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솔직히 학교가 좋아야 한다.


우리 학교는 3.1운동 때 태극기를 만들었다던가 하는, 여고였음.

공학으로 전환된 건 한 10년 전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한 학년에서 남학생 반 세 반에 여학생 반 일곱 반이었고,

이 쯤 되면 사람이 작정하고 여친 만들려고 하면 만들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냥 덕질과 공부나 하고 있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과학심화반이라고, 선생님들이 사재를 털어서 공부 좋아하는 애들끼리

야자 시간에 야자 안 하고 실험 같이 하는 활동이 있었고,

그 때 내가 페제 보던 중이었거든.

그래서 물로켓 만들던 중에, 절연테이프를 조금 써서




이런 데코레이션을 만들었다.



이게 1학년 때 일이고, 여친 생겼던 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쯤.


그런데 사람이 사랑을 하면 본디 맛이 좀 가서, 첫키스도 해보고 하면

'언제부터 나 좋아하게 된 거야?'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게 된다.


근데 대답으로 나온 게, 같이 물로켓 만들던 때 같은 조였었고(난 그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데코레이션 열심히 하는 게 보기 좋아서, 그때부터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고. 1년 가까이를.



솔직히 그거 듣고 뭔 생각이 들었냐면,


A(여친 가명)는 귀엽구나!

A는 귀엽구나!!

A는 귀엽구나!!!... 도 있었지만,


대충 '아, 여친 만들려고 생쇼해도 안 생긴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냥 운빨으로 생기는 거였어.' 였다.




그러니 여러분도 인생에 있어, 한 번쯤은 운명 같은 만남이 있을 거에요.




저는 그 운명같은 만남이 수능 치고 끝났지만요 젠장.