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주제를 재미있게 풀려면 양쪽 모두에 '선인'과 '악인'이 엇비슷하게 배분되어 있어야 하고, 양쪽이 내거는 대의명분이 서로 상충하되 양 쪽 다 나름 설득력이 있어야 됨.
늑대 인간을 다룬 고전 흑백영화 중에 <울프맨>이라고 있거든(베니치오 델 토로 나오는 2010년 영화와는 다른 거). 그 영화를 보면, 합리주의자인 아들에게 신비주의자인 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함(대사는 기억나는 대로 적어서 영화랑은 좀 다를 수 있다).
"마음이 순수하고 신에게 기도드리는 사람도, 밝은 가을 달빛 아래서 투구꽃이 피어나면 늑대가 될 수 있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현세의 서로 상충하는 논리들에 지친 인간의 정신에 균형을 찾아주는 평형추 역할을 하지."
저 대사가 무슨 의미냐에 대한 해석은 보는 사람마다 갈릴 수 있지만 나는 '미신과 신비주의에 대한 욕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하나에서 열까지 단일한 기준으로 재단하고 정의하여 그걸 모든 이들에게 들이밈으로써 인간 정신을 규격화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의 일환' '세상은 적당히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논증할 수 없는 빈 구멍이 좀 있어야 잘 돌아간다'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임. 내 개인적 생각도 비슷하고.
그러한 주제를 확장해 보자면 마법VS과학 떡밥은 굉장히 해석의 여지가 많은 소재임. 감성과 이성의 대결일 수도 있고, 이드와 슈퍼 에고의 대결일 수도 있고, 실존주의와 실증주의의 대결일 수도 있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대결일 수도 있음. 내가 메이지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쪽으로 의미망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의 대역폭(....이라고 해야 하나)이 넓어서고.
하지만 턀갤에선 메이지 이야기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안돼
메이지 얘기하자.
ㄴ싫다
여기서 메이지 얘기 나오면 묘하게 흑백 진영론으로 흐르는 느낌이라 좀 싫긴 함. 어쨌든 울프맨은 좋은 영화였지.
ㄴ하지만 아재 글은 늘 잘 읽고 있슴니다
턀갤에 보기드문 진지한 글이라 추 먹임
글쎄요. 저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모든 신비를 불식시킨 이후에야 비로소 인간 정신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지라. 인간의 정신을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규격화하고 인간의 이지가 우주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인간은 육신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도 닦아서 해탈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미신과 신비주의는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저해하는 해악만 될 뿐이죠. 종교와 자연주의와 마찬가지로.
미신과 신비주의는 획일화된 현실에 대한 저항 같은 웅대하고 숭고한 것이 아닙니다.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무지하고 나약한 자들의 유아적인 현실도피일 뿐이죠. 사람이 종교에 빠지는 이유, 사기를 당하는 이유, 미신을 믿는 이유는 연원을 소급해 보면 일맥상통합니다. 무지하기에, 나태하기에, 연약하기 때문에 사탕발림에 속아넘어가고, 내세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안일한 평온을 얻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신의 은총에 기대어 현세에 복을 얻어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인류의 지성과 정신이 충분히 난숙하고 발달되면 종교와 미신과 신비주의는 당연스럽게 세상에서 사라지리라 봅니다. 종교와 미신과 신비주의는 결국 인류의 필요로 인해서 발명된 것이기에, 인류가 더 이상 그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멸할 수밖에 없겠죠. 그것이 기생하던 숙주에게 거부당한 밈적 기생충의 운명이니까요.
진지한 글이라서 없는 시간을 쥐어짜 진지하게 답변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WoD에서 인문과학은 트레디션이 아니라 테크노크라시 컨벤션인 뉴 월드 오더 아이보리 타워의 전담 관할 분야라는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