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에게
3월 12일
오늘은 훨씬 기분이 나아졌어. 난 오늘 밤 제시카 집에서 잘 거야. 신나지 않아? 너무 행복해서, 울고 싶어. 하지만 오늘 일을 너한테 말해 줄게.
난 아침에 몰래 집으로 돌아왔어. 아빠는 아직 자고 있었어. 난 아빠를 깨우기 싫어서, 버니와 나눠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었어. 아빠가 깼을 때 집에 아무도 없도록, 산책을 좀 하기로 했거든. 아빠는 술을 마시고 나면 지독한 두통에 고생하고, 또 화도 매우 잘 내거든. 어쨌든, 난 걷기 시작했고 제시카의 집까지 갔을 때 걔가 날 보고 달려왔어. 걘 무척 놀라서, 나를 들여서 좀 씻겨야겠다고 하더라. 제시카 엄마도 깜짝 놀랐어. 제시카 엄마는 날 보고, 좀 울먹이기까지 했던 거 같아. 어쨌든, 제시카와 제시카 엄마는 날 따뜻한 물로 목욕시켜줬어. 훨씬 좋아지고 깨끗해진 기분이 들었어. 내 옷은 전부 너무 더러워서, 제시카가 자기 옷을 빌려줬어.
오늘 우리는 무척 재미있었어, 사라. 나랑 제시카는 종일 제시카 방에서 인형을 갖고 놀았어. 버니는 놀고 싶지 않아했지만, 우리는 버니에게 아기 옷을 입히고 아기 역할을 하게 했어. 버니는 나한테 좀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엄청 귀여웠어! 그리고 우리는 거실 탁자에 둘러 앉아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어. 제시카의 엄마 아빠도 거기서 무척 즐거워했어. 아기 옷을 입은 버니조차도 그 곳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더라. 제시카 엄마가 우리 아빠한테 전화해서, 오늘 밤은 내가 여기서 자도 되도록 허락을 맡아 준다고 했어. 제시카는 나하고 늦게까지 깨어서 놀다가 늦잠을 잘 수 있다고 신이 났고.
그리고 우리는 파자마 차림으로 같이 영화를 봤어. 무서운 영화였는데, 난 그게 무척 싫었어. 내 방 벽장의 괴물이 생각났거든. 제시카에게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하자, 걘 바로 껐어. 걔가 너무 좋았고 친절했기 때문에 난 괴물에 대해 말하기로 마음 먹었어. 난 바보처럼 들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걔는 내 말을 믿어줬어. 난 정말 놀랐어. 그리고, 걔는 오랫동안 자기 침대 밑에 숨어 있던 괴물과 그런 크고 흉칙한 괴물들이 살면서 밤중에 몰래 우리 같은 아이들을 공격해 잡아가는 곳인 벽장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어. 우리 엄마 아빠들은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에 괴물들을 볼 수 없고, 우리 같은 아이들끼리 서로 의지해야 한대. 제시카는 옛날에 야광봉으로 자기의 괴물과 싸워 이긴 적이 있는데 자신에겐 이제 필요 없으니 나한테 주겠다고 했어. 난 무척 기뻤어. 야광봉은 제시카가 들자 아직도 빛이 났어. 제시카는 이건 너무나도 빛이 밝아서 주변에 있는 어떤 괴물이건 눈이 멀어버릴 거다, 이게 날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고 말해줬어. 난 제시카를 꼭 안아줬어, 버니도.
난 제시카를 만나 행복해. 걔는 마치 언니 같아. 내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그리고 매우 예쁘고 똑똑해. 이 야광봉으로, 어떤 괴물이건 다시는 날 괴롭히지 못하게 해 줄 거야.
사라에게
3월 13일
난 더 이상 울지 않아, 사라. 난 너무 오랫동안 상처받아 울기만 했어. 그리고 이제 난 가야만 하고, 너는 따라올 수 없어.
아마도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야 할 것 같아. 그게 더 좋은 방법 같아. 제시카의 집에서 보낸 밤 기억하지? 그리고 걔가 나한테 야광봉을 준 것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난 나쁜 괴물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생각에 신나서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잔뜩 흥분해서는 잘 시간이 될 때까지 하루 종일 기다렸어. 난 당장 괴물을 상대하기를 원하기까지 했어. 난 괴물의 머리를 잔뜩 때려주고, 날 내버려두고 가 버리라고 소리쳐주고 싶었어.
어두워지고, 버니는 겁에 질리기 시작했어. 버니는 거실에 나가 있고싶어 했지만, 내가 그러지 못하게 했어. 우리는 숫적으로 괴물을 압도해야 했거든. 우리는 침대에 앉아 기다렸어. 버니는 살짝 잠이 들었고, 그 때 갑자기 벽장 문이 열렸어. 난 괴물이 숨쉬는 소리를 들었어. “안녕, 제나.” 그리고 괴물은 벽장에서 침대까지 한 번에 뛰어 올라왔어. 버니는 비명을 지르면서 괴물을 때리기 시작했고, 난 야광봉을 꺼내 있는 힘껏 벽장 괴물에게 휘둘렀어. 빛이 방 전체를 밝히고, 괴물은 거기에 얻어 맞았어. 크게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괴물은 뱀처럼 쉿쉿대면서 날 노려봤어. “난 돌아올 거다, 제나. 널 없애 버릴거야.” 그리고 괴물은 몸을 돌려 벽장 속으로 도망쳐 버렸어.
신나서 난 버니와 춤을 췄어. 우리가 괴물을 이겼어! 이젠 모든 게 다 괜찮을 거야!
그러나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좋은 소식을 들려주려고 제시카네 집에 갔을 때 거기엔 경찰이 와 있었어. 제시카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무척 화가 나 있었어. 어젯밤에 누가 제시카의 방에 숨어 들어와서는 걔한테 나쁜 짓을 했대. 경찰은 내겐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서 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어. 제시카는 병원에 있대. 경찰은 여전히 제시카한테 그런 짓을 한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잡지 못했다고 했어. 난 울기 시작했어. 난 누가 제시카한테 나쁜 짓을 한 건지 알 수 있었어. 그 괴물이야. 제시카는, 그 야광봉을 갖고 있었다면 안전했을 거야. 걘 이미 자신의 괴물과 싸워 이긴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야광봉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괴물이 걔를 잡은 거야. 제시카가 다친 건 나 때문이야. 미안해, 제시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난 놀이터로 달려가서 미끄럼틀 밑에 앉아 한참 울었어. 그 때 내가 뭘 해야 할지가 떠올랐어. 그 괴물은 우리집에서 살고 있지? 어느날 밤, 날 잡으러 나왔지만 나를 찾을 수 없다면? 괴물은 날 찾느라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들을 해칠 수 없을 거야. 갑자기, 내가 뭘 해야 할지를 깨달았어.
난 집에 와서, 옷 몇 벌을 내 분홍색 배낭에 챙겨 넣었어. 버니는 이건 썩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날 따라왔어. 하지만 너한테는 말하고 싶어, 사라. 넌 이곳에 있어야만 한다고. 난 제시카와 제시카의 엄마 아빠가, 내가 자신들을 미워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로, 내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그러니까, 넌 여기 남아서 그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해줬으면 해. 내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떠나야만 하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 난 괴물이 그 사람들을 해치기를 원치 않아. 그 괴물은 날 원하고, 나를 쫓아 올 거야. 난 빨라. 나는 멀리, 가능한 아주 멀리까지 도망칠 거고, 나를 지켜줄 야광봉도 가져갈 거야. 난 버니와 나눠 먹을 땅콩 버터와 젤리 샌드위치까지 잔뜩 만들어서 싸 뒀어.
울지 마, 사라. 이게 더 좋은 길이야. 그리고 아마도 나는, 서로 깊이 사랑하고 나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엄마 아빠도 만날 수 있을 거야. 괴물도 거기까지 날 쫓아오지는 못할 테고, 아마 거기서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을 거야. 괜찮게 들리지 않아? 울지 마, 사라.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그렇지, 사라?
그렇지?
디안고 강 근처에서, 어린 소녀가 실종됐다. 당국은 범죄에 연루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부모는 우리 딸을 되찾아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명확한 용의자는 없다.
꼼꼼하게 읽어 본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제나가 겪는 모든 일들이 진짜 초자연적 현상인지 아니면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우울하고 외롭게 자란 어린 아이의 상상에 불과한 건지, 제3자로선 명확히 판단할 수 없게끔 서술되어 있음. 버니(아마 토끼 인형이겠지)가 자신을 지켜주려다가 잠들어 버렸다는 서술도 아마 자기 자신이 잠들어 버렸다는 의미일테고. 사라라고 이름 붙인 일기장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테고. 이거 읽으며 내가 어렸을 때가 떠올라 대박 우울해졌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