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도 안 했고, 전자기학 과제도 밤 새서 끝내야 할 판국이라 그렇게 조리있게 쓴 글은 못 될 것 같습니다만,
일단 급한 대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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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오해가 있어서 확실히 해 두는 말입니다만,

1. 저는 비평 무용론자가 아닙니다.
못 믿겠으면 제가 글 정리하는 동안,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판갤에서 소설 하나 강하게 비판했다가 개념글까지 올라갔던 물건입니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fantasy_new&no=4456546
최소한, 남에 대해서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이상한 사람 몰아가는 건 그쯤 해주셨으면 합니다.

2. 저는 던월의 방법론을 좋아한다 뿐이지, 던월 룰 자체에는 불만 적잖아 있습니다. 제가 던월에 대해서 그렇게 이것저것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는 건, 그 ‘단점’을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그러는 거고.

3. 제가 지적한 건 ‘저 비평에서 다루는 개념이 너무 모호해서 대체 뭔 소린지 못 알아먹겠다, 심지어 글 내에서도 개념 통일이 안 되어 있잖아’입니다.
비평을 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라.


자, 그러니까, 지금 amor님은 비평하는 거 가지고 왜 그러냐, 라고 묻고 계신 모양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대다수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무언가를 비평할 때는, 대체 이 작품의 ‘뭐가’ 문제인지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 설명을 제대로 못 한 글은 제대로 된 비평이 될 수 없다고.

좋은 이야기 하셨네요, 귀여니. 제가 오아시스 노래는 들어본 적 없고, 랩 쪽은 더 몰라서 몇 페이지나마 읽어 본 귀여니 소설로 하겠습니다. 네, 귀여니 소설 욕 많이 먹죠. 그런데 귀여니 소설이 ‘소설답지 않아서’ 욕 먹습니까? 어느 평론가가 귀여니 소설이 쓰레기인 이유를 ‘소설답지 않다’ 로 일축하면, 누가 만족하겠습니까?
정상적인 평론가라면 이렇게 말을 하겠죠. ‘10대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식상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사용하였고, 심지어 이걸 계속 자기복제하였으며, 빈약한 문장력을 감추기 위해서 이모티콘과 통신체를 과다 사용한 결과 가독성이 떨어진다.’
네, 이런 게 비평입니다.


그래서, amor님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일단 먼저, 글의 핵심은 ‘RPG는 RPG다워야 한다, 그리고 던월은 RPG답지 않다.’입니다. 이건 명백하네요. 왜냐하면 뜬금없이 가수의 본문, 랩퍼의 본문 등등 맥락 잡아먹는 소리들이 왕창 튀어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 그러면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가 나옵니다. ‘RPG의 본문’, ‘RPG다운 것’, 제가 ‘RPG성(性)’이라고 (반쯤 비꼬는 의미로) 명명한 게 대체 뭡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던전월드 좋다고 RPG라며 하고 있는 사람들은 던월이 RPG로서의 재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던월은 RPG로서 실격이야! RPG의 기본이 안 되어 있어!’ 라고 말을 하려면, 최소한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 있다는 건 명확히 말을 해 줘야죠. 그래야 납득을 하던지, 반박을 하던지 할 거 아냐.

자, 그러면 글을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 보겠습니다. 먼저 RPG는 수수께끼라는 정의가 나왔네요. 공정해야 한다고도 나왔고요. 수수께끼가 공정함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부터 의문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만, 일단 넘어가 보겠습니다.
바로 오픈 다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나오네요. 일단 공정함의 정의부터 제가 아는 거에서 고쳐야 할 거 같은데요.
그리고 지금 제 책상 책꽂이에서 누워 있는, 도서관에서 빌린 GURPS 추리와 수사 룰북이 외치네요. ‘야, 수 틀려서 범인이 너무 일찍 잡혀 버리면, 그까이꺼 대충 말 되는 새로운 범인 NPC 만들어서 넣어 버려. 30분만에 세션이 끝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여러분, 제가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GURPS 추리와 수사는 RPG 룰북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RPG적이지 않은 룰북을 팔아먹었다니, 역시 초여명은 메가ㄹ...읍읍 당신들 누구야

네, 저번 제 클론은 잘 해내지 못했지만, 아마 다음 클론은 괜찮을 겁니다.
아무튼 그런 고로, RPG다움을 ‘공정성’으로 잡는 건 무리수가 많을 거 같습니다. 애초에 그 다음 단락부터는 공정성의 공 자도 안 나오고 있거든요. 이 파트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던월에 대해 가졌던 불만을 다 토하다 보니까 나온 횡설수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 주제로. 다른 합의제 룰들과 던월을 비교하는 문단이 이어집니다. 다른 합의제 룰들은 시스템적으로 합의를 잘 받쳐준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뭐라고 할 수 없겠네요,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리고 솔직히, 던월보다 합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어려울 거 같으니, 아마 이 자체는 사실일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던월이 결여되었다고 한 부분이 ‘RPG다움’ 인가요? 음, 즉 룰이 지향하는 바가 매끌매끌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건 ‘RPG다움’을 결여한 거라는 뜻?
...아니, 이건 RPG다움 어쩌고 하는 영역 바깥 아닙니까? 시스템이 잘 안 굴러가는 것 자체는 안 좋은 룰의 조건이 맞고, 그건 인정하죠. 그런데 바로 뒤에서 ‘RPG는 RPG다워야 한다’ 라고 수미상관 구조로 글이 끝을 맺내요. 역시 저는 도저히 납득 안 가는 가수들 욕 실컷 나오고 말이죠.

...그래서 RPG다운 게 뭔데요? 합의가 주가 되면 안 된다며? 그런데 왜 수많은 합의제 룰들은 그저 ‘더 잘 돌아가는 합의’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심지어 완전히 같은 엔진을 쓰는 아포칼립스 월드조차 멀쩡한 룰로 분류가 되었는데, 왜 던월만 까이는 겁니까? 아니, 던월이 안 돌아가는 경험이야 저도 해 봐서 잘 압니다. ‘왜 안 돌아가는지’ 설명을 제대로 해 주셔야, 그놈의 ‘RPG다움’이 뭔지 정의를 해 주셔야, ‘아 그렇구나, 확실히 던월엔 그런 게 부족했어!’ 하고 박수를 쳐 줄 거 아닙니까.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RPG다움이 대체 뭡니까? 메커니즘적일 것? 그렇다면 확실히 던월은 RPG적이지 않은 건 맞는 거 같은데, 상당수의 인디 룰들이 함께 울고 있군요. 아마 야매형 페이트도 RPG가 아닌 무언가로 분류될 거 같고. RPG의 범위가 꽤나 협소해진 것 같으니 제가 거기에 대해 거부할 권리도 있지 않을까요. 쉽게 생각해보자면, 메커니즘성은 RPG가 아니라 보드게임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아니, 오히려 RPG보다 수십 배 더 엄격하죠. 그렇다면,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드리겠습니다. 왜 보드게임 대신 RPG를 합니까?

그보다 제 생각이 맞긴 맞습니까? 제가 지금 비평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비평을 해독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입니다만.



비평에 대해 좋은 말씀 해 주셨군요. 네, 저는 비평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에 대한 비평의 자유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평이라는 건, 남이 알아듣고 나서 설득될 수 있게 쓰여야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여기 설득당하지 않은 사람들이 꽤나 있군요. 왜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여기서 말한 ‘RPG다움’이 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으니까 그렇죠.

당장에 제가 올린 다른 글에서, 59.16님과 이야기 나누었잖습니까. 저는 RPG다움 같은 건(영화다움이나 드라마다움이 영화나 드라마의 목적이 아니듯이) 애초에 없다고 주장했고, 59.16님은 RPG다움 자체는 실존한다고 확신하지만, RPG의 정의부터 모호한 상황에서 그걸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려울 거라는 건 인정하셨습니다.
네, 심지어 이 갤에서 던월을 제일 열심히 까시던 59.16님도, ‘RPG다움’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는 판국입니다. 그런데 amor님은 ‘RPG다움’을 전제로 논지를 이리저리 벌려놓은 글을 비평이라고 게시한 다음에, 제가 ‘이게 뭔 소린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걸 ‘RPG답지 못함’이라고 뭉뚱그리고 있는 거 아냐?’라고 묻는 것에 대해서, 대체 왜 못 알아듣냐고 지금 화내고 계신 겁니다.
스스로도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상대방이 자신의 글을 읽고 나서 영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거 같으면,
상대방을 먼저 욕하지 마시고, 자기가 글을 제대로 쓰긴 한 건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멍청한 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대도 이 갤에 멍청한 사람이 좀 많다는 뜻은 될 테니 말입니다.



P.S.
그리고 덤으로 하는 말인데,
던월이야 똥룰이 맞다고 쳐도, 지나가던 뽀로로는 왜 까이는 겁니까...?

뽀로로도 똥애니였나요?


유동을 향한 P.S.
나런은 똥웹툰 맞는 듯.
그래도 우주에서 칼질하는 웹툰이 이거밖에 없잖아...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