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댄디 플레이를 앞두고, 클레릭 캐릭터를 만들었다.

예전부터 만약 댄디를 하게 된다면 클레릭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중세인들의 사고관'을 내 두뇌 수준에서 제대로 묘사하려면, 판타지다운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하려면,

솔직히 종교적 신념을 베이스로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싶었거든.



문제는 마스터가 제안한 게 평범한 유사-중세 소드&소서리 세계관이 아니라,

18C 말~19C 초를 배경으로 하는 해적물...에다가 뭔가 스팀펑크도 섞였고 한 난해한 물건이라는 거지.

특히 이 세계관의 종교관은, 실제로 신의 존재가 증명된 게 아니라, '사상의 현현' 같은 거에 가까운 개념이라서

뭔 법치주의의 신이나 무정부주의의 신 같은 식으로 짜 오라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동자의 신을 만들어서 공산주의자 클레릭을 하기로 했다.



...공산당 선언도 캐릭터 만들면서 처음 읽어 보고, 사실 시기적으로도 조금 안 맞기도 하고,

헤겔이 뭔 소리를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걸 어떻게 깠는지 찾아보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뭐,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해 보겠어.




그런데, 캐릭터를 만들면서 도메인을 어떻게 정하면 될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댄디 5판에서는 총 7개의 도메인이 있다 - 지식, 빛, 생명, 자연, 폭풍, 속임수, 전쟁.


...이 중에서 공산주의를 묘사할 수 있는 게 뭐지...?



한 번 패스파인더의 도메인들을 봤는데, 이 쪽에서는 Artifice랑 Community 도메인을 사용하면 묘사가 될 것 같았는데

댄디 5판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산주의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

일단은 캐릭터 컨셉(전직 전위대 대장, 정치장교 느낌)에 맞춰서 전쟁 도메인으로 가긴 했는데... 흠.



대충 보면, 패스파인더들의 도메인들은 '이 도메인들 여러 개를 합쳐서 신 하나를 묘사해라' 라는 느낌이라면,

5판은 '이 도메인들은 대분류고, 구체적인 신격은 그 안에서 묘사해라' 라는 느낌이다.

예컨대, '생명'이라는 대분류도, 사실 보자면 성애(생명을 '만드는' 행위니...), 가정, 의학 등의 세부적 속성으로 나뉘어지잖아.

그리고 사실 Artifice에 해당하는 영역들은 지식 도메인에 포함되더라고, 공예나 발명의 지식을 포함한다고.

다만, 이건 뭔가 공산주의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 않아서 나는 기각했지만...


일단 5판 시스템이 더 깔끔하고 단순한 건 맞는 거 같은데(사실 웬만한 신화의 신들은 전부 저 대분류로 나눌 수 있다),

뭔가 해괴한 걸 하려고 하면 자유도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

아폴론 같은 경우는 저기서 지식(예언과 음악), 빛(태양), 생명(의학), 전쟁(활)을 다 부분적으로 관장하기도 하고...



아 그리고, 악신이나 '신의 어두운 면'을 묘사할 수단이 없는 것도 조금 그렇다. 질병, 죽음, 뭐 그런 부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