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좀 더 써보자. 누군가를 저격하는 거냐고? 아마 맞는 거 같다. 웬지 CoC 키퍼할 때의 악의가 솟아올라서 해 봄.


일단 이 떡밥을 던진 글부터 읽어보면...

<TRPG의 합의제는 부차적 요소다 -> 부차적 요소가 주류가 되면 문제가 된다 + 이것저것 사례 제시>
- 난 전혀 반대로 생각함. 합의(아주 넓은 의미로) 없이는 TRPG는 있을 수 없음. 다만 던월은 공개판만 봐서는 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함. 피아스코만 봐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구실할 플레이세트 던져주잖냐.

<TRPG는 일종의 수수께끼고 따라서 어느 정도 공정해야 한다 -> 던월의 데이터는 장식이고 적당히 서사적 요소로 때우라는 건 싫다 + 멋진 상황돌파가 안 나오면 플레이어 책임이 아니라 시스템의 책임이고, 대부분 회피로 일관하는 건 그게 익숙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CoC하다 왔냐? 딱 거기 어울리는 TRPG관이네. 키퍼가 원래 비밀을 감춘다고 해서 키퍼거든. 안해봤음 꼭 해보고. 근데 던월을 보면 거기에 딱히 그럴 "수수께끼"가 있었어....? 전투를 퍼즐로 여기는 거 말곤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그리고 "멋지다"는 건 뭐냐...? 마스터가 기대하지 않았던 기발한 거? 그런 거라면 상상력만 있으면 던월에서 못 나올 건 전혀 아님. 문제는 역으로 그런 게 지나치면 우주로 간단 거지. 깐따삐야! 반대로 "단순한" 회피행동이라도 서사적 표현이 가미되면 충분히 멋져보일 수 있을 거고 말야.

<던월을 하는 양놈들은 어느 정도 합의된 틀이 있는 반면 한국엔 그딴 거 없으므로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는 게 바로 지나친 상상력의 폐해임. 그리고 이럴 때 마스터가 나서서 할 일이 바로 이런 걸 다시 어찌어찌 해서 이야기의 흐름에 편입시키는 거고. 아니면 아예 여기 편승해서 막 나가던가.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게 "합의가 중요시되는" 룰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좋은 합의제 룰은 어디까지 합의가 이루어지는가 / 시스템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근데 던월은 피아스코 같은 물건들과 달리 이 부분에 대한 커버가 부족하다>
- 일단 앞부분은 그렇다 치고... 하나 물어보자. 그럼 피아스코의 플레이세트는 뭐라고 생각하냐? 그런 게 다 어느 정도 합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이고, 합의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룰은 그런 게 주어져 있고 없고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다만 던월 공개판에는 그런 게 좀 빈약하니 커버가 부족한 게 맞다고 봄.

<자캐딸과 개드립으로 가득찬 로그를 보면 그게 즐겁다는 게 대체 TRPG를 즐겨서 그런 건가 의문스럽다 + RPG는 RPG다워야 한다>
- 적어도 로그를 진행한 걔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런 거겠지? 드립이 아니라 진짜로 말하는 거야. 그리고 RPG답다는 건 "이야기가 플레이어들에 의해 능동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플레이어-마스터-세계관이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쭉 상호작용하는 거"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그러면 예를 들어서 세계관의 큰 틀만 선택지를 주고 나머지는 플레이어-마스터가 때려박아서 만드는 거라면 세계관이 능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걸까, 아님 상호작용의 부산물이 되는 걸까? 적어도 인디 룰에는 저 전제를 벗어날 물건이 좀 있어 보임.

<던월 옹호자들이 딱히 시스템적 조언을 못 내놓고 뻘소리만 한다 -> 발전기의 원동력이 된다>
- 앞에서 말한 거처럼 나는 합의 위주의 룰은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고 봄. 근데 던월 공개판 룰북은 그 부분이 애매하니 그거만 갖고 뜯어봐도 누가 경험빨로 리드하고 그런 게 아닌 이상 뭐 답이 확실히 나올 거 같지가 않음. 그리고 태그 같은 건 그 세부적 내용에 대해 진행 도중에 미리 충분히 떡밥을 깔아줘야 한다고 보고. 서사적 요소가 활발히 사용되는 룰의 경우 그게 폼은 아니거든?

그러면 이제 다른 글을 좀 보자.
<겁스의 범인 생성이나 주사위 주작질은 안전장치임 + 공정성은 모든 룰의 기반>
- 그러면 던월에서 기껏 꺼낸 보스가 푹찍할까봐 태그와 서사적 표현으로 칼빵을 몇 대 넘기는 거도 안전장치 맞지? 다만 나는 그런 게 구명조끼같은 개념보다는 열기구의 무게추 같은 거라고 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써야하지만 너무 많거나 적으면 곤란하다는 점에서 말야. 그리고 네 기준에서의 공정성이라는 건 뭐냐? 이것도 좀 명확하게 제시를 해. 참고로 내 경우엔 "양 쪽에 공개된 결과에 승복하고 마스터가 그에 따른 보상 / 불이익을 확실히 제시하는 것"이 TRPG에서의 "공정성"이라고 봄.


요약하면 되게 고전적 TRPG관을 가진거 같은데 CoC 키퍼해보는 거 추천한다. 드립 아니라 진짜로. 다만 말하고자 하는 걸 간결하고 쉽게 표현하는 연습 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