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TRPG는 합의(아주 넓은 의미로)가 필수라고 본다.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게임이니만큼 서로에게 어느 정도 맞춰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도중에 발생하는 갈등을 끝내는 방법은 한 쪽이 때려치우던가 서로 합의하든가 둘 중 하나일 거거든.
혹자는 "데이터"를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그것 역시 "제시된 데이터를 받아들인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봄. 그리고 그 데이터에 대해서 누군가 납득/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파티원들과의 합의로 도입되는 게 바로 "하우스룰" 내지는 옵션 룰의 사용 여부라 이거임. 따라서 데이터가 있어도 어떤 파티 내에서 그딴 거 무시하거나 비틀기로 합의에 성공한다면 그 파티 내에서는 데이터를 어느 정도 무시하거나 비틀어도 문제가 없다...고 봄. 물론 외부에서 보는 견해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말야.
그리고 새 화력발전기인 던월은 내가 봤을 때 데이터보다 일단은 서사적인 요소와 그에 대한 합의가 훨씬 중요시되는 룰이라고 본다. 근데 누군가가 이미 말한 거지만 문제는 그 합의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되느냐 이거임. 던월에 대한 양놈들의 반응도 이 선 상에 있는 게, 걔도 말한 거지만 양놈들한테는 "디앤디로 다져진 '판타지는 이래야한다'는 식의 세계관"이 있기 때문에 합의가 상대적으로 쉬운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냐. 그러므로 어느 정도 이야기의 흐름을 규정할 선을 따로 그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 근데 그게 던월 공개판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딱히 쉽지 않아 보이더라.....? 그러니까 나는 던월에 대해서 "참여자들이 합의할 수 있냐"는 부분은 넘기고 "합의만 한다면" 괜찮은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음.
한편 반대로 공정함에 대해 말하자면, "TRPG는 공정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봄. 다만 이게 무슨 의미냐면 마스터나 플레이어 모두 "양쪽 모두에게 제시된" 결과에 대해서 받아들여야하고, 마스터의 경우 "공정하게 그로 인한 보상과 불이익을 제시해야한다"는 거임.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좋은 결과를 낸 게 탐탁치 않다고 "예 Luck 굴림에 성공해서 택시를 잡았네요. 그런데 여러분이 타는 순간 택시가 폭발했습니다!" 같은 소리를 하면 안 된다는 거....
물론 마스터는 때때로 "제시된" 결과가 탐탁치 않으면 주작질을 하지만 이거는 운빨로 망가질 수 있는 스토리를 전개시키기 위한 필요악이고, 또한 대부분 마스터한테만 제시되는 시점에서 주작되는 거니 "양쪽 모두에게 제시된 시점"에서는 양쪽 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라고 생각함. 또한 오히려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하게 주작될 여지도 있으니 내 관점에서는 오히려 안전장치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해석됨. 지나치게 주작하지만 않는다면 말야.
다만 다 그렇단 건 아닌데 마스터가 막 데이터나 주사위같은 "틀"을 무시하고 "갑작스레" 듣도보도 못한 서사적인 요소를 쑤셔박으며 진행시키는 게 "공정한가"는 파티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겠지. 예를 들어서 데이터 상으로 실행하면 확실히 뭔가 결과를 얻을 방책을 생각해 왔는데 마스터놈이 이전에 그걸 쓰는 순간에 갑자기 차고 안의 용 찾는 거마냥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언급하지 않은 걸 꺼내서 엿을 권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별로 없을거거든. 물론 이전부터 보스놈이 칼이 안 박히는 금강불괴라는 소문이 돈다거나 그런 서사적 떡밥을 뿌려두고 물리적 공격을 그렇게 씹는다면 일단 어느 정도 "납득"할 여지가 나올 거고, 아예 폴라리스마냥 그렇게 쑤셔박을 수 있는 거 자체가 틀의 일부라면 상관은 없겠지.
뭐 그냥 그렇다고.
4줄 요약
파티원들간의 조율/데이터 인정 여부 등도 모두 합의에 들어간다고 봄.
근데 던월은 그 합의의 기준점이 처음부터 좀 애매모호한 것 같음.
한편 공정함이란 제시된 결과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보상과 불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함.
그러니까 "틀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제시된 결과를 부정하려는 건 딱히 잘하는 짓이 아닌 거 같음.
그런데 그런 합의가 안 이루어졌을 경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규칙이 던월은 부족해서 아예세션이 붕 떠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또한 틀과 규칙에서 벗어났다면 다른 해결법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 룰북을 들이미는 행동과 주사위 값을 재판장처럼 보는 행동 같은게 자주보이고 서술권으로 탈건하는 경우가 많아 이거에 데인 분들이 많죠
나도 그래서 합의가 제대로 되냐....는 부분은 "넘기고" "합의만 된다면 괜찮다"고 말한다는 거고 애시당초 틀 내에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온다는 거 자체가 룰이 묘해서 그러는 게 맞다고 봄. 근데 그럴 때 룰북 / 주사위부터 찾는 건 기준을 원하는 심리상 당연한 거라 생각함.
니컬//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문제는 페이트에선 '에이 그러면 운명점 필요없지?'라던가 아포월드같이 아예 대가가 붙어서 나오는 수준의 핸들링이 가능한데 던월에선 사용법이 애매한 것들만 있으니 말이죠 하다못해 일반적인 성공 실패라면 성공이나 실패의 정도를 컨트롤 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awe의 부분성공이란 요소에 막히니...
그러니까 던월은 "합의의 기준점이 애매해보인다"고 했지.
던월 룰만으로 다루기 미묘한 그런게 양놈들 보기에도 꽤 많았는거 같더라. 그래서 던전월드 어드벤쳐가 꽤 많이 나와있어. 마스터가 듣도보도못한 것을 끌어와서 이야기를 꼬는게 아니게 되도록, 마스터가 쓸만한 상황과 커스텀액션, 괴물, 질문, 묘사를 제공한다. 이런걸 가지고서 시작하면 조금 나아지지.
ㅇㅇ 내가 이런 말 하는 이유도 트레물루스를 봤기 때문임. 이것도 AWE 갖다 만든 건데 이거는 그런 부분에서 사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시나리오 의존도가 높게 나왔거든.
사이드라인 -> 가이드라인
오 난 트레물루스 안읽어 봤는데. 한번 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