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edge of an abyss, 내지 짧게 on the edge 아니냐? 여기에 어떤 한국어 어휘가 어울릴진 모르겟는데.


 오히려 내가 서울 토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걸지도 모르겟지만, 이 도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느낌의... 뭐랄까, 편집증 같은 그런 강박으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아무리 내가 정상에 있어도 순식간에 도태되거나 무너질 수 있다는 느낌이랄까. 난 이 나라에 살면서 항상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서울은 그런 기류의 집약체인 도시인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거나, 소중한 게 있는 사람들, 욕심이 큰 사람들일 수록 그래서 더 불안해하고 항상 경게심에 가득 차 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가진 것 같아도, 충분한 능력이 되는 거 같아도 더 일하고 더 공부하고 더 가지려고 들지. 조금이라도 뭔가를 포기하고 내주는 순간, 남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우세해지는 순간 끝장이란 느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추해지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가기도 해. 여기서부턴 개인사니까 말을 줄이고.


 사실 이 도시의 역사부터도 그래. 일제 때는 식민 통치의 중심부였다가, 전쟁 때는 국군과 인민군 양쪽의 통치를 한 번씩 다 받아봣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제 기능을 하고 소생해 살아 움직이기 위해 거기 필요해 보이는 모든건 국적과 출처를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지. 그래서 이 곳을 처음 들렀을 때, 나로선 이 도시를 종잡을 수 없었어. 하나의 목적을 위해 귀하건 천하건, 어디서 비롯된 것이건 전부 취해다 이어 붙인 괴물 같은 인상이랄까. 문학 작품들에도 잘 나타나지. '꺼삐딴 리'나, '감자' 같은 것들. 나도 그쪽으로는 가방끈이 짧아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정도인데, 여튼.


 그런데, 난 이 도시의 이런 특성이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의 주제와 꽤 잘 맞아떨어진다고 봄. 야수성으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한다는 이 게임 특유의 테마에서, 대개의 경우 이 야수성은 '생존과 관련된 공포', '욕망', '분노와 증오, 원한' 이 세가지의 요소를 먹고 성장해. 이런 점에서 서울은 첫번째 요소를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도시야.


 뭐 그놈의 서바나 세팅이 정확히 어떤 모습일진 모르겟지만, 기존 월닼 설정과 출판사 측의 설명만 보면 사바트의 침공으로 그린 코트와 사바트 사이에 전면전이 붙고 이 사이에 끼인 기존 그린 코트 망명자 뱀파이어들이 그린 코트의 강압으로 인해 이 전쟁에 동원되는 이야기인 거 같은데, 이런 상황은 극도의 위기 상황이면서 또 나름 출세의 기회를 보장하기도 함. 한 마디로 all or nothing임. 좋은 실적들을 올리며 나름의 기반을 쌓아나가도 조금의 실책으로 큰 패배를 당하거나, 혹은 그린 코트의 의심을 사거나 눈 바깥에 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 이렇게 불안한 상승 가도를 달리면서, 욕망이 클 수록, 지켜야 할 것이 소중할 수록. 불안감과 공포는 더욱 커지고 비스트는 강해지지. 이 모든 것들이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해. 그 다음부턴 통상적인 뱀파이어식 비극으로 진행되지. 여기 대해선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듯.


 즉 이런 도시의 뱀파이어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는, 강제로 투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리며 가용한 모든 자원을 이용해 싸워나가게 된 혈족들이, 생존과 자신의 욕망 혹은 소망을 달성키 위해 대가를 치루게 되고, 대가를 치룬 성공 이후에도 오히려 그 성공으로 인해 자신을 위협하는 것들이 늘어나, 이전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고 또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게 되는 지옥의 무한 루프라고 생각한다. 여기 따라오는 분위기(mood)들이라면야 뭐 자연스럽게... 음. 졸리니까 여기까지 쓴다. 여튼 자려고 누웠다가 카페인 과다 복용 탓인지 잠이 안 와서 한번 끄적여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