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고 복잡하게 쓴 버전도 있는데, 어차피 다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간단하게 요약.
트란실바니아는 오늘날의 루마니아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WoD Dark Ages의 표준년도인 1230년에는 루마니아라는 나라는 없었고, 대신 이 지역은 헝가리 왕국의 보이보드령(Voivodate) 중 하나인 트란실바니아라고 불렸다. 이곳은 헝가리 왕국의 동부변경이었고, 남쪽으로는 흑해, 북쪽으로는 중앙아시아가 나오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와도 같은 지역이다. 당연히 투르크인들과 슬라브인들도 이곳을 자주 왕래하고,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서 오는 동방 유목민족들도 자주 이곳을 약탈하러 오지. 그래서 이 지역은 13세기에 동유럽의 대표적인 낙후된 변경지인 동시에 분쟁지역이기도 했다. 헝가리 왕실 내전에서도 이 지역은 주요한 군사거점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몽골이 유럽을 침공할 때 바로 이 지역이 주요한 침투로가 되기도 했지. 덕분에 후일 제1차 및 제2차 몽골 침공 때 제일 심한 피해를 입는 지역도 트란실바니아 인근 지역이야.
그렇다보니 뱀파이어들 사이에서도 트란실바니아는 아주 살기 힘든 곳이야. 인구는 적어, 도시도 적어, 땅은 척박해, 곳곳이 숲과 산이야, 자주 유목민들이 침략해... 심지어는 워낙 낙후된 지역이라 성당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적고 괴상한 이단종파도 많아서, 조금만 외딴 야생으로 들어가면 이상한 괴물들이 나와. 당연히 여기서 살고 싶어하는 놈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나마 뱀파이어들이 모여사는 곳은 소위 트란실바니아 일곱 도시로 불리는 도시들인데, 이곳도 그 역사가 그렇게 오래된 도시들은 아니야. 주로 12세기의 헝가리 왕국 식민정책 때 작센 지방에서 이주해온 신성로마제국 사람들이나 튜튼 기사단이 정착해서 세운 도시들이지. 당연히 이 도시들의 지배계급도 주로 외지에서 건너와 정착한 이방인 뱀파이어들이야. 헝가리 왕국이나 신성로마제국에서 온 놈들.
그러면 이 지역의 토착 뱀파이어들은 어떻게 사느냐? 일반적으로 둘 중 하나야. 베어 그릴스를 하거나, 산골짜기 마을의 폭군이 되거나. 둘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한 놈들은 이 땅에서 오래는 못살아남는다. 이 땅은 잘 씻고 장미향수를 뿌린 소년의 목만 탐할 줄 아는 심미주의자 뱀파이어들이나, 모두와 함께 공존하는 러브 앤 피스 자급자족공동체를 지향하는 히피 뱀파이어들을 위한 곳이 아니야.
전자는 주로 Low Clans 중에서도 거친 놈들이 사는 방식이다. 겡그렐 클랜과 노스페라투 클랜이 주요하지. 가끔 집시들이랑 같이 돌아다니는 라브노스 클랜도 있어. 이들은 혼자, 혹은 소수의 부랑자 무리나 힘으로 굴복시킨 짐승 무리와 함께 트란실바니아의 깊은 숲 속을 배회하며 산다. 대개는 짐승의 피로 연명하지만, 그러다 가끔 견딜 수 없어지면 달도 없는 밤에 마을로 내려가서 사람 납치해서 잡아먹는 거지. 중세에만 해도 이런 뱀파이어들이 꽤 있어. 물론 일반적으로 이런 뱀파이어들은 뱀파이어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못받지. 후자는 드라큘라 같은 놈들이야. 어디 높은 산 속의 폐쇄적인 마을 근처에 자기 동굴이나 폐허가 된 성을 갖고 있고, 밤마다 거기서 나와서 주변 마을들을 공포로 몰아넣어. 그리고 마을주민들에게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가로 공물을 요구한다. 공물은 옷, 가축, 무기, 그리고 처녀 등이지. 물론 이런 식으로 사는 놈들은 주로 쯔미쉬들이야.
여기까지 얘기하면 좀 의아한 구석이 있을 거야. 시발 그럼 마스커레이드는? 물론 중세에는 마스커레이드가 없지만, 그래도 '피의 침묵'이라고 하는 제1계율이 있다. 내용은 마스커레이드랑 똑같아. 인간한테 정체 들키지 않기. 일반적으로는 이걸 어기면 그 동네 장로들한테 크게 혼이 나고, 때때로 살해되기도 하지. 근데 이 동네 뱀파이어들은 그런 거 잘 안 지켜. 안 지키는 이유는 단지 얘들이 미친놈들이라 그런 게 아니라, 지킬 필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워낙 낙후된 데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도 멀고, 무엇보다도 중앙인 헝가리 왕국의 관료들은 무식한 시골 농노들 얘기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거든. 마을 하나가 싹 사라진다고 해도 별로 신경 안 쓸지도 몰라. 실제로도 조세를 걷기 위해 작성된 13세기 헝가리 왕실대장은 여러 해를 두고 비정기적으로 작성됐는데, 그 사이에 냉해로 식량이 부족해서 겨울 동안 마을 사람 태반이 죽고 생존자들은 떠났거나, 병이 돌아서 아예 마을이 전멸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거든. 게다가 이 지역에 자주 출몰하는 유목민 강도들은 그러한 위험을 더욱 증대시켰지. 때문에 이 지역의 마을들은 외부로 자기네 소식을 전하기도 힘들었고, 전한다 해도 남들이 제대로 듣고 도움을 줄지 확신할 수도 없어서, 어지간해서는 자기들에게 닥친 위험을 관습에 따라 해결하고자 했어. 심지어는 뱀파이어에 대해서도 말이지. 만약 인근에 미친 뱀파이어 지배자가 있다? 그러면 뭐 방법이 있나. 가서 거래를 해야지. 우리 모두를 죽이지 않는 대신 매달 가축을 바치고, 몇 해에 한 번씩은 젊은 처녀를 바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사는 뱀파이어들은 주로 꽤 넓은 지역을 자기만의 배타적인 영역으로 삼아.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 땅의 지배자들은 대부분이 쯔미쉬 클랜이지. 이처럼 자기 땅을 지닌 쯔미쉬 뱀파이어들은 스스로를 보이보드(Voivode)라고 불러. 여기서의 보이보드는 헝가리 왕국의 관직명이 아니라, 좀 더 오래된 의미로 "군벌"을 뜻해. 사실상 프린스인 거지. 다만 자기 땅을 가진 토착 뱀파이어라고 해도 쯔미쉬 클랜이 아닌 놈들은 보이보드라고 불리지 않아. 이건 쯔미쉬 클랜의 전통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상 트란실바니아의 뱀파이어 사회는 상기한 일곱 도시를 제외하면 모두 보이보드령들로 구성된다고 보면 돼. Dark Ages의 뱀파이어판 유럽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트란실바니아 지역은 뱀파이어들 사이에서도 대놓고 "보이보드령"이라고 불리거든.
보이보드들은 자기 영역 내에 있는 마을들을 모두 지배하고, 그 마을들로부터 공물을 걷고, 가끔씩 노예를 만들어 구울로 키우며, 특별히 오래 사는 보이보드는 이 구울들을 서로 짝짓게 시키고 육종해서 소위 레브넌트라고 하는 특별한 태생적 구울들을 만들어. 이처럼 토지에 속한 마을과 인적자원들로 자기 세를 갖춘 보이보드들은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해 수시로 다른 보이보드들과 싸우고, 승자는 패자의 땅을 빼앗지.
보이보드들 사이의 싸움은 다른 유럽의 뱀파이어들이 싸우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피비린내나. 이 시대에도 서유럽의 뱀파이어들은 인간들 사이에 숨어서 정체를 감추고 싸운다. 도시에 사는 놈들은 오늘날과 다를 바 없이 인간 끄나풀들을 이용해서 상대의 하수인들을 제거하고, 상대를 무장해제시킨 후 궁지로 몰아서 암살하거나 항복을 받아내지. 하지만 보이보드들은 달라. 이놈들은 제대로 상대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구울, 레브넌트, 비시시튜드로 개조된 전투용 구울인 슐라흐타나 보즈드를 앞세워서 상대의 영토를 침공해. 야밤에 산길을 건너 마귀들의 군대가 달빛을 받으며 행군하는 모습은 트란실바니아의 가장 외딴 마을들에서는 오래된 전설로 돌고 있을 정도야. 그리고 이들은 상대 보이보드의 마을을 허물고, 농노들을 학살하거나 생포하고, 성을 부순다. 그야말로 괴물들이 전면전을 벌이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가 트란실바니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란실바니아에도 일정한 질서는 존재해. 물론 힘에 의한 질서지. 보이보드들 사이에도 소위 "보이보드 중의 보이보드"라는 자리가 있어. 이를 테면 왕 중 왕이라는 거지. 이 칭호는 오직 보이보드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세를 갖춘 자만이 쟁취할 수 있어. 이 칭호를 뺏고 싶다면 전쟁을 통해 이전 보이보드 중의 보이보드를 패배시켜야지. 이 보이보드 중의 보이보드는 너무 막강한 놈이라, 어지간한 보이보드도 괜히 이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말을 듣는다. 덕분에 보이보드 중의 보이보드는 트란실바니아 보이보드들 사이의 중재자 노릇을 해. 모두가 존경하고 자기 권리를 위임해서 중재자가 되는 게 아니라, 얘 말 안 들으면 뒈지니까 중재자로 인정하는 거. 13세기에 보이보드 중의 보이보드는 블라디미르 루스토비치라는 6세대 쯔미쉬야. 근처 동네의 동세대는 물론이고 5세대들까지 두들겨 패서 이 칭호를 얻은 놈이지. 루스토비치가 머리를 조아리는 건 그랜드 사이어이자 트란실바니아의 최강자인 4세대 요락 밖에 없어.
보이보드에 대한 얘기는 대충 했고... 그럼 이 땅의 위험한 게 뭐가 더 있나 조금 더 얘기해보자. 아까 말한 것처럼 트란실바니아는 워낙 낙후된 지역이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들이 아직까지도 배회하는 땅이야. 우선 늑대인간들 중에는 쉐도우 로드가 있어. 원래 이놈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13세기가 되면 주류는 거의 모두 트란실바니아 근처에 정착해있어. 이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도 그들 스스로가 어둠 속에서 어둠의 무리들과 싸우기로 맹세한 자들이야. 그래서 쉐도우 로드들은 매우 오랜 세월 동안 트란실바니아에서 뱀파이어들과 싸워왔고, 뱀파이어들의 방식에도 상당히 익숙해져있어. 이놈들은 늑대인간인 주제에 적과 거래하고, 정치적인 기만술을 피고, 배신으로 약점을 잡는 데 통달한 부족이야. 중세에 트란실바니아의 쉐도우 로드들은 머릿수가 매우 많고, 이곳을 부족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만큼 가장 오래되고 강대한 케언들까지 확보하고 있어. 그래... 즉 중세 트란실바니아에서 늑대인간들과 싸운다면, 뱀파이어 특유의 정치적 기만술이 먹히지 않는, 아니, 역으로 뱀파이어를 속일 수도 있을 만큼 교활하고 심계가 깊은 이놈들이랑 싸워야 해. 근데 이놈들 똑똑한데 더해서 중세라 현대와는 다르게 머릿수도 많아. 마지막으로 늑대인간의 물리적인 괴력은 그대로지. 당연히 어지간해서는 당할 수가 없어.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런가 하면 마법사들도 꽤 많아. 트란실바니아는 오더 오브 헤르메스의 주요한 요새 챈트리 중 하나인 케오리스가 있었는데, 이제는 이곳이 트레미어 클랜의 본산이 됐어. 당연히 이곳을 중심으로 오더 마법사들이 자주 원정도 오고 주변 탐문도 다닌다. 그나마 이쪽은 쉐도우 로드에 비해 사정이 좋은 게, 트레미어가 아닌 클랜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거야. 물론 오더 마법사들은 뱀파이어를 좋아하지 않고, 코드에 따르면 서로 협력해서도 안되지만, 하우스 티탈루스 같은 놈들은 트레미어를 치기 위해서라면 늘 다른 뱀파이어들과도 손 잡을 준비가 되어있어. 오더가 아니어도 다른 마법사들도 꽤 있을 수 있어. 특히 올드 페이쓰나 스피릿토커 이교도들이 아직까지도 옛 시대의 옛 신앙을 간직한 시골 산간마을에서 옛 신들과의 연결을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지. 이런 애들은 딱히 뱀파이어한테 적대적일 이유는 없어.
그리고 당연하지만 요정들도 이 동네에 많아. 길게 얘기할 건 없고, 성당이 적고 옛 시대의 자연환경이 많이 유지된 야생이다. 그래서 요정들이 활발히 움직이기에 별 지장이 없다. Firstborn도 있고 Inanimae도 많음. 당연히 이런 애들이 만들어내는 Changeling도 많고. 어쨌든 요정들은 다 미친놈들이므로 관계되서 좋을 건 없다. 물론 PC가 말카비안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럼 이런 동네에서 대체 뭘 하느냐..? 이게 제일 중요하겠지. 이 지역의 테마는 우선 생존이다. 아니, 그렇다고 진짜 오지체험물 하라는 건 아니고. 유럽에서 가장 음습하고, 어둡고, 야만적인 토양의 땅이야. 온갖 괴물들과 마녀, 이단자들이 밤의 어둠을 틈타 안개로 뒤덮힌 숲과 보름달 아래의 높은 산봉우리에서 집회를 벌이는 곳이지. 하지만 중세는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야. 삶은 어디까지나 토지에 의존한다. 땅이 주는 곡식으로 가축도 키우고, 먹거리도 만들고, 애들도 키우고, 그렇게 사는 거야. 그런데 땅을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어디로 가게? 이 땅에서 태어나 대대손손 살아온 이상, 이 땅을 떠날 수는 없다. 그러니 PC는 아무리 뱀파이어가 됐어도 자기 재산, 자기 가족(그들이 네 정체를 알든 모르든, 아마 그들은 여전히 너한테 중요할 테니까), 그리고 지금 유지되고 있는 최소한의 안전까지 모두 버리고 땅을 떠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니 뱀파이어인 PC들은 여전히 이 위험한 동유럽의 축축한 땅에서 자기 삶의 터전을 지켜야 해. 뱀파이어가 되고서도 말이야.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실제로 트란실바니아 배경의 캠페인을 하면 중세의 삶이나 트란실바니아의 민속 등을 조금 보여줄 필요가 있어. 이들이 어떤 식으로 살고, 왜 고향 땅을 떠날 수 없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야. 물론 이들의 전설이나 풍습이 보여주는 독특한 분위기도 실제 플레이에 많은 도움이 돼. 하지만 그걸 여기서 얘기하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졌고, 일단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트란실바니아 배경으로 플레이 하면 대충 이런 것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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