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인인 룰이기는 한데, 그래도 제일 오랫동안 했던 룰이기도 하고 해서 소개해봅니다. 사실상 이제 일본에 남아있는 재고들을 뒤지거나 중고로 사는 수 밖에 없는 룰이라서 별로 영양가는 없을 듯(...)



 호러 액션 RPG 헌터즈 문. 모험기획국 룰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사이토 타카요시의 작품으로, 이 양반은 이후에 헌터즈 문의 후속작인 블러드 크루세이드와 블러드 문, 그리고 버라이어티 RPG 킬데스비즈니스를 만들었습니다. 


 룰 이름에서 보다시피 '호러'에 '액션'이 합쳐진 어떻게 보면 기묘한 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룰을 해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사람만을 잡아먹는 괴물' 모노비스트라는 녀석들이 존재하며, 모노비스트는 '인간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연발생' 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안개화 능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공격을 해도 안박히니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는 먼치킨 살육자. 게다가 인간이 아닌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인류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잡아먹는 이유에 대해선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


 하지만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 오로지 그 날 보름달이 떠있는 동안에만 모노비스트는 무적의 안개화 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노비스트에 닿았거나, 아니면 어떠한 경로로든 모노비스트의 고기를 먹었거나, 아니면 그러한 사람들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들은 모노비스트와 '접촉'을 했던 상태가 되어 모노비스트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한 달에 딱 한 번 있는 모노비스트를 죽일 수 있는 날에 사냥을 나가는 것. 그래서 사냥꾼들의 달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노비스트라는 게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어서, 1:1로 맞서고 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고 아무리 못해도 둘. 솔직히 둘도 자살 행위나 다름없고 한 네 명 정도는 모여야 누군가 죽을 듯 말 듯하게 되는 수준에서 사냥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조금 더 네타적으로 적자면, 공식 리플레이에서 사이토 타카요시는 모험기획국의 베테랑 플레이어들 네 명 중 세 명을 전부 죽여버렸기 때문에(생존자 한 명은 튐) 리플레이를 다시 만든(...) 이력이 있습니다. 즉, 사냥이 가능하다는 건 어느 정도 숙련된 헌터(네타적으로도)야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제대로 준비도 안되어있고 전술이나 전략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헌터들이 모노비스트를 사냥하는데 성공해서, 모노비스트의 고기를 먹으면(!) 그 모노비스트가 사용하는 이형의 힘(입에서 불을 뿜는다던가, 촉수가 생긴다던가, 피부가 바위처럼 단단해진다던가, 신체의 일부를 드릴로 만든다던가)을 자신의 몸에 이식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식된 이형들은 모노비스트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모노비스트로부터 얻은 이형을 사용해서, 결코 멸종되지 않을 식인괴물들을 쓰러뜨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조금 더 룰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캐릭터는 엄청 단순합니다. 무기를 고르고(1권 기준 6개에, 이후에 두 개가 추가), 어빌리티를 고르고, 이력(원래는 데이터적 의미는 없었지만, 이후에 서플리먼트를 통해서 이력에 데이터 변화가 생겼습니다)을 고르고, 아이템을 고르고, 최초 이형 어빌리티 하나를 획득하면 끝. 짧으면 30분도 안걸립니다. 30분은 무슨, 조금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10분 안에도 새 캐릭터를 뽑아낼 정도. 정 못고르겠다 싶으면 전부 그냥 주사위를 굴려서 랜덤으로 정하는 것도 가능. 단 이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살해당합니다.


 헌터즈 문의 가장 특징적인 시스템은 부위 파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HP를 깎아내린다고 죽는 것이 아니고, HP가 다 깎인 상태에서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가하면 신체 부위를 파괴할 수 있는데, 파괴된 신체 부위와 연결되어있는 어빌리티는 사용 불가능하게 되는 방식. 이렇게 보면 아마데우스 위협을 격파하는 것하고 상당히 비슷하네요. 그리고 이 신체 부위는 헌터에게도 있습니다. 부위가 파괴당할 때마다 사망 판정을 해서, 이 판정에 실패하면 사망. 즉, 운이 나쁘면 부위 하나가 파괴당했다고 하더라도 픽 하고 죽어버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파괴된 부위의 숫자만큼 사망 판정에 마이너스 수정.


 헌터들은 기준치가 6입니다. 즉, 모노비스트로부터 6 이상의 데미지를 받으면 부위 파괴가 발생하고, 모노비스트는 일반적인 4인 파티를 가정했을 때 10. 게다가 모노비스트는 상당히 많은 HP를 미리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 HP를 다 깎아내고, 부위 파괴까지 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됩니다. 그리고 헌터들의 기본 공격의 데미지는 2d6. 모노비스트는 4d6입니다. 즉, 헌터들은 기본 공격이 명중했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치를 뽑아내지 않으면 부위 파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데, 모노비스트는 한 대만 맞춰도 거의 확실하게 헌터의 부위 파괴가 발생합니다. 일단 한 대 맞아보면 그 느낌이 확 옵니다. 미친! 소리가 절로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모노비스트에게는 약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약점이 파괴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부위 파괴를 당하면 사망 판정을 2d6으로 굴립니다. 헌터는 그딴 거 없이 부위 파괴 발생하면 무조건 1d6. 게다가 약점 부위는 처음에는 밝혀져 있지 않고, 추적 페이즈라는 것을 통해서 판정으로 알아내야합니다. 그리고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부위 파괴에서 어느 부위가 파괴될지는 기본적으로 랜덤입니다. 그러니 약점을 뻔히 알면서도 찌르질 못해서 고통받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


 게다가 어빌리티를 계속 사용할 수도 있는 게 아니어서, 쉽게 이야기하자면 MP를 회복할 수 수단이 완전하게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조절해가며 싸워야됩니다. 이 점은 모노비스트도 마찬가지지만 애는 그냥 앞발로 치기만해도 헌터들 머리가 날아가는 수준이라서. 그리고 회피를 하는데에도 MP가 깎입니다! 그리고 MP양이 결코 많지 않아요. 그러니 정말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존나 쎈 적을 상대로, '인원수'로 어떻게든 밀어붙여야 간신히 이길까 말까하는 수준.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가 귓방망이 한 대 맞았다고 죽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니 이쯤되면 호러 액션이라는 말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룰북은 총 세 권이 있습니다. 헌터즈 문 기본 룰북인 1권, 서플리먼트에 해당하는 2권 슬로터 사이클과 3권 로스트 타겟. 위의 내용은 전부 1권 기준으로 작성되었다고 보셔도 됩니다. 서플리먼트의 내용들만 간단히 소개해드리고 끝낼게요.


2권 : 새로운 무기 두 종류 추가. '헌터 킬러'라고 불리는 모노비스트를 돕는 쟈코들(말이나 쟈코지 엄청 번거롭습니다. 쟈코한테 죽을 수도 있고)이 플레이에 무조건 등장하게 되며, 새로운 이형 어빌리티도 대폭 추가. 헌터는 '이형화'라고 하는 일종의 강제 폭주를 일으켜서 순간적으로 파워업하는 기능이 생겼습니다만, 부작용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외에는 일종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격정 승화 룰이 추가.


3권 : 무기 개조 룰 추가. 기존의 어빌리티 종류로서의 의미 밖에 없던 무기에, 이것저것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무기가 데미지를 대신 받게 해서 부위 파괴를 막는 '무기깡' 전술이 생겼기 때문에 헌터들의 생존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다만, 여기서 모노비스트 상위종이라고 하는 극악한 녀석이 추가되는데, 기존에는 몇 점의 데미지를 받던 헌터가 받는 부위 파괴는 1개 뿐이었는데, 상위종의 공격으로는 한 번의 공격으로 여러 개의 부위 파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한 대 맞고 부위가 다 터져서 골로 가버릴 수도 있는거지요. 상위종은 그냥 개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