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열(Asdee)

엄밀히 시스템만 따져보면 좀 다르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던전월드]가 Session에서 논의된 '합의에 의한 플레이'와 100% 동일한 것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특히 1) '마스터'와 '플레이어'의 구분선 지우기에 관해 아래에 서술해보겠습니다.



[던전월드]의 강령은 "플레이를 해서 알아낸다"이고, 플레이 중에 일어날 일을 미리 정하지 마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칙 자체만 뜯어놓고 보면 플레이어(캐릭터) 액션과 마스터 액션은 확연히 대비되는 면이 있어요. 규칙만 놓고 보면 플레이어는 자기 캐릭터의 행동만 묘사하고 그 결과를 액션을 통해 산출하게 됩니다. 반면 마스터는 여전히 세계의 다른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요. 플레이어가 PC 외의 다른 요소를 서술하는 것은, 마스터링 원칙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활용한다"로 가능한 옵션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플레이를 해서 알아낸다"의 의미는 좁게는 이야기 전개의 불확실성을 열어두라는 것 같습니다. 즉, PC 행동의 결과를 미리 예정해두고 그에 따른 루트를 쭉 깔아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던전 구조, 나올만한 적/위협 등은 미리 구상해도 좋지만 '스토리'는 미리 정하지 말라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럼 이렇게 생겨난 불확실성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건 실제 플레이 중에 PC들의 행동(액션)과 그 판정 결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마스터 액션)이 즉석에서 얽혀서 나오는 게 기본인 듯 해요. 경험 상으로도 그렇고요. 좀더 긴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이후의 전개 가능성을 플레이어와 서로 상의할 수 있지만, 꼭 그렇게 전제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국면]을 준비하거나 [커스텀 액션]을 만드는 것은 마스터에게 맡겨져 있고,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거든요. 


이런 면을 보면 [던전월드]에서도 여전히 마스터와 플레이어의 역할 구분은 어느 정도 남아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비중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는 각각 팀에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돼요. PC들의 행동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풀려나갈 수만 있다면, 전통적으로 마스터가 꽤 많은 부분을 준비하는 양식도 안될 건 없다고 봅니다. 좀더 유연하게 할수록 [던전월드]를 새롭게 활용하기 좋겠지만요. 



'2) 세계의 모습에 대한 공통된 그림을 공유해라'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건 굳이 [던전월드]가 아니라도 모든 RPG 플레이에서 필수적이죠. 특정 배경/장르에 특화된 시스템, 공식 배경세계 설정 등이 유용한 것이, 이런 세계의 모습에 대한 그림을 일치시키는 데 도움되기 때문일 거고요. 새로운 던전월드/AWE 기반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렇게 모두가 공통된 그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클래스와 액션 등 규칙과 배경을 만들어야겠지요. :D

2013.05.28 12:15:37 (*.153.117.252)
김성일

저도 1에 관해서 광열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포칼립스월드 엔진으로 만든 것들 중에서도 던전월드가 전통적인 마스터 역할에 가까운 것도 있지만, AWE 자체도 완전 합의식을 필수로 하고 있지는 않아요. 단지, 합의식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을 여기서도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70% 정도 일치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지요.


해서... 이것도 개별 시스템에 따라, 그리고 팀에 따라, 꽤 넓은 스펙트럼을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던전월드는 다른 AWE와 다르게, 던전이라는 형식 요소가 들어가게 되지요. 여기에는 플레이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것까지 즉석에서 슉슉 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 시점에서 던전크롤이 아니게 된다고도 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이게 던전월드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그쪽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을 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