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0년인가 2011년이었음. 나는 한참 친구놈들을 데리고 3.5 캠페인을 돌리는 중이었음.
PC들은 레벨 1부터 시작해서 던전 탐사하고 다니다가 우연히 사악한 악마를 깨워서 왕국을 위협하려는 흑마법사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음.
파티의 파이터는 드워프였는데, 워해머 판타지에 나오는 드워프 슬레이어 같은걸 하겠다고 해서. 2d8데미지의 라지 사이즈 드워븐 워액스를 들고. Leap Attack과 Shock Trooper 피트를 찍고. 적한테 차지+도약해서 파워어택에 BAB만큼 깎고. 그 수치를 AC에 뺀 다음 그 수치의 세 배 만큼 데미지를 때려박는 한방형 빌드였지.
문제는 드워븐 슬레이어니까 갑옷도 안걸치고 Bracer of Armor 같은거 걸치고 다녔고, 양손도끼니까 당연히 방패 같은것도 안들도 다녔지.
그럴거면 파이터 말고 바바리안 하라니까. 바바리안은 또 싫다고 하더군. 자기 파이터는 차가운 복수심을 담은 얌전한 드워프라서 그렇다나 뭐라나.
이쯤 되면 다른 PC들이 원래대로라면 '너 컨셉 구리고 파티에도 민폐니까 그냥 다른거 해라.' 라고 할 만 한데
일단 서로 실친이기도 하고 돌격 한번 하고 두들겨맞고 죽어가는 꼴을 구경하는게 나름 재미있기도 해서 그냥 놔두고 계속 플레이를 했음.
물론 매번 닥돌할때마다 병신 취급은 좀 하긴 했지만.
해당 플레이어가 워낙 주사위가 잘 떴기 때문에 차지 한방에 보스 목을 따고 부하들한테 열심히 두들겨 맞는 동안, 다른 PC들이 어떻게든 캐리해가면서 스토리를 진행했지.
그러다 결국 5레벨인가 6레벨쯤인가에 한 번 죽긴 했는데, 당연히 부활 주문같은건 없었고. 그냥 새로 시트를 짜오라고 이야기했음.
그랬더니 그 시트에서 이름 철자만 조금 고쳐서 그대로 들고 오는거임. 이거 뭐냐고 물어봤더니
"우리 가문은 일곱 명의 형제가 있었고, 모두 자랑스러운 전사들이다.
큰 형이 죽었으니 둘째가 형의 복수를 하러 온거다"
????? 여튼 뭐 알겠음. 그럼 그 컨셉 그대로 할거지?
"ㅇㅇ"
좀 병신같았지만 우리는 계속 하기로 했음. 어짜피 바꾸라고 해서 말을 들을 애도 아니고....
예상했더대로 새 캐릭터는 이름만 조금 달랐을 뿐 전투가 시작하면 맨 먼저 닥돌해서 도끼질 하는건 똑같았고.
물살이라 몇대만 맞으면 뒤지기 직전까지 가는 것도 똑같았고. 클레릭하고 위저드한테 존나 핀잔먹는것도 똑같았음.
그리고 두 세션쯤 지났을까? 둘째도 결국 적진 한가운데에서 다굴을 쳐맞고 장렬하게 전사하게 되었고
그 녀석은 또 다시 이름 철자만 조금 바꿔서 같은 시트를 그대로 들고왔음. 물론 가문의 셋째라는 설정으로
플레이어 본인도 두 번의 죽음으로 조금 느낀게 있었는지. 셋째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편이었지만,
결국은 딜뽕을 잊지 못하고 다시 닥돌해서 파워어택만 갈기다가 다시 몇 세션 뒤에 죽고 말았음. 그리고 넷째가 왔지.
슬슬 그러는 꼬라지가 나도 지겨워지기 시작해서. 시즌 1 엔딩을 내기로 했고.
이번 사태의 흑막이었던 흑마법사를 최종보스로 내보냈음. 드워프 슬레이어는 "내 위로 세 명의 형제들의 복수를 하러 왔다!" 왔다고 분기탱천해서 외쳤고.
흑마법사는 그런 파이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면서. 그에게 벽장을 열어 자신의 수집품들을 보여주었지.
...거기엔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형제들의 목이 걸려 있었어.
"자 이제 드워프여, 이제 네가 마지막이다.
그리고 너만 죽으면 네 녀석의 가문의 복수도 여기에서 끝나게 되겠지."
라며 만족스럽게 웃는 흑마법사에게, 드워프 전사는 수치심과 모멸감, 그리고 형제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로 부들부들 떨...어야 했는데....
녀석의 얼굴에 고민하는 표정이 살짝 지나가더니. 이내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선언했지.
"우리 큰 형의 첫째 아들이 얼마전에 장성해서 일족의 새로운 전사가 되었다.
내가 죽으면 내 조카가 내 복수를 이루어 줄 거다! 이 더러운 마법사 자식아"
????!!!?!?
그리고 드워프 슬레이어는 늘 그래왔듯이, 녀석에게 돌진해서 파워어택을 갈겼고. 피튀기는 전투가 벌어졌어.
전투의 승자는 파티원들이었지만, 드워프 전사는 결국 가문의 복수를 제 손으로 완성하지는 못했어.
닥돌하고나서 몇 턴 뒤에 독구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스켈레톤들한테 두들겨 맞고 살해당했거든.
하지만 어쨌든 다른 일행들이 흑마법사를 대신 죽였으니 복수는 이뤄진 셈이지.
그래서 대망의 엔딩은....
살아남은 PC들은 이제는 일곱 명의 드워프 형제들이 묻히게 된, 일곱개의 무덤 앞에서 X키를 눌러 JOY를 표하고 있었고.
그의 조카가 형들의 원수를 대신 갚아준 모험가들을 찾아와서 다시 새로운 여행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끝이 났지.
PC들은 재미있었다며, 다음 캠페인도 계속 하고 싶어했지만,
마스터링을 진행했던 내가 존나 혼란스럽고 병신같다고 느껴서 다 때려치우고 그만두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었고.
그 정신나간 캠페인의 시즌 2는 영영 진행될 수 없게 되었지.
가끔은 궁금하긴 하다. 시즌 2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지. 얼마나 많은 드워프들이 가문의 복수를 위해 의미없이 죽어나갔어야 했을지...
그 플레이어는 대체 언제 그 병신같은 컨셉을 포기했을지.
내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읽는데 존나 유쾌하다 - 자 이제 누가 본가지?
던전크롤에서는 시트 짜기 귀찮으니까 이름만 바꿔서 들고 오는 건 평범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긴데
내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읽는데 존나 유쾌하다2
ㅋㅋㅋㅋ 개판이네
드워프 슬레이어만 아니면 생각보다 많이 본 거 같다.
웃기넼ㅋㅋㅋ
착하네. 나같으면 남은 형제들의 해골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최후의 결투에서 흑마법사가 지배하는 포켓 플레인으로 pc들을 끌어들인 후 흑마법사로 하여금 일족의 뼈가 모두 진열된 트로피용 납골당을 보여줫을텐데.
ㄴ 그런것도 생각을 안해본것도 아닌데, 일단 흑마법사가 그렇게 고렙은 아니기도 했고.. 왕국을 위협에 빠트릴 악마를 소환하는데 한가로이 그러고 있을 시간도 없었을 것 같고.
http://m.dcinside.com/view.php?id=trpg&no=27678&page=1
이 사건 이후로 PC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상황을 던져주는걸 피하게 된 것도 어느정도는 있었고 ㅇㅇ
내 pc만 아니면 꿀잼 - dc Ap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잼이네욬ㅋㅋㅋㅋ - 마시쩡
유쾌하네 뭐
시즌2 접은 동안 일족이 더 번식했을듯
글쓴이 필력이 좋아서 그런가 재밌었을꺼 같은데?? ㅋㅋㅋㅋㅋ
필력 때문인가 보면서 웃었다 ㅋㅋㅋ
대단한 드워프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한의 서가 또..
유쾌하게 쓴건지 진짜 웃긴건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