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누가 던월 마스터링을 처음 해본다길래,

정확히 똑같은 과정(아니, 난 플레이어로 해본 적도 없으니 더 막장이었지...)을 겪은 입장에서 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재업해 본 거에얌...


부디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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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제목은, 내가 누군가의 라이트노벨 습작을 감평하면서 했었던 말로,

개인적으로는 본인 인생에서 가장 그럴듯했던 발언 Best 3 안에 든다고 자평하는 말이다.



원문을 좀 더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인데, 액션씬은 '동작'의 묘사가 아니라 '상황'의 묘사임. 헐리우드 영화를 생각해봐.


'주인공이 자동차를 밟고 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변의 닌자들이 헤이스트를 걸고 뒤쫓아 오는' 게 중요한 거고,

'레일건을 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레일건 저격을 준비해 둔 장소로 상대방을 끌고 오는 것'이 중요한 것.

특히, 그림으로 동작의 묘사가 가능한 만화와는 달리, 글을 통해 상황의 논리적 설명을 해야 하는 라노베는 더더욱 그렇다.


본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설명하자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를 생각해보자.

뭐든 때려부수기만 한다고 생각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이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도 '때려부수는' 것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 '때려부숴지는', 혹은 '때려부숴지기 직전인' 상황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다.

(정말 짜증나는 사실이지만, 일단은) 123편의 주인공 샘 윗위키는,

디셉티콘 추격자들이 도로를 역주행하며 쫒아온다던가, 올라가고 있는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던가,

섹시한 미녀인 줄 알았던 동기가 사실 디셉티콘 스파이었다던가... 기타등등 수많은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이 상황 자체가 긴장감을 유발하고 충분히 흥미롭기에,

우리는 샘이 "범블비!!!"와 "옵티머스!!!"를 외치면서 죽어라 달리기만 해도 그걸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뭐, 물론 그게 3편까지 계속 반복되면 재미없어지긴 하는데... 그건 감독 역량 문제고.




이는 던전월드의 전투에 대해 말할 때 좋은 비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던전월드의 전투 룰은, 말하자면, 정확히 트랜스포머 실사영화와 비슷하다.

주인공이라는 놈이 하는 것이 달리기밖에 없는 것처럼, PC 역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과장 붙여서 위험 돌파밖에 없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면, 트랜스포머 시리즈 전체의 구성은 장애물달리기일 뿐이다.

그런데 왜 그런 영화가, 어째 까이고 까여도 망하지 않고 수익은 계속 뽑아낸 것일까?


이는 당연히, '주인공이 처해 있는 상황'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동시에 '이 난관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는 달리기지만, 그 상황에는 '목적지(옵티머스, 올스파크 등등)'가 분명 존재하며,

'다가오는 위협(무너지는 무언가, 공격해오는 디셉티콘)'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던전월드는 이야기를 만드는 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 역시 '이야기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려면, 재미있을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트랜스포머 실사영화 시리즈는 '공격으로부터 도망친다'는 단순한 이야기 구도도 충분히 재미있음을 증명했다.

트랜스포머 1의 인간들을 PC로 던전월드를 플레이한다고 생각해보자.

PC들은, 아마 내내 위험 돌파만 하다가, 아주 가끔, 뭐 디셉티콘 가랑이로 빠지면서 유탄을 쏘고,
자동차로 범블비를 끌고 다닌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메가트론에게 올스파크를 집어던지고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빈약한 전투가 재미없는 것일까?

뭐가 무너지고 박살나고 산산조각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 길을 궁리해 보고,

'가랑이 사이엔 장갑이 없는 거 같으니 오토바이 타고 그 사이로 알까기 시도해봅니다!'
'잠깐, 부상당한 범블비를 차에다 묶고 끌고 다니는 것 가능한가요?' 하고 흥미로운 짓거리를 가능하다는 것이,

던전월드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트랜스포머 외의 다른 예시를 들어 보자.

'잠입 액션'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게임, '메탈기어' 시리즈.

하지만 사실 메탈기어 시리즈가 '잠입 액션' 게임이 된 것은, 당시 게임기의 성능상 '다수의 적'을 한 화면에 띄울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제한된 수의 적과 싸우는'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시스템의 제약을 상황의 설정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메탈기어 시리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쉽게 말하면, 전투가 어떤 이유로 제한되어 있다면, '전투를 재미있게 하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모종의 사유로, 잠입 액션을 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줘라.

비밀기지의 복도에서 적병을 발견했을 때, PC들은 골판지 상자에 숨을지, CQC를 시도할지,

탄약이 거의 다 떨어진 수면총을 쏠 지, 아니면 아예 돌격소총을 꺼내들고 단기결전을 시도할지 고민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액션들이 아무리 2D6 한 번에 결판이 난다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느낄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런 선택지들을 무궁무진하게, PC의 상상력이 허용하는 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던전월드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렇다. 그렇기에 내가 '상황'의 묘사라고 한 것이다.

전투가 시작될 때, 뭔가 극적인 상황을 줘라. 보스를 한번에 무력화시킬 수단이 있거나,

보스가 우리들을 한번에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거나,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적이 인질을 잡도록 해라.

PC들은 명탐정 코난에서 익히 본 대로, 아가리를 열심히 털어 마스터가 국면에서 생각해 둔 뒷설정을

NPC가 주절주절 읊도록 놔둔 다음, '그래도 살인은 안 되는 거에요!' 한 마디로 스턴을 걸고,

인질의 무릎을 쏴서 도주가 불가능하도록 만든 다음, 업어치기 한 판으로 그 NPC를 제압할 것이다.



작전 중인 도심 한 복판에서 IED를 발견하도록 해라.

PC들은 주변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건전지를 들고 있는 사람을 제압하고, 뇌관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자연스럽게 '허트 로커'를, 아니 허트 로커보다도 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추격전, 인질극, 폭탄 해체, 잠입...
물론 이런 '클리셰적인' 상황 말고도, 서사구조에서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은 수도 없이,

PC와 마스터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만큼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던전월드의 전투,


아니, 던전월드라는 룰 자체가 지향하는 바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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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싶어 붙이는 실용적인 오지랖.

1. 플레이하기 '전'에 전부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볼 것.

실제 친구들이라면 단톡방이라는 편리한 수단이 있을 것이므로 훨씬 더 쉬울 것임.

던월 같은 이야기를 만드는 룰은 '합의'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지만,

이 '합의'라는 것은, 플레이 중에만 가능한 게 아님. 당연히 플레이 전에 해도 되는 것임.


마스터가 뭐 어떤 걸 하고 싶은지, 플레이어들은 어떤 걸 원하는지 미리 말해두는 게 좋음.



2. 적은 소수인 쪽이 멋있기도 하거니와, '다루기' 쉬움.

적이 다수일 경우, 던월 시스템 상 그냥 싸움이 질질 늘어지기가 매우 쉬움.


꼭 자코 여러 명을 내보내고 싶다면, 자코들의 '총합 HP'를 만들어놓고,

이 HP가 제로가 되면 '다들 겁에 질려 도망갔다!' 식으로 묘사하는 게 편하다고 주워들음.



3. 플레이어 중 글쟁이가 있으면 굉장히 편한데, 이건 조언이 안 되겠지...



이렇게 말하니까 생초보가 누구에게 조언질이나 싶은 기분이 스스로도 드는데,

거꾸로 '초보자니까 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 생각해주셨음 좋겠네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