지 죽여버릴 수도, 중성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우리 사회를 박살낼 수도, 절대악이 될 수도, 절대선이 될 수도 있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존재로부터 나는 벗어날 수 없다는 거야. 순식간에 세상은 아우슈비츠와 다를 게 없어지지.
어느 순간, 나는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거라고, 그 누군가, '요제프 멩겔레'의 변덕만으로.
그런 의미에서,
부조리함으로 가득하고, 자신의 정체성조차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아가고자 발버둥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는,
TS 문학이야말로 진정한 실존주의의 후계자라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변신 계통은 대체로 그렇겠지. 근데 내가 보기에 직장을 잃었을 때가 제일 멘붕하기 쉬울 듯 하다...
ㄴ사실 변신은 읽으면서 좀 노골적으로 실직자를 은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렇게 단순하게 읽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읽으려면 어렵게 읽을 수도 있지만, 쉽게 읽으려면 쉽게 읽을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변신이 마음에 들었던 거에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