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A는 기본적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역사나 철학, 가치체계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다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것 같다. 근데 문제는 M:tA을 끼고 그 얘기를 해봤자 대화가 잘되는 꼴은 거의 못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M:tA이 게임 시스템이 제공하는 플레이 모델이나 판정법 따위는 제대로 된 게 없다시피 하고, 결국 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철학 사상을 바탕으로 서사를 만들고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는 데서 비롯되는 듯하다.
근데 뭐 대개의 참가자들이 고대사상의 체계나 철학사, 과학철학 따위를 알리가 있나.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안다고 해도 그 시각은 대개 자기 전공이나 취향에만 한정되어 있음. 그러니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우리 사상과 믿음도 나름의 합당한 구석이 있지만, 반대자들과 싸우다보니 우리의 맹점을 발견하는 동시에 상대가 지닌 사상의 가치도 깨닫게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로 흘러감. 즉 내가 아는 것들만을 도구삼아서 내가 모르는 것을 비난하는 건 매우 병신같은 짓이니, 이왕 사상적 정당성을 부르짖는 게임을 한다면 차라리 심오한 자기통찰을 통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시나리오로 가자는 거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병신짓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그나마 나으니까. 이것은 마치 앤더스 게임에서처럼 적을 이해하다보니 더욱 트인 시야를 가진 존재가 되어간다는 거랑 비슷함. 그러니 서사적으로 PC는 자기 패러다임이 지닌 모순이나 약점을 깨달아가는 동시에 적의 긍정적인 면들을 파악해야 하고, 스토리텔러와 플레이어들은 이런 서사적 흐름을 메타적으로 설계하고 전제한 후 플레이에 임하는 게 좋지.
M:tA 1판에서 개정판으로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설정들은 대개가 이런 내러티브를 강화하기 위한 것들임. 프로타고니스트였던 Traditions는 완고하고 보수적이고 오만한 불합리한 전통주의자들의 모습을 더욱 많이 반영하게 되고, 안타고니스트였던 Technocratic Union은 기존의 기계적인 획일주의자들에서 나름대로 공익을 추구하고 인본주의적인 면들이 강화되는 식. 그리고 얘들 다 틀린 점이 있다는 신세대 양비론자들도 나와서 제3자의 입장에서 두 거대 파벌들의 도덕적 맹점을 지적하고 말이야.
그런데 만약 위의 내러티브를 집어치우고 "내가 옳고 너희는 틀리다"는 식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일단 내가 아는 극히 부분적인 사상적 지식을 가지고 세계를 논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상을 공격하고자 한다면, 그건 안 맞는 틀에 세계를 우겨넣어 해석하고자 하는 바보같은 시도인 동시에 뭔지도 모르면서 하여튼 부당하고 저열한 가상의 존재를 상정해서 이게 우리 상대자라고 정의한 다음 두들겨 패는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가 되는 경우가 매우 많음. 물론 PC는 이런 짓을 저질러 주는 게 비극의 차원에서 재밌다. 애초에 WoD는 PC들도 구린 구석이 있는 '괴물'이라는 점에서 시작하니까 PC도 그런 우스운 짓 좀 벌여주는 건 좋아.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진짜로 이 짓을 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음.
그래도 비슷한 성향끼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W40K 데스워치 같은 플레이 한다면 그건 상관 없겠지. 하지만 자기랑 성향이 다른 플레이어도 있는 팀에서나, 혹은 공개 게시판에서 그런 얘기하고 있으면 당연히 분쟁이 생긴다. 그것도 아주 비생산적인 분쟁이 됨. 네 PC가 지닌 철학적 사상이 옳으냐 그르냐를 논하는데, 이것도 배운 사람들끼리 조심스럽게 토론해도 평행선 긋기 쉬운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비전공자들이 하고 있어봤자 서로 병신인증하는 꼴이 된다. 그래도 자기 병신인 거 인정하기 싫으니까 결국 서로 결함있는 순환논리만 반복하다가 비아냥거리기 시작하고 싸우는 거지. 내가 Technocratic Union에 대해서는 단순 플러프 빼면 얘기 잘 안 하는 이유도 그거임. 나는 물리학이나 수학 잘모르고, 정보이론도 배운 적 없거든.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거 어설프게 비난하고 헛소리나 하다 욕 먹느니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차라리 조용히 보고 있다가 질문이라도 하면 배울 거라도 있음.
얘기가 이렇게 흐르는 이유는 아무래도 서두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M:tA이 제대로 된 게임 진행 모델 없이 현실의 사상체계들을 갖고 놀라고 나온 허접한 디자인의 산물이기 때문인 듯하다. 근데 게임이 허접한 거랑, 그 허접한 게임 갖고 놀면서 스스로 병신짓을 확대재생산하는 건 별개 문제다. 뭐 여기서 학부 토론회나 학회에 가서 대뜸 "내가 잘은 몰라도 너네 사상은 병신이야"라고 던지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냐. 아무리 인터넷이고 별 볼일 없는 게임 관련 대화라고는 해도, 그게 어느 정도 현실적인 신념이나 가치체계와 연관된 거라면, 그리고 자기가 그 대상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최소한 말이라도 조심히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가끔 "내가 룰북은 안 봤지만 이래저래 다른 마법사 파벌이나 괴물들은 병신이고 테키가 짱이야~"하는 글 보면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이 수준은 아니어도 좀 아니다 싶은 얘기도 많고.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막말을 하니 싸움이 나지...
오래된 생각이다.
요약: M:tA 자체가 사상들간의 대립을 주제로 다룸. 그런데 상대 사상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일단 까야겠다고 생각하니 부조리한 얘기들이 나오고,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대화의 특성상 막말을 쉽게 함. 근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 실제 신념이나 가치체계가 공격받는 셈이나 하등 다를 바 없음. 그러니 존내 비생산적인 싸움이 남. 그러지 좀 마라.
답은 코미디다
동감하는 바입니다... 뭐 여기서 테키 빠는 건 일종의 밈에 가깝다고 보지만... 아니면 소영여신님 숭배의 일환이거나.
그러니 우리는 메이지를 멸종시키고 대중의 사상을 통일 시켜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나는 현실 철학체계를 바탕으로 마법사의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포커스 설계하고, Rote 짜고, 사상적 한계에 따른 비극의 서사 만들어가는 게 M:tA의 재미였는데. 여기서는 vs 얘기랑 자기옹호 얘기가 주를 이루니 좀 묘한 느낌임. 그렇다고 내가 거기 끼어들어서 싸우긴 싫고. ㅋ
걍 홍역한번 치른다고 생각하는 편이 편할 듯? 받아주는 입장에선 조낸 짜증나지만요.
매크로한 얘기좀 그만두자 해도 아무도 말 안들음 헤헤
wod갤엔 오늘도 홍역이 스치운다
풍토병인 듯.
정확히 말해 때아닌 마법 VS 과학 떡밥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