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봄.


와일드웨스트는 현대 배경인 아포칼립스와 달리, 서부 시대 미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세팅임. 시대가 시대다 보니 주제 의식도 좀 달라서, 웜의 타락이 주로 '환경 파괴'로 나타나는 아포칼립스와는 달리 신대륙에 새로이 자리를 잡고자 하는 백인VS원주민들 간의 갈등, 정착지(와 그 안의 케언)을 둘러 싼 부족 간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주로 나타남. 물론 이 시대에도 산 깎고 갱도 파고 철도 놓고 공장 돌리고 하느라 환경 파괴가 있긴 했는데 시대가 시대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지.  


이 시대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워울프 설정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왜 서양 가루우들에게 굳이 정당성을 줘야 하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 생각은 좀 다름. 내가 보기에 이 시대에 서양 가루우들과 그 킨포크들이 저지른 만행은 전부 웜의 유혹 탓만은 아니거든. 기본적으로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뿐이다'라는 마인드가 사고 방식의 베이스에 깔려 있으니까 웜이 그걸 파고든 거지. 


디시버 아재가 전에 '워울프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반성과 속죄다'라고 한 적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함. 그 시대 백인들이 저지른 병크들이 '전부 웜의 유혹 탓이다'라고 소급해 버리면 결과적으로 서양 가루우와 그 킨포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되거든. 나중에 해야 할 반성과 속죄가 무게감이 있으려면, 웜의 영향과는 별개로 진짜 서양 가루우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문제로 인해 사고를 친 게 있어야 함. 


그런데 그렇다면 '웜의 유혹만은 아니고 애초에 스스로에게 내재되어 있던 문제 때문에 사고를 쳤다면 거기에 왜 정당성이 필요하냐? 라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지. 맞는 지적임. 그런데 나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함. 왜냐면 워울프의 이야기는 비극이거든. 그리스 고전 비극 생각해 봐. 거기 나오는 영웅들은 능력적으로도 뛰어나고 인간적으로도 보통 훌륭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한 두 가지 결정적 결함(여자를 밝힌다거나, 주사가 심하다거나, 자만심이 지나치다거나) 때문에 사고를 치고 결국 파멸하거든.


그걸 위해서는 서양 가루우들에게 있어서도 서로 대립하고, 인디언들 때려 죽이고, 보호구역으로 쫓아내고 그럴 만한 나름의 정당성은 하나 쯤 있어줘야 된다고 생각함. 물론 그 '나름의 정당성'에 입각해서 한 행동이 도가 지나칠 수도 있고 자기 합리화의 재료에 불과할 수도 있지(웜의 유혹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드는 거고). 그래야 나중에 "아무리 그랬어도(정당성이 있었어도) 그런 짓(인디언 학살 및 노예화 등)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는 후회가 임팩트가 생김.


대충 그런 이유로, '서양 가루우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단순한 이익 추구 이상의,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혹은 자기 합리화)할 만한 이유'가 어떤 게 있을지 생각해 봤다



1)킨포크들의 보호

와일드웨스트 플레이는 한 번 밖에 안 해봤고 책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 기본 세팅은 링컨이 암살당하고, 남북전쟁이 끝나고 몇 년 뒤가 스타트 시점인 걸로 알고 있음. 이 시기는 인디언 전쟁이 한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을 무렵임. 이미 숱하게 백인들에게 속고 땅 빼앗기고 살해 당하고 한 인디언들도 나름대로 독이 올라서는 과격하게 저항 운동을 하던 시기고. 백인 입장에서는 자기네들이 먼저 한 짓이 있으니 좀 찔리긴 해도 여하간 상황이 이쯤 되었으면 말 도둑질 해가고 포장마차 행렬 습격하고 하는 인디언들의 위협에 무력으로 맞서야겠다는 생각부터 하는 게 자연스러움. 킨포크 하나 하나가 소중한 가루우 입장에서는 특히 더 그렇지. 


2)인디언들의 계몽

전형적인 19세기 제국주의자스러운 논리긴 한데 잘 포장하면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음. '계몽된 우리가 무지한 인디언들을 잘 교화시켜서 백인 사회의 일부로 편입시켜야 한다. 영 말 안 들으면 줘팸하고 일정 구역 내에 가둬놔야 한다' 라는 게 당시 전형적인 청교도 개척자들 사고 방식이었는데 이걸 가루우 식으로 바꿔서 '원주민 놈들은 어리석어서 가이아의 진정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발전된 우리의 방식을 가르쳐줘야 한다. 거부한다면 좀 거친 수단도 써야지! 그게 그들을 위한 거야! 다 죽여 버릴 수도 있는데 우리 정도면 착한 거지!' 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거.


3)무지와 불신

딱히 정당화할 만한 건덕지까지는 아니지만... 단순한 이익 추구랑은 좀 궤가 다르다 싶어서 써 봄. 네이티브 가루우들은 인디언들에게 델리리움을 유발하지 않음. 어... 내가 알기로는, 가루우 역사를 통틀어서 임페르기움 안 한 진짜 얼마 안 되는 애들이 네이티브 3부족(욱테나, 크로아탄, 웬디고)들이거든(버닙도 안 했던가?). 그런데 유러피안 가루우 입장에서는 "닝겐들은 우리가 크리노스로 변한 거 보면 식겁해서 멘붕한다"는 게 당연한 상식이거든. 역알못 유러피안 가루우 입장에서는 저게 베일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음. 한 발 더 나아가 "포모리가 된 인간도 BSD 새퀴들을 딱히 겁 안 내던데, 인디언 놈들 혹시 이미 죄다 웜에게 낚인 거 아녀?" 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고.



케언 확보라거나 기타 이런 저런 이유들이 좀 더 생각나는데... '정당화 내지 자기 합리화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당장 생각나는 건 이렇게 셋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