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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P.S.

그냥 간단한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느낀 던월의 가장 큰 문제는, '던전을 안 돌 때 더 재미있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던월 몇 번 안 해 봤지만, 플레이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던전 내에서 누구랑 싸울 때가 아니라,

플레이어도 마스터도 전부 정신줄을 반쯤 놓은 거 같은 기발한 설정을 계속해서 던질 때더라.


먼 미래 지하철역이 던전이 되어서, 인류는 자판기를 성수 창고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정이 튀어나오거나,

마법사 주문 마음의 대화로 알 속에 있는 드래곤과 대화를 해서 설득을 시도했는데, 온갖 버프 받아서 RP 열심히 했더니만,

주사위가 (1,1)이 나와서 파탄되고, 그런데 어찌어찌 해서 갓 태어난 용과 맛이 간 PC가 커플이 되는 초전개로 수습되거나...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PL과 마스터가 던진 설정들을 주워담아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재미있지,

정작 A를 패면 죽는다 같은 룰적 부분은, 언제나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즉, 애초에 던월은 'RPG를 한다' 라기보다는 '기발한 릴레이 소설을 쓴다'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실 던전 판타지라는 배경은 솔직히 좀 별로라고 생각함.


차라리 아포월드(해보지는 않음) 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거나, 다른 펑크 배경이라면,

'사실 우리 패거리에서는 입에 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게 종교 의식이에요! 발할라!' 같은 소리를 하며 놀 수 있지.

던전 판타지라는 건 오히려 PL들의 상상력의 폭을 제한하는 느낌.




진짜 P.S.

클망저스가 빨리 망해야 오트슨이 미얄 시리즈를 더 써 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