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ㅂ 어차피 이미 아침이야 잠 따위
아는 사람들은 알 만한, 리틀 피어즈라는 호러 RPG가 있음. 캐릭터들은 전원 6살에서 12살 사이의 어린이로 만들어야 하고, 이 어린이 캐릭터들은 벽장 나라(Closet Land)라는 이세계에서 온 괴물들에게 노려지고 있음. 거 왜 양키들 호러 영화 보면 어린애들이 침대 밑이나 벽장 속 같은 곳에 있는 괴물이 자기 잡아 먹으려 한다고 하는 상황 자주 나오지? 그러한 아이들의 두려움을 형상화한 곳임. 플레이어들은 상술한 대로 벽장 나라에서 와서 자길 잡아 가려고 하는 어린이들 캐릭터가 되어 그 공포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은 rpg야.
부모나 경찰, 학교 선생 같은 어른들은 도움이 안 됨. 어른들은 벽장 나라의 괴물들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거든. 거 왜, 스티븐 킹의 걸작 장편 <그것>을 보면 여주인공이 화장실에서 괴물을 보고 전신에 피를 뒤집어 써서 기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소리를 듣고 올라온 여주인공의 아버지는 피도 괴물도 보지 못함. 그런 거 상상하면 돼. 괴물들은 부모가 없는 틈을 타 애를 괴롭히는 베이비시터, 소아 성애자, 유괴범 같은 형태로 모습을 바꿔 pc들을 괴롭히기도 함. 당연히 평범한 어른들은 그런 흔적도 보지 못하지. pc들은 그러한 공포와 맞서 싸우다가 결국 패배하면(즉 배드 엔딩이 되면), 벽장 나라로 끌려가 버려. 인간 세상에서는 실종으로 처리되고.
지인 블로그에서 소개 글 보고 관심이 생겼다가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룰북을 얻어서는 소설 형식으로 된 서문을 번역해 봤음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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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게
3월 3일
와! 난 전엔 일기장을 가져본 적이 없어. 너무 멋져! 널 사라라고 불러도 될까? 난 늘 사라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었으면 했어. 봐, 나도 내 이름을 알려줄게. 내 이름은 제나고, 이쪽은 내 친구인 버니야. 오늘은 내 생일이야! 그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는 오늘 취한 채 들어왔어, 그래서 난 스스로 내 생일 파티를 했어. 버니와 난 부엌에서 땅콩 버터와 젤리 샌드위치를 먹었어. 난 파티 모자를 썼지만, 버니는 쓰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어. 그리고 우리는 나가 아이스크림을 사와 접시에 작은 아이스크림 케잌을 만들었어. 버니는 초에 불을 붙였고, 우리는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어. 내 생각엔 버니가 노래를 너무 크게 부른 것 같아, 왜냐하면 아빠가 우리에게 닥치라고 했거든. 난 아빠가 취해 있는 게 싫어. 엄마가 살아 있었을 때 아빠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았어. 하지만 엄마가 죽고 나자 아빠는 잔뜩 마시기 시작했어. 난 집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내. 아, 버니를 빼면 말이지. 그는 나를 돌봐줘. 그리고 지금 난 널 갖게 됐어, 사라! 네가 내 친구가 되서 기뻐.
사랑하는 제나.
사라에게
3월 5일
어젯밤에 진짜 무서운 일이 있었어. 난 침대에 버니와 누워서 자려고 하고 있었거든. 아빠는 그 때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어. 갑자기, 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 썩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어, 음. 그건 악과 죽음으로 가득했어.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어. 난 겁이 나서 이불 속에 숨은 채 가 버리라고 소리를 질렀어. 그것은 웃더니 내게 말을 걸었어. 난 “너를 갖겠어, 제나.”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버니를 움켜쥐고 내 방에서 도망쳐 나왔어. 난 의자로 내 방문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어. 난 깨어 있으려고 했지만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어. 아빠는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오직 버니만이 날 지켜줬어. 무서워, 사라. 그게 악몽 같지가 않아. 내 벽장 속에 뭔가가 살고 있고, 그건 날 전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사라에게
3월 9일
오늘 새 친구를 사귀었어! 버니랑 바깥에서 놀고 있었는데, 한 여자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어. 걔는 무척 착했어. 걔는 자기를 제시카라고 소개했고, 막 거리 아래쪽에 이사 왔대. 난 정말 행복했어! 우리는 학교 뒤에서 뛰어 놀았어. 난 걔가 조금 부러워. 걔 엄마 아빠는 행복하고, 걔를 잘 돌봐줘. 난 아빠가 좀 더 자주 집에 들어왔으면, 그리고 늘 취해있지 않았으면 해. 그렇게 되면 그는 내 벽장 속의 끔찍한 괴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거야. 버니는 자신이 날 지켜줄 거고, 괴물과 맞서 싸울 거라고 했어. 내가 이런 말 했다고 버니한테 말하지 마. 상처받을 테니까.
괴물 때문에 오늘 밤 내 방에서 자기 너무 무서워. 그래서 내 담요를 가지고 소파에서 자려고 해. 아빠는 신경쓰지 않을 거야. 오늘 밤도 안 돌아올지도 몰라. 너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뻐, 사라. 넌 내 최고의 친구야.
사라에게
3월 11일
난 내 인생이 싫어! 싫어, 싫어! 아빠랑 괴물이 날 찾지 못하게 놀이터의 미끄럼틀 밑에 숨어 있어. 비가 왔고, 감기에 걸렸고, 배가 고팠고, 겁이 나. 하지만 집에 가는 게 더 겁나. 그들이 집에 있어. 내가 집에 가면, 그들이 날 찾을 거야.
어젯밤에 아빠가 어떤 여자랑 함께 집에 왔어. 둘 다 취해 있었어. 내가 거실에 있는 걸 보고 아빠는 무척 화를 냈어. 그는 늘 내가 거치적거렸다, 늘 내가 없어지길 바랐다(그게 무슨 뜻이건)고 소리쳤어. 그냥, 내가 거기 있었다고 해서. 그는 소리치면서 나한테 물건을 집어 던졌고, 난 겁에 질려서는 방으로 도망쳐서 문을 쾅 닫았어. 그 때 난 버니가 아직 거실에 있다는 게 생각났어. 그래서 난 아빠가 날 보고, 화를 내지 않도록 정말 살금살금 나가기로 했어. 난 까치발을 하고 방에서 나가 버니를 향해 계단을 기어 내려갔어. 거기서, 난 아빠랑 그 여자가 소파에 있는 걸 봤어. 구역질이 났어. 그들은 발가벗고 서로를 만지면서 뭔가 하고 있었어. 우웩! 아빠가 날 봤어. 아빠는 정말 정말 화를 내면서 내 뺨을 때리고 방으로 꺼지라고 했어. 버니가 아빠를 막으려고 해봤지만 화만 돋궜어. 아빠는 나와 버니를 내 방에 집어 던지고 밖에서 문을 잠궈 버렸어.
난 울기 시작했어. 버니가 괜찮을 거라고, 실컷 울어서 안에 있는 걸 좀 쏟아내면 된다고 했어. 난 더 심하게 울기만 했어. 그 때, 난 내 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난 돌아보고, 비명을 질렀어! 괴물이 내 인형집을 산산조각내 놨어. 괴물은 나한테 웃어 보이며 인형을 집어 던졌고, 엄마 인형의 다리가 뜯겨져 나갔어. 괴물은 말했어. “난 네 엄마를 가졌어, 제나. 아빠도 가졌지. 이제 널 가질 거야.” 괴물은 인형집의 남은 부분을 벽장 속으로 끌고 갔어. 그건 마지막으로 말했어. “난 널 갖겠어, 제나.” 그리고 벽장 문이 닫혔어.
난 너무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어. 난 내 담요와 버니를 움켜쥐고 창문으로 빠져 나왔어. 지금 난 놀이터에 있어. 난 엄마가 필요해, 사라! 엄마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할 수 있을 거란 걸 알아! 엄마는 날 방안에 가두지 않아. 엄마는 날 사랑해.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아. 아빠는 날 때렸어. 난 아빠가 싫어! 싫어 싫어 싫어. 하지만 아빠를 싫어하는 게 싫어. 난 그저 아빠가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내게 미안하다고 말해줬으면 좋겠고, 날 업어주고, 내게 저녁 식사를 차려주고,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해. 그냥 그것만 원해. 왜 아빠는 변하지 않을까, 사라? 아빠는 왜 그럴까? 왜 날 사랑하지 않을까?
피곤해, 사라. 버니도 그렇대. 넌 자지 않고 깨어서, 오늘 밤 아무도 상처받지 않게 지켜줄래? 여기 있으니 옷이 좀 말랐어. 내가 노력하면, 아마 내 방에 돌아왔다고 상상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날 침대로 데려다 주고, 이 모든 일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자장가를 불러줄래,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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